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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3부, 개고기를 삶아먹는 법) -정약용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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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3​부

둘째형님께 보낸 편지

 

둘째형님께서는 깊이

생각해주시기 바랍니다.

 

上仲氏


 

개고기를 삶아먹는 법

 

도인법(導引法)*은 분명히 유익한데 게으르고 산만하여 할 수 없을 따름입니다.

 

보내주신 편지에서 "짐승의 고기는 전혀 먹지 못한다"라고 하셨는데 이것이 어찌 생명을 연장할 수 있는 도(道)라고 하겠습니까?

 

섬 안에 산개(山犬)가 천마리 백마리뿐이 아닐 텐데, 제가 거기에 있다면 5일에 한마리 씩 삶는 것을 결코빠뜨리지 않겠습니다.

 

도중에 활이나 화살, 총이나 탄환이 없다고 해도 그물이나 덫을 설치할 수야 없겠습니까?

 

이곳에 어떤 사람이 하나 있는데, 개 잡는 기술이 뛰어납니다. 그 방법은 이렇습니다.

 

먹이통 하나를 만드는데 그 둘레는 개의 입이 들어갈 만하게 하고 깊이는 개의 머리가 빠질 만하게 만든 다음, 그 통 안에 사방 가장자리에는 두루 쇠낫을 꽂는데 그 모양이 송곳처럼 곧아야지 낚시바늘처럼 굽어서는 안됩니다.

 

통의 밑바닥에는 뼈다귀를 묶어놓아도 되고 밥이나 죽 모두 미끼로 할 수 있습니다.

 

낫은 박힌 부분을 위로 가게 하고 날의 끝은 통의 아래에 있게 해야 하는데 , 이렇게 되면 개가 주둥이를 넣기는 수월해도 다시 꺼내기는 거북합니다. 또 개가 이미 미끼를 물면 그 주둥이가 볼록하게 커져서 사면(四面)으로 찔리기 때문에 끝내는 걸리게 되어 공손히 엎드려 꼬리만 흔들 수밖에 없습니다.

5일마다 한마리를 삶으면 하루이틀쯤이야 생선요리를 먹는다 해도 어찌 기운을 잃는 데까지야 이르겠습니까?

 

1년 365일에 52 마리의 개를 삶으면 충분히 고기를 계속 먹을 수 있습니다.

 

하늘이 흑산도를 선생의 탕목읍(湯沐邑)*으로 지정하여 고기를 먹고 부귀를 누리게 하였는데도 오히려 스스로 고달픔과 괴로움을 택하다니, 역시 사정에 어두운 것이 아니겠습니까?

 

들깨 한말을 이편에 부쳐드리니 볶아서 가루로 만드십시오. 채소밭에 파가 있고 방에 식초가 있으면 이제 개를 잡을 차례입니다.

또 삶은 법을 말씀드리면, 우선 티끌이 묻지 않도록 달아매어 껍질을 벗기고 창자나 밥통은 씻어도 그 나머지는 절대로 씻지 말고 곧장 가마솥 속에 넣어서 바로 맑은 물로 삶습니다.

 

그러고는 일단 꺼내놓고 식초, 장, 기름, 파로 양념을 하여 더러는 다시 볶기도 하고 더러는 다시 삶는데 이렇게 해야 훌륭한 맛이 나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박초정(朴楚亭:박제가)의 개고기 요리법입니다.

병풍의 글씨는, 비록 채양(蔡襄)이나 미불(米芾)*이라 하더라도 이처럼 오래도록 폐기된 상태에 있었다면, 어떻게 글씨를 쓸수가 있겠습니까?

 

게다가 눈은 어둡고 어깨는 아프니 빈풍(​)의 시(詩) 8장(章)을 어떻게 쓸 수 있겠습니까? 마지못하여 산거(山居) 8수(首)로 대신할 따름입니다.

 

*도인법: 몸을 굽혔다 폈다 하며 신선한 공기를 체내에 끌어넣는다는 도가(道家)의 양생법(養生法).

 

*탕목읍: 그 읍(邑)에서 거두는 구실로 목욕비용을 충당하는 읍이라는 뜻

 

*채양.미불: 두 사람 모두 중국 송나라 때 글씨와 그림에 뛰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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