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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2부, 근검 두 글자를 유산으로) -정약용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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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2부

두 아들에게 주는 가훈

 

근검 두 글자를 유산으로


내가 벼슬하여 너희들에게 물려줄 밭뙈기 정도도 장만하지 못했으니, 오직 정신적인 부적 두자를 마음에 지녀 잘 살고, 가난을 벗어날 수 있도록 이제 너희들에게 물려주겠다. 너희들은 너무 야박하다고 하지마라.

 

한 글자는 근(勤)이고 또 한 글자는 검(儉)이다. 이 두 글자는 좋은 밭이나 기름진 땅보다도 나은 것이니 일생 동안 써도 다 닳지 않을 것이다.

 

 

부지런함(勤)이란 무얼 뜻하겠는가?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며, 아침때 할 일을 저녁때로 미루지 말며, 맑은 날에 해야할 일을 비오는 날까지 끌지 말도록 하고, 비오는 날 해야 할 일도 맑은 날까지 끌지 말아야 한다.

 

늙은이는 앉아서 감독하고, 어린 사람들은 직접 행동으로 어른의 감독을 실천에 옮기고, 젊은이는 힘든 일을 하고, 병이 든 사람은 집을 지키고, 부인들은 길쌈을 하느라 한밤중(四更)이 넘도록 잠을 자지 안하야 한다.

 

요컨대 집안의 상하 남녀 간에 단 한 사람도 놀로먹는 사람이 없게 하고, 또 잠깐이라도 한가롭게 보여서는 안된다. 이런 걸 부지런함이라 한다.

 

 

 

검(儉)이란 무얼까?

 

의복이란 몸을 가리기만 하면 되는 것인데 고운 비단으로 된 옷이야 조금이라도 해지면 세상에서 볼품없는 것이 되어버리지만,

 

텁텁하고 값싼 옷감으로 된 옷은 약간 해진다 해도 볼품이 없어지지 않는다.

 

한벌의 옷을 만들 때 앞으로 계속 오래 입을 수 있을지 없을지를 생각해서 만들어야 하며, 곱고 아름답게만 만들어 빨리 해지게 해서는 안된다.

 

이런 생각으로 옷을 만들게 되면, 당연히 곱고 아름다운 옷을 만들지 않게 되고, 투박하고 질긴 것을 고르지 않을 사람이 없게 된다.

음식이란 목숨만 이어가면 되는 것이다. 아무리 맛있는 고기나 생선이라도 입안으로 들어가면 더러운 물건이 되어버린다. 삼키기도 전에 벌써 사람들은 싫어한다.

 

인간이 이 세상에서 귀하다고 하는 것은 정성 때문이니, 전혀 속임이 있어서는 안된다.

 

하늘을 속이면 제일 나쁜 일이고, 임금이나 어버이를 속이거나 농부가 같은 농부를 속이고 상인이 동업자들 속이면 모두 죄를 짓게 되는 것이다.

 

단 한가지 속일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그건 기의 입과 입술이다. 아무리 맛없는 음식도 맛있게 생각하여 입과 입술을 속여서 잠깐 동안만 지내고 보면 배고픔은 가셔서 주림을 면할 수 있을 것이니, 이러해야만 가난을 이기는 방법이 된다.

 

금년 여름에 내가 다산에서 지내며 상추로 밥을 싸서 덩이를 삼키고 있을 때 구경하던 옆사람이 "상추로 싸먹는 것과 김치 담가 먹는 것은 차이가 있는 겁니까?"라고 물었다.

 

그래서 나는 거기에 답해 "그건 사람이 자기 입을 속여 먹는 방법입니다."라고 말하여, 적은 음식을 배부르게 먹는 방법에 대하여 이야기해 준 적이 있다.

 

어떤 음식을 먹을 때마다 이러한 생각을 지니고 있어야 하며, 맛있고 기름진 음식만을 먹으려고 애써서는 결국 변소에 가서 대변보는 일에 정력을 소비할 뿐이다.

 

그러한 생각은 당장의 어려운 생활처지를 극복하는 방편만이 아니라 귀하고 부유하고 복이 많은 사람이나 선비들이 집안을 다스리고 몸을 유지해가는 방법도 된다.

 

근과 검, 이 두 글자 아니고서는 손을 댈 곳이 없는 것이니 너희들은 절대로 명심하도록 하라(1810년 9월에 다산동암에서 쓰다-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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