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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3부, [주역]에 대하여) -정약용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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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3​부

둘째형님께 보낸 편지

 

성인들의 책을 읽고

말씀 올립니다

 

答仲氏


 

[주역]에 대하여

 

[주역]으로 말하더라도 요즘 사람은 하늘을 섬기지 않는데 어찌 감히 점을 칠 수 있겠습니까?

 

한선자(韓宣子)*가 노(魯)나라에 사신으로 가서 역상(易象)을 보고서, "주나라의 예(禮)가 노나라에 있구나"라고 하였습니다.

 

[역전(易箋)]*을 자세히 보면, 서주(西周)의 예법 가운데 환히 알 수 있는 것들이 부지기수인데, 지금 점치는 것이라 하여 그 예법마저 고찰하려 하지 않는대서야 되겠습니까?

 

공자는 점치는 것 외에 별도로 [단전(彖傳)]과 [대상전(大象傳)]*을 지었으니, [주역]이 어찌 점치는 책일 뿐이겠습니까?

 

옛날에는 봉건제도를 썼으나 지금은 쓰지 않고, 옛날에는 정전(井田)제도를 썼으나 지금은 쓰지 않으며, 옛날에는 순수(巡守)를 하였으나 지금은 하지 않고, 옛날에는 제사 때 시동(尸童)*을 세웠으나 지금은 세우지 않습니다.

 

점치는 일을 지금 세상에 다시 행하게 할 수 없는 것은 이런 몇가지 일보다 더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는 갑자년(1804)부터[주역]공부에 전심하여 지금까지 10년이 되었지만, 하루도 시초(蓍草)*를 세어 괘(卦)를 만들어 어떤 일을 점쳐본 적이 없습니다.

 

제가 만약 뜻을 얻는다면 조정에 아뢰어 점치는 일을 금하게 하기에 겨를이 없을 것입니다. 이는 오늘날의 복서가 옛날과 같지 않아서 하는 말이 아닙니다.

 

비록 문왕이나 주공이 지금 세상에 태어난다 하더라도 결코 점으로써 의심나는 일을 해결하려 하지는 않을 것이니, 이러한 사리(事理)는 후세의 군자들도 반드시 알 것입니다.

 

그런데 선생께서는 어찌 이러한 뜻을 천명하여 따로 책을 짓지는 아니하시고 [주역]의 원리가 지나치게 밝혀졌다고 근심하시는 것입니까?

무릇 하늘을 섬기지 않는 사람은 감히 점을 치지 않는데, 저는 지금 하늘을 섬긴다 하더라도 점을 치지 않겠습니다.

 

제가 이런 뜻에 매우 엄격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만, [주역]이란 주나라 사람들의 예법이 들어 있는 책이어서 유자(儒者)라면 그 깊이있는 말과 오묘한 뜻을 밝히지 않을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옛날 성인은 모든 깊이있는 말과 오묘한 뜻에 대해 그 단서만 살짝 드러내어 사람들로 하여금 스스로 생각하고 깨닫게 하였습니다.

 

만약 숨겨진 것 없이 모두 훤히 드러나 볼 수 있다면 재미가 없을 것입니다. 지금 이 [역전]은 너무 자세하게 밝혀 놓았으니 이 점에 대해서는 깊이 후회하는 바입니다.

 

 

 

 

*한선자: 중국 춘추시대 진(晉)나라의 대부(大夫)인 한기(韓記)로 '선자'는 그의 시호.

*역전: 다산의 [주역사전]

*단전.대상전:[주역]의 편명

*시동: 옛날 제사 지낼 때 신위(神位)대신으로 그 자리에 앉히던 어린아이.

*시초: 톱풀.엉거사과에 속하는 다년생풀. 고대에는 점칠 때 이 풀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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