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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1부, 우리는 폐족이니 더욱 노력하라) -정약용 지음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1부​ ​ 두 아들에게 보낸 편지 폐족은 백배 더 노력해야 한다 答兩兒 우리는 폐족이니 더욱 노력하라 ​ 너희들의 편지를 받으니 마음이 놓인다. 둘째의 글씨체가 조금 좋아졌고 문리도 향상되었는데, 나이가 들어가는 덕인지 아니면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덕인지 모르겠구나. 부디 자포자기하지 말고 마음을 단단히 먹어 부지런히 책을 읽는 데 힘쓰거라. ​ 그리고 초서나 저서(著書)하는 일도 혹시라도 소홀히하지 않도록 해라. 폐족이 되어 글도 못하고 예절도 갖추지 못한다면 어찌 되겠느냐. 보통 집안 사람들보다 백배 열심히 노력해야만 겨우 사람 축에 낄 수 있지 않겠느냐? 내 귀양살이 고생이 몹시 크긴하다만 너희들이 독서에 정진하고 몸가짐을 올바르게 하고 있다는 소식만 들.. 더보기
​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1부, 효.제.자) -정약용 지음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1부​ ​ 두 아들에게 보낸 편지 인의예지는 실천에서 발현된다 효.제.자 오전(五典) 오교(五敎: 아버지는 의롭고 어머니는 어여삐 여겨주고 형은 우애하고 아우는 공손하고 자식은 효도함-지은이)를 요약하면 효(孝)와 제(弟)와 자(慈)이다. 군신 부부 장유 붕우는 들어 있지 않은데, 들어 있지 않다고 해서 등한시한다는 뜻은 아니다. 효를 하게 되면 반드시 충(忠)하게 되고, 제를 하면 반드시 공(恭)하게 되며, 힘쓰지 않아도 부부는 화합하게 되고, 친구들 사이에 신의를 지킬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 공자의 제자인 유자(有子)가[논어] 에서 자를 빼고 효제만을 이야기한 것은 자는 새나 짐승도 행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또 공자의 제자인 증자(曾子)가 중여서.. 더보기
​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1부, [주역] 에 대하여 ) -정약용 지음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1부​ ​ 두 아들에게 보낸 편지 인의예지는 실천에서 발현된다 [주역] 에 대하여 [주역]에서 말하기를 "태극(太極)은 양의(兩儀)를 낳고, 양의는 사상(四象)을 낳고, 사상은 팔괘(八卦)를 낳는다"고 했는데, 요새 점쟁이들은 노음(老陰)과 소음(少陰), 노양(老陽)과 소양(少陽)을 사상이라 하고 있다. 그러나 노(老)나 소(小) 같은 말은 원 경전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점쟁이들의 말대로라면 음양이 음양을 낳는것이지 양의가 사상을 낳는 것은 아니라는 것과 같다.-지은이). 우번(虞飜)*이라는 사람은 사시(四時)가 사상이 된다 하였지만 사시는 팔괘를 낳을 수 없는 것이니 그럴 수가 없다. 사상의 상(象)이란 천(天) 지(地) 수(水) 화(火)를 형상(形象)한다는.. 더보기
​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1부, 인의예지는 실천에서 발현 ) -정약용 지음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1부​​ 두 아들에게 보낸 편지 인의예지는 실천에서 발현 ​示二兒 오륜도 다 무너져버렸구나. 사람들은 매양 오륜(五倫) 오륜 해쌓지만 붕당의 화가 그치지 않고 정치인을 반역죄로 몰아넣는 옥사(獄事)가 자주 일어나고 있으니 군신(君臣)의 의미는 이미 무너져버린 것이다. 또 아버지의 대를 잇는 입후(立後)의 의가 밝혀져 있지 않아 지손(支孫)이나 서자(庶子)들이 제멋대로 하게 되니 부자유친(父子有親)은 없어져버렸으며, 기생을 금지하지 않아 고을 수령들이 모두 기생에게 빠져 있으니 부부유별(夫婦有別)은 이미 문란해져버렸다. 노인들을 보살펴 봉양하지 않고 새파란 귀족 자제들이 교만을 피우고 있으니 장유유서(長幼有序)는 파괴되고 말았으며, 과거만을 위주로 하고 도의(道.. 더보기
​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1부, 시의근본) -정약용 지음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1부​ 두 아들에게 보낸 편지 시의근본 示二兒 시에 반드시 힘써야 할 것은 없으나 성정(性情)을 도야하려면 시를 읊는 것도 상당히 도움이 된다. 그러나 요즈음 경향을 보면 예스러우면서 힘있고, 기이하면서 우뚝하고, 웅혼하고, 한가하면서 뜻이 심원하고, 맑으면서 환하고, 거리낌없이 자유로운 그런 기상에는 전혀 마음을 기울이지 않고, 가늘고 미미하고, 자질구레하고 경박하고 다급한 시에만 힘쓰고 있으니 개탄할 일이다. 단지 율시(律詩)*만 짓는 것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비루한 습관으로 실제5자나 7자로 된 고시(古時)는 한수도 보지 못했으니, 그 지취(地趣)의 낮고 얕음과 기질의 짧고 껄끄러움은 반드시 바로잡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내가 요즈음 다시 생각해보아도 자기.. 