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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3부, [성경지도]에 대하여) -정약용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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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3​부

둘째형님께 보낸 편지

 

둘째형님께서는 깊이 생각해주시기 바랍니다.

 

上仲氏


 

[성경지도]에 대하여

 

[성경지도(盛京地圖)]는 세번이나 원고를 고친 뒤에야 다른 여러 글들과 겨우 서로 맞게 되었는데, 참으로 천하의 진귀한 책이자 우리나라의 더없는 보물입니다.

 

문인이나 학사는 이 지도를 보지 않고 동북 지방의 형세를 논할 수 없을 것이며, 장수나 군주(軍主)는 이 지도를 보지 않고 양계(兩界)의 방어를 논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제 그것을 보건대, 이세적(李世勣)*이 고구려를 공격했을 때 의주(義州)를 경유하지 않고 곧장 흥경(興京)에서 남쪽 창성(創成)으로 나왔는데, 그 사이의 산천과 도리(道理)가 손바닥을 보듯이 명료합니다.

 

강홍립(姜弘立)*이 불벌할 때도 창성에서 홍경으로 향하려 했는데, 그 연한 고깃덩이를 호랑이에게 던져주던 형세가 환하게 눈에 들어옵니다. 그러니 이 지도가 어찌 소홀히 여길 물건이겠습니까?

 

백두산을 형성한 산줄기는 대개 서북쪽 몽골 땅에서부터 시작해서 머리를 들이밀었는데, 동남쪽으로 대지(大池)에 이르기까지의 수천리가 대간룡(大幹龍)*이 됩니다.

 

대간룡을 기준으로 서쪽의 물은 모두 요수(遼水)로 모이는데 요하(遼河)의 동족과 큰 물줄기의 서쪽에 위치하는 지역이 곧 성경(盛京)과 홍경이 있는 곳으로 옛날 고구려의 강역(疆域)이었던 고시며, 요하의 남쪽과 창해(滄海) 북쪽 사이의 지역이 바로 요동(遙東)의 여러 군현(郡縣)이 있는 곳입니다.

 

대간룡 동쪽의 물은 모두 혼동강(混同江)으로 모여 북쪽 흑룡강(黑龍江)에 들어가는데, 무릇 대간룡 동쪽 지역은 삼대(三代)에는 숙신(肅愼), 한대(漢代)에는 읍루(揖累), 당대(唐代)에는 말갈(靺鞨), 송대(宋代)에는 여진(女眞)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런데 오늘날의 청나라도 여기에서 일어났으니, 지금의 오라(烏喇)와 영고탑(寧古塔)이 바로 그지역입니다. 영고탑에서 동쪽으로 바다에 이르는 3천여리의 땅은 토지가 광활합니다.

 

무릇 지도를 제작하는 데는 언제나 지지(地志)의 축척법(縮尺法)을 준수해야 하니, 지구가 둥글다는 올바른 이치를 모르면 아무리 짧은 거리라도 분명치 못하게 되어 결국은 어떻게 할 수 없는 폐단이 발생하게 됩니다.

 

경위선(經緯線)을 곤여도(坤輿圖)처럼 표시한다면 매우 좋습니다만, 그렇게 하지 못할 경우에는 천리를 그릴 때마다 그 사각형의 공간을 확정하고는 먼저 지지를 검토하여 4개의 직선이 서로 교차하는 지점의 축척을 바르게 잡아야 합니다.

 

만약 종횡 5천리의 지도를 제작하는 경우, 남북으로 5층(層), 동서로 5가(哿)의 선을 그리고 먼저 그 층과 가가 경계를 이루는 선(線)에 네개의 직선이 교차하는 지점의 축척을 바르게 잡는다면, 그 사방 천리 되는 한구역 안에 군(郡) 현(縣) 산천(山川)을 나누어 배치함에 있어 융통성이 생겨 하릴없이 허둥대는 폐단이 발생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비록 지지를 그대로 따랐다 하더라도 끝내 지도를 완성할 수 없을 것입니다.

 

지구가 둥글다는 이치를 알지 못하는 사람은 어떻게 할수 없는 폐단이 생길 때마다 반드시 지지는 믿을 수 없다고 탓하는데, 이는 애초부터 주의할 점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지구가 둥글다는 올바른 이치를 깨달은 뒤라야 비로소 지도를 제작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세적: 중국 당나라 때 장수. 고구려를 침략하여 평양을 함락하고 보장왕의 항복을 받아낸 인물로 이적(李勣)이라 불린다.

*강홍립:명종 15~인조 5(1560~1627). 자는 군신(軍信), 호는 내촌(耐村). 1618년 명나라가 요동을 침범한 후금(後金)을 토벌하는 데 명나라의 요청으로 원병을 보낼 때 오도도원수(五道都元帥)가 되어 1만 3천여 군사를 거느리고 출정하였다가 후금에 항복했다. 1627년 정묘호란 때 후금군의 선도(先導)로 입국했다.

*대간룡: 여러 산맥 중 중심이 되는 주맥(主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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