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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1부​ ​ 두 아들에게 보낸 편지 올바른 처신에 대하여 寄兩兒 남의 도움을 바라지 말고 도와줘라 너희들은 편지에서 항상 버릇처럼 말하기를 일가친척 중에 긍휼히 여거 돌보아주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다고 개탄하더구나. 더러는 험난한 물길 같다느니, 꼬불꼬불 길고 긴 험악한 길을 살아간다느니 한탄하고 있는데, 이는 모두 하늘을 원망하고 사람을 미워하는 말투니 큰 병통이다. 전에 내가 벼슬을 지낼 때에는 조그마한 근심이나 질병의 고통이 있으면, 다른 사람들이 돌봐주게 마련이어서 날마다 어떠시냐며 안부를 전해오고, 안아서 부지해주는 사람도 있고, 약을 먹여주고 양식까지 대주는 사람도 있어서 너희들이 이런 일에 익숙해진 것 같다. 그래서 항상 은혜를 베풀어줄 사람이나 바.. 더보기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1부​ ​ 두 아들에게 보낸 편지 진실한 시를 짓는 데 힘쓰거라 시는 나라를 걱정해야 ​ 접때 성수(惺叟) 이학규(李學逵)*의 시를 읽어보았다. 그가 너의 시를 논평한 것은 잘못을 잘 지적하였으니 너는 당연히 수긍해야 한다. 그의 자작시 중에 꽤 좋은 것이 있기는 하더라만 내가 좋아하는 바는 아니었다. 오늘날 시는 마땅히 두보(杜甫)의 시를 모범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모든 시인들의 시 중에서 두보의 시가 왕좌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시경(詩經)]에 있는 시 3백편의 의미를 그대로 이어받고 있기 때문이다. [시경]에 있는 모든 시는 충신 효자 열녀 그리고 진실한 벗 들의 간절하고 진실한 마음의 발로다. 임금을 사랑하고 나라를 근심하는 내용이 아니면 그런 시는 .. 더보기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1부​ ​ 두 아들에게 보낸 편지 선조의 행적과 일가친척을 알라 寄二兒 무릇 국사(國史)나 야사(野史)를 읽다가 집안 선조들의 사적(事蹟)을 보게 되면 즉시 뽑아내 한권의 책에 기록해두어라. 선배들의 문집을 볼 때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오래도록 하다보면 책이 되어 집안 족보 중에서 빠진 곳을 보충할 수 있을 것이다. 비록 방계 선조들의 사적이라 할지라도 함께 뽑아놓았다가 그분들의 자손에게 전해주는 것이 효도를 넓혀가는 방법이다. ​ 혹 선배들이 우리 선조들의 일을 기록해놓은 것 중에서 차이가 있는 것을 발견하면 즉시 연월일을 고찰해서 잘못을 밝히도록 하여라. 또 선조들이 가깝게 사귀던 분들은 반드시 후손을 찾아 어느 집인지 알아놓고 혹 만나게 되면 정겨운 대화.. 더보기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1부​ ​ 두 아들에게 보낸 편지 세상에서 가장 악하고 큰 죄 성의(誠意)와 성신(誠信)의 공부 ​ 마음대로 웃고 행동하는 것을 어찌 나무랄 수 있으랴? 진실로 하늘이 알아주는 효심이 있어 그 아버지가 귀양살이하는 것을 근심하여 초췌한 모습이 밖으로 나타나는 것 또한 훌륭한 처신이다. 그런데 너희들은 평범한 인간이니 때로 마음대로 웃고 행동하는 것도 역시 자연스러운 일상이어야 한다. 그런 일 때문에 너희들을 생각할 때마다 슬프고 쓰라린 마음 견딜 수가 없구나. 꾸짖고 비방한다고 하였는데, 내가 아직 죽지도 않고 이렇게 멀쩡한데 어찌 성급하게 머리를 풀고 얼굴을 새까맣게 하여 웃지도 말라 하는지? ​ 너희들의 원통하고 억울함을 내가 이미 말했는데 이제 와서 어찌.. 더보기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1부​ ​ 두 아들에게 보낸 편지 세상에서 가장 악하고 큰 죄 [마과회통] 과 [일지록] ​ 너는 왜 [마과회통(麻科會通)] * 홍씨본(洪氏本) 한질을 사서 집에 있는 책과 분명히 대조하여 그 책이 내 책을 통째로 인용했는지 부분적으로 인용했는지를 밝히지는 않고 늘 전해들은 이야기만 가지고 애매모호하게 내게 알려오느냐? 만일 홍씨본이 내 책을 모두 베껴 쓴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반드시 홍초관(洪哨官)을 통해서 얻은 것이리라. ​ [일지록(日知錄]*은 그 학술과 논의가 모두 내뜻에 드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의 본질은 고담정론(高談正論:여기에서 정론이란 진짜 정론이 아니라 일반사람이 말하는 정론-지은이)을 만들어 명성을 보전하려고 애쓴 것이기 때문에 걱정하는 마음.. 