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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3부, 고관대작보다는 가난한 선비에게 ) -정약용 지음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3​부​ 둘째형님께 보낸 편지 아우 약횡에게 들려주는 말 又爲舍弟若鐄贈言 고관대작보다는 가난한 선비에게 중국의 경서[예기]에서는 덕에 힘쓰는 것이 최상이요, 그 다음은 베풀고 보답하는 일에 힘써야 한다고 했다. 온세상의 근심과 기쁨, 즐거움과 슬픔은 모두 베풀고 보답함에 따라 얻게 되는 일이다. 그러나 장씨(張氏)에게 베풀었다고 이씨(李氏)에게 보답받고 집안에서 분노했던 일을 저자에서 화풀이하기도 하는데, 이치상 그러 수 있다. 하늘의 도(道)는 넓고 넓어 결코 베푸는 일에서만 보답받지는 않는다. 그런 이유로 옳은 사람들은 보답받을 수 없는 일에 은혜르 베푸는 일을 귀하게 여기는 것이다. ​ 만약 왼손으로 물건을 주고 오른손으로 값을 요구한다면, 이것은 장사꾼의 일이지.. 더보기
​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3부, 밥 먹는 것과 잠자는 것도 잊고) -정약용 지음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3​부​ 둘째형님께 보낸 편지 밥 먹는 것과 잠자는 것도 잊고 答仲氏 ​ 지금 [논어]를 연구하지 않는 사람들은 사서(四書) 분야에는 결코 누락된 해석이 없다고 말합니다. 굉보(紘父)*가 과거공부로부터 돌아와 발분하여 경학과 예학 분야에 몸을 바치고 있는데, 그를 가르치려다보니 안경을 쓰지 않고는 임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하고 보니 여기에도 떨어진 볏단이 있고 저기에도 남은 이삭이 있으며, 여기에 거두지 않은 볏단이 있고 저기에 거두지 않은 늦벼가 있어서, 전도가 낭자하여 이루 다 수습하지 못할 지경입니다. 어린시절 새벽에 밤나무 동산에 나갔다가 갑자기 난만히 땅에 흩어져 있는 붉은 밤알들을 만나 이루 다 주울 수 없는 것과 같은 격이니 이를 장차 어떻게 하면.. 더보기
​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3부, [주역]의 연구방법) -정약용 지음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3​부​ 둘째형님께 보낸 편지 귀양살이의 괴로움을 잊는법 [주역]의 연구방법 [주역]에 관한 조그만 연구서는 둘째아이 학유에게 공부감으로 준 것인데, 그 애가 벌써부터 즐겨 하지 않기에 책상 위에 그냥 놓아둔 것을 때대로 자세히 읽어보고는 껄껄 웃노라니 귀양살이 괴로움을 잊을 만합니다. 몇해 전의 초고를 열람해보니 갈지 않은 옥이요, 제련하지 않은 광석이요, 아직 찧지 않은 겨 붙은 벼요, 뼛속이 드러나지 않은 껍질이요, 아직 굽지 않은 도자기며 설익은 목수와 같습니다. [시경]에 '절차탁마'라 했는데 바로 이를 두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며칠 전에 또 하나의 효(爻)를 고쳤습니다. 만약 제가 앞으로 10년의 시간을 더 갖고서 [주역]공부를 마친다 해도 또 고쳐.. 더보기
​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3부, 주자의 학설에도 잘못이 ) -정약용 지음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3​부​ 둘째형님께 보낸 편지 귀양살이의 괴로움을 잊는법 주자의 학설에도 잘못이 송나라 이후 7백년 동안 온세상 사람들이 초명한 지혜를 모두 동원하여 사서(四書)의 의미를 연구해왔기 때문에 사서에는 더 연구할 분야가 거의 없다고 했습니다. 저도 사서를 읽다가 더러 새로운 의미를 찾아내는 수가 있어 기발하다고 뛸 듯이 기뻐하다가도 그뒤에 여러 연구가들의 경서에 대한 학설을 보고는 규명된 지 이미 오래되었음을 깨닫곤 할 때가 있었습니다. ​ 그렇지만 착함이 무엇인가를 밝혀낸 후에야 착함을 선택할 수 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연구된 학설들을 읽을 때마다 이전 사람들을 보건대 선유(先儒:주자)의 학설에 대해서는 그릇된 의미도 고칠 생각을 못하고 그대로 고집하고 있으니.. 더보기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3부, 입후의 기준) -정약용 지음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3​부​ 둘째형님께 보낸 편지 입후의 기준 答仲氏 입후에 대한 일을 고의(古義)에 기준하여 보면, 학초의 경우는 법으로 보아 마땅히 후사가 없어야 합니다. 형이 죽으면 아우에게 미치는 것이 옳긴 하지만, 고법(古法)에는 지자(支子)에게 후사가 없으면 대가 끊어집니다. ​ 아버지를 이을 종자(宗子)는 형제의 아들 가운데서 데려오고 할아버지를 이을 종자는 종형제의 아들 가운데서 데려오고 증조(曾祖)를 이을 종자는 재종형제의 아들 가운데서 데려오는 것이니, 혈연관계가 있으면 입후하는 것이 예입니다. 이것이 바로 대강령(大綱領)입니다. ​ 아버지가 계신데 큰아들이 후사 없이 죽었다면 후사를 세우지 않는 것이고,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큰아들에게 후사가 없다면 후사를 세워야.. 더보기
