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3부, 혜성이 나타나니 불길하군요 ) -정약용 지음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3​부​

둘째형님께 보낸 편지

 

둘째형님께서는 깊이

생각해주시기 바랍니다.

 

上仲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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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성이 나타나니 불길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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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성(彗星)이 이치는 정말로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만, 조용히 그 빛을 살펴보건대 이것은 얼음덩이가 분명합니다.

 

생각건대 물의 기운이 곧장 올라가 차가운 하늘에 이르러 응결한 것인데, 그것이 해를 향한 쪽으로 빛나 밝은 곳을 머리라 부르고 햇빛이 차단되어 희미한 곳을 꼬리라 부르는 것이니, 유성(流星)이 더운 하늘에서 이루어지는 것과 그 이치는 서로 유사합니다.

 

보내주신 글에서는 이것이 지구가 움직이는 확실한 증거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지금 이 혜성은 지난 7,8월에는 두병(斗柄)의 두번재 별과 서로 밀접히 붙어 있었는데(다산의 북쪽 봉우리는 매우 높기 때문에 8월 이후에는 북두칠성 일곱개의 별이 모두 산 밑으로 들어가 컴컴하여 보이지 않음-지은이)8월 그믐쪽에는 점점 높이 떠서 서쪽으로 갔습니다.

 

지금은 초저녁 처음 보일 때 그 높이가 거의 중천(中天)에 가깝고 그 방위는 점점 서쪽에 이르고 있으니 7,8월경와 아주 같지는 않습니다.

 

이것으로 본다면 분명히 별이 움직인 것이지 지구가 움직여서 그런것이 아닙니다. 가령 지구가 운행한다 하더라도 별 역시 옮겨가고 있으니, 이는 별은 한곳에 붙어 있고 지구만 왼쪽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닙니다.

 

또 땅의 기운이 모여서 맺힌 것이라면 붙박히면 붙박히고 떨어지면 떨어질일이지 어떻게 돌 수가 있고 옮길 수가 있단 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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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식과 월식이 일어나는 것은 명백히 궤도상 그렇게 되어 있는 것이니 이것은 재앙이 아닙니다.

 

이 혜성에 이르러서는, 상례(常例)를 벗어난 아주 특별한 현상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 길흉에 대한 응험은 분명하게 말할 수 없으나 요컨대 무심히 보아넘길 것은 아닙니다.

 

전에 외사(外史)를 보았더니, 옛날 어떤 사람이 푸른 하늘을 쳐다보다가 칼(刀劍)의 형상이 있는 것을 보고는 그 지방에 큰 흉년이 올 것을 알았는데 과연 백성들이 다 죽었다고 합니다.

 

생각건대 그 사람이 보았던 것도 역시 이런 종류로 백성들의 피해를 일괄적으로 말할 수는 없겠으나 그 규모가 큰 것만도 세곳이나 되었다니, 어찌 근심할 일이 없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무진년(1808)에 관연 백성들이 죽는 참상이 일어나 어리석은 백성들이 말할 수 없이 소란스러웠으니 매우 걱정스럽습니다.

 

금년 3월 18일에 있었던 곡식비*의 이변도 괴이합니다. 이 지방에 내린 것은 흰불콩 같은 곳도 있고 개맨드라미씨(계관자 鷄冠子-지은이)같은 것도 있고 메밀 같은 것도 있고 팥 같은 것도 있어 모두 네종류였습니다.

 

이곳 산에서 주웠던 것은 흰불콩과 개맨드라미씨 두종류뿐이었습니다. 이것의 이치는 혜성과 비교하여 더욱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생각건대 본래 깊은 산이나 큰 섬에는 이러한 초목의 열매가 있기 마련인데, 그것이 일시에 바람에 날려 하늘에 흩어졌다가 땅에 퍼지는 것은 바로 귀신의 소행으로 애오라지 사람을 놀라게 하니, 이 역시 상서롭지 못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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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갑자년(1804) 4월에는 강진(康津) 읍내에서 뿔이 난 말을 보았습니다.

 

그 모양은 견율(繭栗)같았는데, 칼로 베어내고 불로 지졌으나 하룻밤 사이에 그전처럼 다시 돋았습니다(바로 백도방 白道坊에 사는 노씨 盧氏의 말이었다-지은이).

 

이 몸이 돌아가지 못한 상태에서 이 두가지(하늘에서 내린 곡식과 말에서 나온 뿔-지은이)를 보았으니 오랫동안 돌아가지 못할 것임을 알겠습니다. 따라서 옛말은 모두 근거가 있는 것임을 비로소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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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식비: 하늘에서 곡식이 내리는 괴이한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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