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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2부, 복암의 청렴) -정약용 지음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2부​ ​ 두 아들에게 주는 가훈 복암의 청렴 ​ 복암(茯菴)*은 젊어서 정산(貞山) 이병휴(李秉休)*와 예헌(例軒) 이철환(李喆煥)*의 문하에 나아가 배웠는데, 늘 도보(徒步)로 찾아가서 학문에 힘쓰되 경서에 온노력을 기울였다. 뒤늦게 진산군수(珍山郡守)가 되었는데, 그때 임금이 급히 어진 이를 구하자 여러 사람들이 모두 복암을 추천하여 서울로 오게 되었다. 그리고 얼마 있다가 집을 하사받고 몇년 사이에 등급을 뛰어넘어 참판에 이르렀으니, 이는 근세에 없던 일이었다. 임금의 뜻은 항상 복암과 나를 왕릉(王陵)* 과 진평(陳平)*이 소하(蕭何)*를 계승한 것에 비교하였다. ​ 그분이 의주부윤(義州府尹)이 되어서는 청렴하고 관대하여 명성이 서울까지 널리 퍼졌다... 더보기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2부, 소릉의 박학) -정약용 지음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2부​ ​ 두 아들에게 주는 가훈 소릉의 박학 소릉은 구경(九經)을 막힘없이 술술 외웠으며, 백가서(百家書)에도 두루 관통하여 빠트림이 없었다. 어떤 사람이 시험해보려고 흔히 볼 수 없는 글에서 한 글자 반 구절을 따다가 갑자기 묻자, 공은 그 글의 전문(全文)을 외워 10여행(行)을 그치지 않고 술술 내려가니 시험하던 사람이 도리어 어이없어하였다. ​ 갑인년(1794) 겨울에 도감당상(都監堂上)이 되었을 때 '개운(開運)' 등 여덟 글자의 휘호를 올리기로 의논하였는데, [금등(金燈)] 의 뜻*이 모두 빠져 있어 임금이 휘호를 고치고 싶어했으나 적당한 이유로 찾지 못하고 있었다. 이때 공이 아뢰기를 "개운은 석진(石晉)*의 연호(年號)입니다"라고 해서 드디어 .. 더보기
​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2부, 해좌공의 기개) -정약용 지음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2부​ ​ 두 아들에게 주는 가훈 해좌공의 기개 ​ 해좌공(海左公)*은 성품이 느긋하고 고상하여 지조가 확실하여 맹분(孟賁)*이나 하육(夏育)* 같은 힘센 장사도 뺏지 못할 기개가 있었다. 전에 이조(吏曹)에서 체직되자 급히 짐을 정리하여 법천(法泉)으로 돌아가려는데, 승지(承旨) 이익운(李益運)*이 승정원(承政院)에서 퇴근하여 전하기를 "밀지(密旨)가 있으니 며칠 뒤에는 다시 제수(除授)의 명이 있을 것입니다. 급히 돌아가서는 안 됩니다" 하였다. 공이 "임금의 교서(敎書)가 조보(朝報)에 나왔소?" 하고 묻자 이익운이 놀라며 "밀지입니다" 하였다. 그러자 공은 "이미 조보에 나오지 않았다면 내가 떠나더라도 회피하여 태만히한 것이 아니오" 하고는 뒤도 돌아보.. 더보기
​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2부, 채제공의 효행과 국량) -정약용 지음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2부​ 두 아들에게 주는 가훈 체제공의 효행과 국량 ​ 변옹은 지위가 참판에 이르렀으나 어버이를 섬김에 있어서는 천한 일도 몸소 하였다. 도승지로 왔을 때 조정에서 돌아오면 곧바로 조복(朝服)을 벗고 땔감을 안고 가서 지사공(知事工)*의 방에 손수 불을 땠는데, 그렇게 하지 않으면 구들장의 차고 더움이 알맞지 않을까 염려해서였다. ​ 어머니에게 딸이 있었는데 요절하자 남기고 간 어린애들을 길렀으니, 아들은 참판 이유경(李儒慶)*이고 딸은 우진사(禹進士)의 아내였다. 어머니가 임종할 적에 번암(樊巖)을 불러 앞으로 오게한 다음 그애들을 당부하면서 "내가 이 두애들을 너에게 부탁한다. 내가 살아 있을 때처럼 이 아이들을 보살펴다오" 하시자, 공(公)은 그리하겠다고.. 더보기
​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2부, 옛 친구들이 그립다) -정약용 지음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2부​ 두 아들에게 주는 가훈 옛 친구를 생각하며 ​示二子家誡 옛 친구들이 그립다. 옛날에 두공부(杜工部)*가 이러저리 떠돌아다니며 곤궁한 생활을 할 때 옛 친구들을 생각하여 팔애시(八哀詩)*를 지어서 쓰라리고 슬픈 감정을 읊었는데, 천년 후에 읽어보아도 읽는 이로 하여금 더욱 슬프고 괴로운 심정을 일으킨다. 친구들 중에는 명성이나 지위가 아주 높은 사람도 있고 재주가 뛰어난 사람도 있으나, 이들 모두 두보의 시에 들어감으로써 더욱 잊히지 않게 되었다. 역사책이나 공훈이 큰 사람을 새겨두는 종묘의 솥에 기록된 이름보다도 시 속에 살아 있는 이들이 더 훌륭하게 취급되니 문장을 소홀히 여길 수 없음이 이러하다. 두보야말로 옛 친구를 버리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 더보기
