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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1부, 시의근본) -정약용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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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1부

두 아들에게 보낸 편지

 

시의근본

示二兒


 

시에 반드시 힘써야 할 것은 없으나 성정(性情)을 도야하려면 시를 읊는 것도 상당히 도움이 된다.

 

그러나 요즈음 경향을 보면 예스러우면서 힘있고, 기이하면서 우뚝하고, 웅혼하고, 한가하면서 뜻이 심원하고, 맑으면서 환하고, 거리낌없이 자유로운 그런 기상에는 전혀 마음을 기울이지 않고,

 

가늘고 미미하고, 자질구레하고 경박하고 다급한 시에만 힘쓰고 있으니 개탄할 일이다.

 

단지 율시(律詩)*만 짓는 것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비루한 습관으로 실제5자나 7자로 된 고시(古時)는 한수도 보지 못했으니, 그 지취(地趣)의 낮고 얕음과 기질의 짧고 껄끄러움은 반드시 바로잡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내가 요즈음 다시 생각해보아도 자기 뜻을 사실적으로 표현하거나 회포를 읊어내는 데는 4자로 된 시만큼 좋은 것이 없다고 본다.

 

고시 이후의 시인들은 남을 모방하는 것을 혐오하여 마침내 4자로 시 짓는 일을 그만두게 되었다. 하지만 요즈음 나의 처지는 4자시 짓기에 아주 좋구나.

 

너희들도 풍아(風雅)*의 근본 뜻을 깊이 연구하고 그후에 도연명(陶淵明)*이나 사영운(謝靈運)*의 뛰어난 점을 본받아 4자시를 짓도록 하여라.

무릇 시의 근본은 부자나 군신, 부부의 떳떳한 도리를 밝히는데 있으며, 더러는 그 즐거운 뜻을 펴기도 하고, 더러는 그 원망하고 사모하는 마음을 펴는 데 있다.

 

그 다음으로 세상을 걱정하고 백성들을 긍휼히 여겨 항상 힘없는 사람을 구원해주고 재산없는 사람을 구제해주고자 마음이 흔들리고 가슴 아파서 차마 그냥 두지 못하는 그런 간절한 뜻을 가져야 바야흐로 시가 되는 것이다. 자기 자신의 이해에만 연연하면 그 시는 시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율시:한시(漢詩)의 한 종류로 8구로 되어 있다. 5자씩 되어 있는 것은 5언율시, 7자로 되어 있는 것은 7언 율시.

 

*풍아: [시경]에 실려 있는 '풍'과'아'의 시로 곧 [시경]의 시를 말함.

 

*도연명: 중국 진(晉)나라 때 대시인으로 이름은 잠(潛)이고'연명'은 자. 오류(五柳)선생으로 불리며 [귀거래사(歸去來辭)]가 유명하다.

 

*사영운: 중국 남송 때 시인으로 산수시(山水詩)가 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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