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은 주요 우울 장애 환자뿐 아니라 정상적 슬픔을 경험하는 사람들에게도 처방되어야 하는가?
이 쟁점에 대해 찬반 모두의 합리적 주장들이 존재한다.
우선 정상적 슬픔의 약물치료에 대한 찬성 입장인데,
이는 주로 공식적 치료지침, 증거기반의료 그리고 정부입장문건 등에서 볼 수 있다.
이러한 입장에서는
첫째,
항우울제는 주요 우울 장애와 양극성 장애 전반에 걸쳐 효과적이며, 약물치료의 경제적 편익도 비용을 능가(왜냐하면 방치할 경우 입원, 직업 불능, 자살 시도 등을 초래)한다고 본다.
따라서 경도우울증도 약물치료에서 배제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둘째,
우려해야 할 것은 오히려 항우울제의 과소 사용이며, 사람들로 하여금 항우울제를 적극적으로 찾고 사용하도록 동기화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본다.
우울증은 치료 가능한 질환이고, 의료적 보살핌을 받아야 하며, 항우울제 복용에 대한 낙인화를 극복하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항우울제의 편익에 대한 인식 제고와 교육은 우울증 치료를 최적화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찬성 입장에서는 주장한다.
이에 맞서서 정상적 슬픔의 약물치료를 반대하는 입장이 있는데, 이는 주로 정신의학 외부, 임상연구공동체, 정부기관 등에서 제기하고 있다.
반대 입장에서는
첫째,
정상적 슬픔은 약물치료는 인간 존재의 내재적이고 가치 있는 일부인 정상적 슬픔을 병리적으로 취급하는 것이라고 본다.
둘째,
항우울제의 광범위한 사용은 슬픔을 초래하는 억압적인 상황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수용하도록 사람들을 유도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셋째,
정상적 슬픔의 감정은 사적 자아의 영역이지 의료전문가의 개입과 약물처방이 필요한 공적 우려사항이 아니라고 본다.
넷째,
위와 같은 항우울제의 정치적. 문화적 합의들 외에도, 항우울제가 그 효과와 안전 면에서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고 주장한다.
즉 항우울제는 찬성론자들이 주장하는 것보다 부작용이 흔하고 크다
(예: 성욕 감퇴, 구역질, 설사, 두통 등)는 것이다.
특히 복용 초기에 청소년에게서 자살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되어왔다.
또한 항우울제의 효과 역시 크게 과장되어 있는데, 특히 경도우울증에서는 항우울제의 효과(70퍼센트)가 플라시보 효과(60퍼센트)에 비해 10퍼센트밖에 높지 않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항우울제의 위험과 부작용에 대해서 영국의 데이비드 힐리[Let Them Eat Prozac](2004)이라는 책을 통하여 강력히 경고한 바 있다.
항우울제를 둘러싼 논쟁에 대해 잠정적 결론을 내려보자면 이렇다.
항우울제의 광범위한 인기(이미 1994년에 프로작은 세계2위의 판매약이 됨)로 보았을 때, 비판가들이 주장하듯이 항우울제의 효과가 그렇게 제항적이고 그 부작용이 그렇게 크리라고는 믿기 어렵다. 더구나 임상연구에서 항우울제의 효과는 과소평가될 수 있는데, 실제 상황에서 환자의 의사들은 임상연구처럼 단일한 약이 아니라 복수약을 사용하므로 그 효과는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정상적 슬픔, 즉 경도우울증의 치료에 약물 사용을 공공정책이 '권장'해야 할 설득력 있는 이유는 찾기 어렵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우울증의 원인에 대한 논쟁과는 별개로, 적어도 항우울제의 사용에 관한 한 주요 우울 장애와 정상적 슬픔은 명확히 구분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항우울제의 사용은 현재로선 전자에 국한하고 후자에 대한 사용여부는 보다 면밀한 의학적 연구와 광범위한 사회적 논의를 거쳐 조심스럽게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환석
불확실한 시대의 과학 읽기 中 - 김동광, 김명진 외 6명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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