더보기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1부​ ​ 두 아들에게 보낸 편지 귀양길에 올라서 사소한 일에 유의하여 효도하는 길​ ​ ​ 어버이를 섬기는 일은 그 뜻을 거역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여인들의 의복이나 음식, 거처에 관심이 많으므로 어머니를 섬기는 사람은 사소한 일에 유의해야만 효성스럽게 섬길 수 있을 것이다. [예기]의 [內則(내칙)]편에는 음식에 관한 것을 비롯해 작은 예절이 많이 적혀 있는데, 이것은 성인의 가르침이란 물정(物情)을 알게 하는 데서 출발하는 것이지 결코 동떨어지고 미묘한 곳에서 시작되지 않음을 알게 한다. ​ 요즘 사대부 집안에서 부녀자들이 부엌에 들어가지 않는 것이 예사가 된 지 오래다. 네가 한번 생각해보아라. 부엌에 들어간들 무엇이 그리 손해가 되겠는가? 다.. 더보기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1부​ ​ 두 아들에게 보낸 편지 귀양길에 올라서 세상을 구했던 책을 읽어라 ​ 내가 앞서 누누이 말했듯이 청족(淸族)은 비록 독서를 하지 않는다 해도 저절로 존중받을 수 있으나 폐족(廢族)이 되어 세련된 교양이 없으면 더욱 가증스러운 일이 아니겠느냐. 사람들이 천하게 여기고 세상에서 얕납아보는 것도 서글픈 일일진대 하물며 지금 너희들은 스스로를 천하게 여기고 얕잡아보고 있으니 자신을 비참하게 만드는 일이다. 너희들이 끝끝내 배우지 아니하고 스스로를 포기해보린다면 내가 해놓은 저술과 간추려놓은 것들을 앞으로 누가 모아서 책으로 엮고 교정하며 정리하겠느냐? 이 일을 못한다면 내 책은 더이상 전해질 수 없을 것이며, 내 책이 후세에 전해지지 않는다면 후세사람들은 .. 더보기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1부​ ​ 두 아들에게 보낸 편지 참다운 공부길 寄二兒 이하 강진에서 귀양 살면서 쓰다. 1802년 12월 22일 오직 독서만이 살아나갈 길이다. ​ 이 세상에 있는사물 중에는 그대로 두어서 좋은 것이 있는데 이런 것을 두고 이러저러하다고 떠들썩하게 말할 필요가 없다. 다만 파손되거나 찢어진 것을 가지고 어루만지고 다듬어 완전하게 만들어야만 바야흐로 그 공덕을 찬탄할 수 있듯이, 죽을병에 걸린 사람을 치료해서 살려야 훌륭한 의원이라고 부르고 위태로운 성(城)을 구해내야 이름난 장수라 일컫는다. 누대에 걸친 명문가 고관들의 자제처럼 좋은 옷과 멋진 관을 쓰고 다니며 집안 이름을 떨치는 것은 못난 자제라도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이제 너희들은 망한 집안의 자.. 더보기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1부​ 두 아들에게 보낸 편지 귀양길에 올라서 꼭 읽어야 할 책​ ​ 너희들은 도(道)와 덕(德)이 완성되고 세워졌다고여겨서 다시는 책을 읽지 않으려 하느냐. 금년 겨울에는 반드시[서경(書經]과 [예기(禮記]중에서 아직 읽지 못한 부분을 다시 읽는 것이 좋겠다. 또한 서서(四書)와 [사기(史記]도 반드시 익숙하게 읽는 것이 옳다. 역사책을 읽고 자신의 견해를 적는 '사론(史論)'은 그동안 몇편이나 지었느냐? 근본을 두텁게 배양하기만 하고, 얄팍한 자기 지식은 마음속 깊이 감추어두기를 간절히 바라고 바란다. ​ ​ 내가 저술에 마음을 두고 있음은 당장의 근심을 잊고자 해서만이 아니다. 사람의 아버지나 형이 되어 귀양살이하는 지경에 이르러서 저술이라도 남겨 나의 .. 더보기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1부, 두 아들에게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1부​ ​ 두 아들에게 보낸 편지 귀양길에 올라서 선비의 마음씨를 가져라 날짜를 헤아려 봤더니 지난번 편지를 받은 지 82일만에 너희들 편지를 받았더구나. ​ 그 사이에 내 턱밑에 준치 가시 같은 하얀 수염 일고여덟개가 자라났다. ​ 네 어머니가 병이 난 것은 그렇다 손 치더라도 큰 며느리까지 학질을 앓았다니 더욱 초췌해졌을 얼굴을 생각하면 애가 타 견딜 수 없구나. 더구나 신지도(薪智島)에서 귀양살이하는 형님(丁若銓)의 일을 생각하면 마음이 미어진다. ​ 반 년간이나 소식이 깜깜 하니 어디 한 세상에 같이 살아 있다고 하겠느냐. 나는 육지에서 생활해도 괴로움이 이러한 데 머나먼 섬 생활이야 오죽할까. 형수님의 정경 또한 측은하기만 하구나. ​ 너희는 그분을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