더보기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1부, 일본과 중국의 학문 경향) -정약용 지음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1부​ ​ 두 아들에게 보낸 편지 일본과 중국의 학문 경향 寄兩兒 ​ 일본에서는 요즈음 명유(名儒)가 배출되고 있다는데, 물부쌍백(物部雙伯)*이 바로 그런 사람으로 호를 조래(祖徠)라 하고 해동부자(海東夫子)라 일컬으며 제자들을 많이 거느리고 있다. 지난번 수신사(修信使)가 오는 편에 소본염(篠本鹽)* 이라는 학자의 글세편을 얻어왔는데 글이 모두 정예(精銳)하였다. 대개 일본이라는 나라는 원래 백제에서 책을 얻어다 보았는데 처음에는 매우 몽매하였다. 그후 중국의 절강 지방과 직접 교역을 트면서 좋은 책을 모조리 구입해갔다. 책도 책이려니와 과거를 통해 관리를 뽑는 그런 잘못된 제도가 없어 제대로 학문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지금 와서는 그 학문이 우리나라를 능.. 더보기
​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1부,둘째형님을 회상하며) -정약용 지음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1부​ ​ 두 아들에게 보낸 편지 둘째형님을 회상하며 ​​​ 寄兩兒 1816년 6월 17일 6월 초엿샛날은 바로 어지신 둘째형님(정약전)께서 세상을 떠나신 날이다. 슬프도다! 어지신 이께서 이처럼 곤궁하게 세상을 떠나시다니 원통한 그분의 죽음 앞에 나무나 돌멩이도 눈물 흘릴 일인데 무슨 일을 더 하랴! 왜롭기 짝이 없는 이 세상에서 다만 손암 선생만이 나의 지기(知己)였는데 이제는 그분마저 잃고 말았구나. 지금부터는 학문을 연구하여 비록 얻은 것이 있다 하더라도 누구에게 상의를 해보겠느냐. 사람이 자기를 알아주는 지기가 없다면 이미 죽은 목숨보다 못한 것이다. 네 어미가 나를 제대로 알아주랴, 자식이 이 아비를 제대로 알아주랴, 형제나 집안 사람들이 나를 알아.. 더보기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1부, [사기]와[예기] 읽는법) -정약용 지음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1부​ ​ 두 아들에게 보낸 편지 [사기]와[예기] 읽는법 네가 지금도 [사기]를 읽고 있다니 그런대로 괜찮은 일이다. 옛날에 고정림(顧亭林)*이 [사기]를 읽을 때 [번기(本紀)]나 [열전(列傳)]편을 읽으면서는 손대지 않은 듯 대충 읽고 [연표(年表)]나 [월표(月表)]편을 읽으면서는 손때가 까맣게 묻었다고 했는데, 그런 방법이 제대로 역사책 읽는 법이다. ​ [기년아람(紀年兒覽)][대사기(大事記)]* [역대연표(歷代年表)]*와 같은 책에서는 반드시 범례(凡例)를 상세히 읽어보아라. [국조보검(國朝寶鑑)]에서 뽑아 연표를 만들어 중국의 연호(年號)와 여러 나라의 임금들이 왕위에 오른 햇수를 자세히 고찰하여 책으로 만들어놓고 비교해보면 우리나라 일이나 선조들.. 더보기
​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1부, 술마시는 법도) -정약용 지음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1부​ ​ 두 아들에게 보낸 편지 술마시는 법도 ​네 형이 왔을 때 시험삼아 술 한잔을 마시게 했더니 취하지 않더구나. 그래서 동생인 너의 주량은 얼마나 되느냐고 물었더니 너는 네 형보다 배(倍)도 넘는다 하더라구나. 어찌 글공부에는 이아비의 버릇을 이을 줄 모르고 주량만 아비를 훨씬 넘어서는 거냐? 이거야말로 좋지 못한 소식이구나. 네 외할아버지 절도사공(節度使公)*은 술 일곱잔을 거뜬히 마셔도 취하지 않으셨지만 평생 동안 술을 입에 가까이하지 않으셨다. 벼슬을 그만두신 후 늘그막에 세월을 보내실 때에야 비로소 수십방울 정도 들어갈 조그만 술잔을 하나 만들어놓고 입술만 적시곤 하였다. ​ ​ 나는 아직까지 술을 많이 마신 적이 없고 내 주량을 알지도 못한다... 더보기
​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1부, 제사상은 법도에 맞게 차려야 한다.) -정약용 지음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1부​ ​ 두 아들에게 보낸 편지 제사상은 법도에 맞게 차려야 한다 ​​ 寄兩兒 여기 [제례고정(祭禮考定]* 이라는 책 한 권 보내는데 이것이야말로 내 평생의 뜻이 담긴 책이다. 태뢰(太牢)와 소뢰(少牢)라는 것을 세상사람들은 오직 소 한마리, 양 한마리, 돼지 한마리와 크고 작은 제기(祭器)의 차례로만 알지, 하늘의 뜻과 땅의 조화는 까마득히 모르고 있다. 옛사람들이 잔치를 베풀고 제사를 지낼 때는 다 등급이 있어 태뢰 소뢰 특생(特牲) 특돈(特豚) 일정(一鼎) 포해(脯醢)등 여섯가지 중에 가려서 사용했으며, 채소 하나 과일 하나라도 더하거나 빠뜨릴 수 없었다. 옛 임금들의 법과 제도가 엄격하고 세밀했던 점 또한 그와 같았느니라. ​ 태뢰라는 것은 천자(千字..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