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3부
둘째형님께 보낸 편지
성인들의 책을 읽고
말씀 올립니다
答仲氏
[주례] 에 대하여
[주례(周禮)]는 옛사람 역시 믿지 않은 이가 많았는데 모두 학문이 얕아서였습니다.
비록 왕안석(王安石)*이 믿긴 하였으나 그 이면을 깊이 알지는 못했고 오직 주자만이 알고서 믿었습니다.
그러나 정현의 주(注)는 10에 6,7은 잘못되었는데도 선유들이 모두 정현을 믿었으니 이것이 한스럽습니다.
제가 만약 병 없이 오래 산다면 [주례] 전체에 대한 주를 쓰고 싶은데 아침이슬과 같은 목숨이라 언제 죽을지 알지 못하니 감히 마음을 낼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마음속으로는 삼대(三代)의 다스림을 진정 회복하고자 한다면, 이 [주례]가 아니고는 착수할 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을 원성(元聖)*이 손수 지었는지는 확실하게 말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주나라가 동쪽으로 옮긴 뒤에 나왔다는 증거는 결코 잡아낼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주례]에 대해 감히 경솔히 그 뜻을 어길 수 없으니 환종(圜鍾)과 협종(夾鐘)*을 어떻게 마음대로 바꿀 수 있으며, 하지(夏至)와 동지(冬至)에 주악(奏樂)한다는 글을 또 어떻게 분명치 못한 것으로 돌려버릴 수가 있겠습니까.
*왕안석: 중국 송나라 때 정치가. 신법(新法)을 시행하였고, 당송팔대가(唐宋八大家)의 한 사람으로 꼽혔다. [주례]를 중시하여 정치제도에 많이 응용했다.
*원성: 중국 주나라 때 주공(周公)
*환종.협종: 환종과 협종은 같은 말인데 12율 중 육려(六呂)의 제5의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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