​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3부, [시경] 에 대하여) -정약용 지음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3​부​ 둘째형님께 보낸 편지 조카는 장차 큰 그릇이 될 것입니다 上仲氏 [시경] 에 대하여 요사이[시경] [소서(小序)]를 읽어보았더니 정말 너무 잘못된 것이 많더군요. 그것이 공자 학통의 옛 글이 아님이 확실합니다. 한나라 학자들 가운데서 좀 나은 사람이라면 이 정도 잘못을 저지르진 않았을 것입니다. 그것은 위굉(衛宏)*이 지은 것이 분명합니다. 주자의 큰 안목으로써 정확히 꿰뚫어보고 당나라나 송나라 때의 비루한 습속을 한차례 씻어내긴 했지만, 다만 [국풍]으로 말한다 해도 [주남(周南]에서 [정풍(鄭風]* 10까지의 95편 안에 부인들의 작품이라고 했던 시가 43편이나 될 정도로 많았습니다. 옛사람이 말하길 "부인들이 글자를 해득할 수 있으면 물의를 일으키는 수가.. 더보기
​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3부, 상례에 대하여) -정약용 지음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3​부​ 둘째형님께 보낸 편지 상례에 대하여 答仲氏 성옹(星翁)의 명정(銘旌)에 대한 제도는 너무 소략하고 예법에 맞지 않는 것으로 옛사람의 뜻이 아닙니다. 명정은 마땅히 3척(尺)의 제도(주척 周尺을 사용함-지은이) 를 회복하여 중목(重木)에 꽂는다면 혼백(魂帛)*의 오류도 바로잡을 수 있고, 또한 대단히 해괴한 풍속으로 치부되지도 않을 것입니다. 모르겠습니다만 어떻습니까? ​ 삼우(三虞)가 졸곡(卒哭)이 되는 것*이 이와 같이 정확하니 이또한 의심없이 바로잡아야 합니다. 다만 상관(喪冠)에 승무(繩武)*하는 법과 최의(衰衣)에 연미(燕尾)*하는 제도를 하루아침에 바꾸어 없애버리면 아마 대단히 괴상하다고 할 텐데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우리 형제의 자질(子姪)들은 오직.. 더보기
​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3부, 형제간의 학문 토론) -정약용 지음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3​부​ 둘째형님께 보낸 편지 형제간의 학문 토론 答仲氏 ​ 예서(禮書)에 대한 연구는 지난가을 이래 많은 질병에 시달리느라 초고를 끝마친 것이 극히 적었습니다. 초본(草本) 5편(編)*을 부칩니다만 모두가 절단되고 뒤섞여 문리(文理)가 통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중에는 또 처음의 견해를 바꾸어 정본으로 삼고서도 초본에는 고치지 않은 것이 있는데 우선 심심풀이로 봐주십시오. 중간의 초본은 이미 집으로 보내어 아이에게 탈고하게 하였으니, 돌아와야만 질문할 날이 있게 될 것입니다. 이것이 비록 초본이기는 하지만 그중에 잘못된 해석이 있으면 조목조목 논박해서 가르쳐주시고 의당 절차탁마(切磋琢磨)하여 정밀한 데로 나아가게 해주십시오. 그러다가 더러 갑이다 을이다 서로 우기며 분.. 더보기
​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3부, [주역]에 대하여) -정약용 지음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3​부​ 둘째형님께 보낸 편지 성인들의 책을 읽고 말씀 올립니다 答仲氏 [주역]에 대하여 [주역]으로 말하더라도 요즘 사람은 하늘을 섬기지 않는데 어찌 감히 점을 칠 수 있겠습니까? 한선자(韓宣子)*가 노(魯)나라에 사신으로 가서 역상(易象)을 보고서, "주나라의 예(禮)가 노나라에 있구나"라고 하였습니다. [역전(易箋)]*을 자세히 보면, 서주(西周)의 예법 가운데 환히 알 수 있는 것들이 부지기수인데, 지금 점치는 것이라 하여 그 예법마저 고찰하려 하지 않는대서야 되겠습니까? 공자는 점치는 것 외에 별도로 [단전(彖傳)]과 [대상전(大象傳)]*을 지었으니, [주역]이 어찌 점치는 책일 뿐이겠습니까? 옛날에는 봉건제도를 썼으나 지금은 쓰지 않고, 옛날에는 정전.. 더보기
​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3부, [주례] 에 대하여) -정약용 지음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3​부​ 둘째형님께 보낸 편지 성인들의 책을 읽고 말씀 올립니다 答仲氏 [주례] 에 대하여 [주례(周禮)]는 옛사람 역시 믿지 않은 이가 많았는데 모두 학문이 얕아서였습니다. 비록 왕안석(王安石)*이 믿긴 하였으나 그 이면을 깊이 알지는 못했고 오직 주자만이 알고서 믿었습니다. 그러나 정현의 주(注)는 10에 6,7은 잘못되었는데도 선유들이 모두 정현을 믿었으니 이것이 한스럽습니다. ​ 제가 만약 병 없이 오래 산다면 [주례] 전체에 대한 주를 쓰고 싶은데 아침이슬과 같은 목숨이라 언제 죽을지 알지 못하니 감히 마음을 낼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마음속으로는 삼대(三代)의 다스림을 진정 회복하고자 한다면, 이 [주례]가 아니고는 착수할 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