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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독서HAZA365>/책소개,책속글귀-2019년

​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1부, ​양계를 해도 사대부답게) -정약용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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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1부

두 아들에게 보낸 편지

 

사대부가 살아가는 도리


 

​양계를 해도 사대부답게

 

네 형이 멀리서 와서 기쁘기는 하다만 며칠간 함께 지내면서 이야기를 주고받아보니 옛날에 가르쳐준 경전의 이론을 하나도 제대로 대답 못하고 우물우물하니 슬픈 일이로구나. 왜 이렇게 되었겠느냐?

 

어린이날에 화(禍)를 만나 혈기를 빼앗기고, 정신을 지키지 않고 놓아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조금만 정신을 차리고 때때로 점검하고 지난날 배운 것을 복습했더라면 어찌 오늘 이지경에 이르렀겠느냐?

 

한스럽고 한스럽다. 네 형이 이러니 너야 오죽하겠느냐? 문학(文學)이나 사학(史學)에 꽤 취미가 있던 네형이 이렇게 된 것을 보면 전혀 손도 못 댄 너야 알 만하겠구나.

내가 집에 함께 있으면서 너희들을 가르쳤는데도 듣지 않았다면 이런 일은 다른 집안에서도 혹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 나는 멀리 귀양살이와 풍토병이 심한 남쪽 변방에서 겨우 목숨을 부지한 채 외롭고 불쌍하게 지내면서 밤낮으로 너희들에게 희망을 걸고 마음속에 담긴 뜨러운 마음을 쏟아 편지를 보내고 있는데,

 

너희들은 이것을 한번 얼핏 읽어보고 고리짝 속에 처넣고는 다시는 마음에 두지 않아서야 되겠느냐?

 

 

 

 

네가 양계(養鷄)를 한다고 들었는데 양계란 참으로 좋은 일이긴 하지만 이것에도 품위있는 것과 비천한 것, 깨끗한 것과 더러운 것이 차이가 있다.

 

농서(農書)를 잘 읽고 좋은 방법을 골라 시험해보아라. 색깔을 나누어 길러도 보고, 닭이 앉는 홰를 다르게도 만들어보면서 다른 집 닭보다 더 살찌고 알을 잘 낳을 수 있도록 길러야 한다.

 

또 때로는 닭의 정경을 시로 지어보면서 짐승들의 실태를 파악해보아야 하느니, 이것이야말로 책을 읽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양계다.

 

만약 이(利)만 보고 의(義)는 보지 못하며 가축을 기를 줄만 알지 그 취미는 모르고, 애쓰고 억지 쓰면서 이웃의 채소 가꾸는 사람들과 아침저녁으로 다투기나 한다면 이것은 서너집 사는 산골의 못난 사람들이나 하는 양계다.

 

너는 어떤 식으로 하고 있는지 모르겠구나. 이미 닭을 기르고 있으니 아무쪼록 앞으로 많은 책 중에서 닭 기르는 법에 관한 이론을 뽑아낸 뒤 차례로 정리하여 [계경(鷄經)] 같은 책을 하나 만든다면,

 

육우(陸羽)* 라는 사람의 [다경(茶經)], 혜풍(惠風) 유득공(柳得恭)의 [연경(煙經)]과 같은 좋은 책이 될 것이다. 속사(俗事)에 종사하면서도 선비의 깨끗한 취미를 갖고 지내려면 언제나 이런식으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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