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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문진보 -화견 엮음
위팔 처사에게 드림
-두보
살아가면서 서로 만나지 못함은,
자칫 삼성과 상성 같기 때문이네.
오늘 밤은 또 어떤 밤이기에,
함께 이렇게 촛불 아래 않았나?
젊은 날은 그 얼마나 되리오.
귀밑머리 벌써 희끗해졌는데.
엣 친구 찾아보면 이미 반은 귀신 되어,
놀라 소리치니 뱃속이 뜨거워지네.
어찌 알았으랴, 이십 년 만에
다시 그대 집에 오르게 될 줄,
옛날 헤어질 때 그대 홀몸이었는데,
아이들이 어느덧 줄짓게 되었구려.
기뻐하며 아비 친구에게 인사하고,
어느 지방서 왔느냐고 나에게 묻네.
미처 나의 대답 끝나기도 전에,
아이들이 술상을 벌여 놓았네.
밤비 맞으며 봄 부추 잘라 오고,
새로 지은 밥에는 노란 좁쌀 섞었네.
만나기 어려울 거라 주인이 말하여,
단숨에 수십 잔을 거듭하였네.
십여 잔을 마셔도 취하지 않으니,
그대 정 여전함에 감동했기 때문이네.
산을 사이에 두고 내일 헤어진다면,
세상일 어찌될지 서로가 망망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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