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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문진보 -화견 엮음
미인
-두보
세상에 둘도 없는 절세 미인이,
텅 빈 골짜기에 조용히 숨어 사네.
자기는 원래 양가집 딸이었는데,
영락하여 의지할 곳 없다 하네.
장안 땅이 옛날 전란에 짓밟힐 때,
형제들은 모두 죽임을 당했다네.
벼슬이 높았음을 말해 무엇하리?
육친의 골육조차 거두지 못했는데,
세상의 인정 몰락한 집안 싫어하니,
세상만사 촛불 옮기어 감과 같은 것,
남편은 경솔하고 야박한 사람이라.
새 사람 얻었는데 구슬같이 아름답네.
합혼초도 오히려 때를 알고,
원앙새도 홀로 자지 않거늘.
오직 새 사람 웃는 낯만 쳐다보니,
어째 들으리요, 옛 아내의 울음소리,
산에 있어야만 샘물이 맑은 거지,
산을 나오면 샘물이 탁해진다네.
하녀가 구슬을 팔고 돌아와서는,
덩굴 당겨 초가의 지붕을 고치네.
꽃을 꺾어 머리에 꽂지 않으려고,
측백잎 따다 보니 이내 손 가득 차네.
날이 차져 비취빛 옷 얇긴 하지만,
해질 무렵 긴 대나무에 몸을 기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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