​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2부, 근검 두 글자를 유산으로) -정약용 지음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2부​ ​ 두 아들에게 주는 가훈 근검 두 글자를 유산으로 ​ 내가 벼슬하여 너희들에게 물려줄 밭뙈기 정도도 장만하지 못했으니, 오직 정신적인 부적 두자를 마음에 지녀 잘 살고, 가난을 벗어날 수 있도록 이제 너희들에게 물려주겠다. 너희들은 너무 야박하다고 하지마라. 한 글자는 근(勤)이고 또 한 글자는 검(儉)이다. 이 두 글자는 좋은 밭이나 기름진 땅보다도 나은 것이니 일생 동안 써도 다 닳지 않을 것이다. 부지런함(勤)이란 무얼 뜻하겠는가?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며, 아침때 할 일을 저녁때로 미루지 말며, 맑은 날에 해야할 일을 비오는 날까지 끌지 말도록 하고, 비오는 날 해야 할 일도 맑은 날까지 끌지 말아야 한다. 늙은이는 앉아서 감독하고, .. 더보기
​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2부, 호연지기를 갖도록) -정약용 지음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2부​ 두 아들에게 주는 가훈 정신적인 부적을 물려주마 ​又示二子家誡 호연지기를 갖도록 육자정(陸子靜)*이 말하길 "우주간(宇宙間)의 일이란 자기 내부의 일과 같고 자기 내부의 일은 바로 우주간의 일이다"라고 하였다. 하루라도 이런 생각이 없을 수 없으니, 우리의 본분이 애초에 가볍지 않다. ​ 사대부의 마음가짐이란 마땅히 광풍제월(光風霽月)과 같아 털끝만큼도 가린 곳이 없어야 한다. 무릇 하늘이나 사람에게 부끄러운 짓을 아예 저지르지 않는다면 자연히 마음이 넓어지고 몸이 안정되어 호연지기(浩然之氣)가 저절로 우러나올 것이다. 만약 포목 몇자 동전 몇닢 정도의 사소한 것에 잠깐이라도 양심을 저버린 일이 있다면 이것이 기상을 쭈그러들게 하여 정신적으로 위축을 받.. 더보기
​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2부, 옛터를 지키는 것이 옳은 일) -정약용 지음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2부​ ​ 두 아들에게 주는 가훈 옛터를 지키는 것이 옳은 일 ​ 가문을 세워 행세해온 집안은 상류의 좋은 곳에 자리잡고 있다. 미음(美陰)의 김씨라든지, 궁촌(宮村)의 이씨, 이애(梨厓)의 홍씨, 금탄(金灘)의 정씨*등은 마치 옛날 중국의 이름난 성씨들이 한수(漢水)의 동쪽을 차지하고 살던 것처럼 그곳을 잘 보전하지 못하면 나라를 잃은 것같이 여긴다. 우리 집안에 있어 마현(馬峴)또한 그러한 터다. 비록 논밭이 귀하고 물이나 땔감을 구하기가 불편하지만 차마 갑자기 떠날 수 없으며, 하물며 이런 난리를 만난 뒤에랴. 정말로 재간이 있다면 그런 곳에서도 집안을 일으킬 수 있고, 만약 게으르고 사치하는 행실을 고치지 않는다면 아무리 기름진 땅에 집을 짓고 살아도 .. 더보기
​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2부, 밤 한톨을 다투는 세상) -정약용 지음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2부​ ​ 두 아들에게 주는 가훈 밤 한톨을 다투는 세상 ​ 저녁 무렵에 숲속을 거닐다가 우연히 어떤 어린애의 울음소리를 들었다. 숨이 넘어가듯 울어대며 참새처럼 수없이 팔짝팔짝 뛰고 있어서 마치 여러개의 송곳으로 뼛속을 찌르는 듯 방망이로 심장을 마구 두들기는 듯 비참하고 절박했다. 어린애는 금방이라도 목숨이 끊어질 듯한 모습이었다. 왜 그렇게 울고 있는지 알아보았더니 나무 아래서 밤 한톨을 주웠는데 다른 사람이 빼앗아갔기 때문이었다. 아아! 세상에 이 아이처럼 울지 않는 사람이 몇명이나 될까? 저 벼슬을 잃고 권세를 잃은 사람들, 재화를 손해본 사람들과 자손을 잃고 거의 죽을 지경에 이른 사람들도 달관한 경지에서 본다면, 다 밤 한톨에 울고 웃는 것과 같을.. 더보기
​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2부, 재물을 오래 보존하는 길) -정약용 지음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2부​ ​ 두 아들에게 주는 가훈 재물을 오래 보존하는 길 ​ 세상에 옷이나 음식, 재물 등은 부질없고 가치없는 것이다. 옷이란 입으면 닳게 마련이고 음식은 먹으면 썩고 만다. 재물 또한 자손에게 전해준다 해도 끝내는 탕진되고 만다. 다만 몰락한 친척이나 가난한 벗에게 나누어준다면 영원히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 의돈(椅頓)*의 창고 속에 감춰둔 재물은 지금 흔적이 없지만 소부(疎傅)*의 황금은 지금까지도 이야기가 전해오고, 금곡(金谷)*의 화려하던 장막(帳幕)도 이제는 티끌로 변해버렸지만 범중엄(范仲淹)*이 보리배에 보리를 실어 친구를 도왔던 일은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왜 그런가 하면 형태가 있는 것은 없어지기 쉽지만 형태가 없는 것은 없..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