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글귀
행복의 충격 -김화영 지음
제목에서 느낄수 있는 것은 '가볍고 편안하게 읽을수 있겠다'는 것이었다. 추석연휴를 맞아 집에 모셔놓은 책중 여유롭고 편안해 보이는 제목으로 집어든 책이다.
한번 훝어보니 '생각보다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닌가?' 하는 깊이감이 느껴진다. 주루룩 책을 넘기다 제일 먼저 딱 멈춘 글귀는 침묵에 대해서다.
"침묵보다도 더욱 무한한 공간의 느낌을 환기하는 것은 없다. 나는 그 같은 공간 속으로 들어갔다. 소리는 넓이에 채색을 하고 공간에 어떤 음적 音的인 육체를 준다.
그러나 소리의 부재는 공간을 순수한 공간으로 남겨두게 되어, 광대한 것, 무한한 것, 심원한 것의 감정이 되게 한다.
침묵 속에서 우리를 사로잡는 것은 바로 이런 감정이다. 그 감각이 내 마음을 빼앗아서 나는 몇 분간 밤의 평화가 소유한 이 위대함과 혼연일체가 된다."
-p114
침묵을 좋아한다. 그래서 머문 글귀일까? 침묵에 대한 예찬은 다시금 돌아보게 하는 힘이 있다.
침묵은 아무말도 없이 잠잠한 상태지만 그속에는 너무나 많은 생각과 대화와 상상과 창조가 살아숨쉰다.
어쩌면 말보다 더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할 때도 있다.
처음부터 다시 한장씩 책장을 넘긴다.
"떠난다" 라는 키워드를 만난다. 떠남은 곧 돌아오고 싶은 욕망을 내포하는 것이 아닐까? 떠남과 이동을 말할때 달팽이의 비유가 생각을 머물게 한다.
"달팽이는 세상의 어느 곳에서도 '저의집'속에 있고 어디를 가나 저의 고향, 저의 조국 속에 살고 있다. 그래서 그의 집은 주소가 없다.
달팽이는 쉬 떠나지 못하는 붙박이, 겁 많은 여행자 보다는 유랑하는 유목민이나 집시나 남사당 같은 이들에 가깝다.
달팽이의 생태를 가장 주의 깊게 관찰하고 신기하게 표현한 프랑시스 퐁주는 말한다."도대체 저의 껍질 속에서 일단 몸을 빼낸 후에 움직이지 않는 달팽이를 우리는 생각할 수 없다.
휴식을 취하려 하자마자 그는 저의 속으로 들어가버린다. 부끄러움 때문에 그는 저의 벗은 몸을 내보이는 순간부터는 움직이지 않을 수 없다.
상하기 쉬운 저의 몸을 내보이는 순간 그는 움직이기 시작한다. 자기를 드러내는 순간 그는 떠난다.
그와 반대로 오늘날의 여행자들은 끊임없이 떠나면서도 '저의 집'속에 들어앉아 있고 싶어한다. 움직이고 있는 동안에도 정착하고 있는 사람들."
떠남, 내일, 다른곳, 공간의미래, 행복할 수 있는 장소가 따로 있겠는가?
청춘에게 말한다.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증명된 것이다. 이 특권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때부터 늙기 시작한다.
우리는 떠남의 꿈을 꾸고 있다. 어딘가에 있을것 같은 행복을 위해 떠남의 공포를 무릎쓰고 공간을 이동한다. 그러면서 집에 대한 안락함을 버리지 못한다.
'행복의 충격'이란 제목에 걸맞는 문장이 아닐까 생각하게 하는 문장이다.
"행복한 사람들, 행복해진 사람들이 서로서로 웃고 입 맞추고 손짓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이 마을에 절망한 자가 온다면 참으로 외로울 것이다.
참으로 행복한 사람들은 남을 '위로'할 시간은 없다.
빛 속에 누려야 할 우리들의 행복의 시간도 촉박하다. 그러나 우리는 이곳에서 처음으로 슬픔뿐만 아니라 행복도 함께 나눌수 있는 것임을 확인하게 된다. "
행복의 시간이 촉박하다. 한 평생 살면서 행복을 느끼는 시간이 얼마나 될따? 감정의 일렁임이 멈추지 않는 청춘, 어깨의 짐으로 행복을 느끼기 힘든 중년, 지나간 시간의 아쉬움으로 다가오는 노년이다. 빛의 속도로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순간순간 행복을 느껴야 한다. 행복할 시간은 따로 있지 않다. 행복한 시간은 기다려 주지 않는다.
청춘을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노인이 저자를 보며 한 말이 '청춘의 예찬'에 더할수 없는 끄덕임을 만난다.
"나는 당신이 동양에서 왔기 때문에 좋아하는 것은 아닙니다. 당신이 많은 공부를 했기 때문에 좋아하는 것도 아닙니다. 당신이 시인이기 때문에 좋아하는 것도 아닙니다.
당신이 젊기 때문에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나는 당신의 청춘에 깊은 질투를 느낍니다.
많은 사람들이 다 소유하는 것이라고 해서 청춘이 흔한 것은 아닙니다. 청춘보다 더 높은 긍지는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에 간행한 그의 시집 두 권을 나에게 주면서 "늙은 나무가 젊은 태양에게 바침"이라고 서명하였다. 나는 내 반생 동안 이보다 더 큰 찬사를 받아본 일이 없다."
행복의 충격 -김화영 산문집
▶한줄 정리
"행복을 누릴 시간도 촉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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