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진보 -화견 엮음
위좌승에게 드림
-두보
101. 위좌승에게 드림 -두보
위좌승은 당시 좌승 벼슬을 하고 있었던 위제(韋濟)를 가리키며, 좌승은 상서성(尙書省)의 차관보(次官補)으로 요직이었다. 이 시는 두보가 자신의 포부를 밝히고 조정에서 자신을 써 주지 않아 물러가는 심정을 호소하면서, 좌승에게 자신을 천거해 달라는 간곡한 부탁과 함께 일이 여의치 않을 때에는 멀리 떠나겠다는 고별 인사를 겸한 글이다. 이 시에서 두보는 자신의 학문과 시문에 대한 대단한 자신감을 표명하고, 천하에 도를 펼 것을 피력하였다.
고관과 귀족들은 굶어 죽는 일 없으나,
선비들은 몸을 그르치는 일이 많다오.
좌승께서는 제 말씀 잘 들어보소서.
천한 몸이 온갖 사정 다 말씀드리리다.
제가 옛날 젊은 시절에는,
일찍이 장안으로 과거 보러 갔었다오.
책을 읽은 것만도 만 권이 넘었으며,
붓을 들면 신들린 듯 명문을 지었다오.
지은 부로는 양웅에 필적할 만하고,
지은 시로는 조식과 견줄 만하다오.
이옹 같은 명사도 저와 사귀길 바랐고,
왕한 같은 호협도 이웃하길 원했다오.
스스로 매우 뛰어난 인물이라 여겨서.
당장 조정의 요직에 오르려 했다오.
천자를 보필하여 요순 위에 서도록 하고,
다시 세상 풍속을 순박히 만들려 했다오.
이런 뜻이 끝내 쓸쓸하게 되어 버렸으나,
길 가며 노래 부를망정 세상 등지지 않았다오.
나귀 타고 가난하게 살아온 지 30년에,
장안의 봄을 나그네 신세로 살아왔다오.
아침이면 부잣집의 문을 두드리고,
저녁이면 귀인의 행차를 따라다녔소.
남은 술과 식은 안주를 먹으며,
가는 곳마다 슬픔과 고통 맛보았다오.
천자께서 마침 어진 선비 구하신다기에,
홀연히 품은 뜻을 펴 보고자 하였는데,
푸른 하늘 날려다 오히려 날개 껶었고,
맥빠져서 마음대로 노닐 수 없었다오.
좌승의 두터운 뜻에 매우 부끄럽고,
좌승의 진실됨을 심히 잘 알고 있다오.
좌승께선 언제나 백관 위에 계시면서,
외람되게도 제가 지은 시구를 외우셨지요.
공우가 기뻐한 걸 저 역시 본받고 싶으니,
자사의 가난은 참으로 견디기 어렵다오.
어찌 속으로 불평만 할 수 있으리오?
다만 이곳 저곳 바삐 돌아다닐 뿐이지요.
금방 동쪽 바다로 들어가려 하다가도,
곧 다시 서쪽 장안으로 가려고도 한다오.
그러면서도 종남산을 항상 잊지 못하여,
머리 돌려 맑은 위수 가를 바라본다오.
항상 한 끼 밥의 은혜도 갚으려 하거늘
하물며 님 곁을 떠남에 어찌 감회 없으리오.
갈매기처럼 바다 저쪽 아득히 날아가려 하니,
만 리 밖 갈매기를 누가 길들일 수 있으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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