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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2부, 옛 친구들이 그립다) -정약용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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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2부

두 아들에게 주는 가훈

 

옛 친구를 생각하며

 

​示二子家誡


 

옛 친구들이 그립다.

 

옛날에 두공부(杜工部)*가 이러저리 떠돌아다니며 곤궁한 생활을 할 때 옛 친구들을 생각하여 팔애시(八哀詩)*를 지어서 쓰라리고 슬픈 감정을 읊었는데, 천년 후에 읽어보아도 읽는 이로 하여금 더욱 슬프고 괴로운 심정을 일으킨다.

 

친구들 중에는 명성이나 지위가 아주 높은 사람도 있고 재주가 뛰어난 사람도 있으나, 이들 모두 두보의 시에 들어감으로써 더욱 잊히지 않게 되었다.

 

역사책이나 공훈이 큰 사람을 새겨두는 종묘의 솥에 기록된 이름보다도 시 속에 살아 있는 이들이 더 훌륭하게 취급되니 문장을 소홀히 여길 수 없음이 이러하다. 두보야말로 옛 친구를 버리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내가 유배된 이후로 절친하던 친구들은 모두 끊어졌고, 사람들은 이미 나를 헌신짝처럼 버리고 말았다.

 

그리하여 그들에 대한 나의 정도 소원해져서 날로 멀어지고 잊혀만 간다.

 

다만 모전서리와 바람을 맞기 전에 즐겁게 노닐던 발자취를 더듬어보면 눈에 선하고 말똥말똥 머릿속에 떠오른다.

 

그때 주고받았던 이야기들을 기억해놓으려 늘 생각하였고 당시의 풍채나 기상을 비슷하게 상상해볼 수 있을 것 같았으나, 시상(詩想)이 막혀 마음속에서만 뱅뱅거리고 말았다.

그러던 중 금년 여름에 몸져눕고 나서는 다산서옥(茶山書屋)의 붓과 먹이 쓸쓸하게만 보여 비단 몇폭을 찢어내 손이 가는 대로 기록했는데 전혀 질서가 없다.

 

나중에 더 좋은 시를 지어내려면 이 시를 근거로 삼아야겠기에 그런 일을 해두었다.

 

시는 두보의 체를 따랐지만 두보의 것처럼 불후의 시가 되리라는 것은 바랄 수초자 없다.

 

그러나 옛 친구를 생각하고 스스로 답답한 심정을 펴내려 하는 데는 어진 사람이나 어리석은 사람이나 다를 게 없지 않겠느냐? 마침 둘째가 내 곁에 있으니 그애 가는 편에 보내어 너에게 보여주겠다.

 

*두공부: 중국 당나라 때 시인 두보(杜甫)의 벼슬이 공부원외랑(工部員外郞)이었다.

*팔애시: 두보가 친구 여덟 사람을 애도하며 평생의 사적을 읊은 시. [전서] 시집에는 ㄴ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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