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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작가/마음속 글귀-2018년

마음속 글귀-김치냉장고를 들여다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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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냉장고를 들여다보니

김치찌개를 끓이려고 김치냉장고 문을 열었다. 집에 있는 김치냉장고는 세로문이 아닌 200ℓ가량의 가로문이다. 김치냉장고 안은 엉망이다. 널브러져 밑을 막고 있는 캔커피와 음료수들 김치냉장고는 맨 아래 깔려 있다. 손으로 하나하나 캔과 뒤죽박죽된 물건을 하나하나 들어내는 수고를 하고서야 김치통이 모습을 드러낸다.

뒤죽박죽 엉망진창, 그 덕에 김치찌개 끓이려다가 김치냉장고 청소까지 하고 나니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빈 김치통을 가져왔다. 캔커피와 음료를 따로 담는다. 야채를 다른 김치통에 담아서 분류를 했다. 분류의 중요성을 느끼는 순간이다. 서로 뒤섞여 엉망이 된 것을 종류별로 담아두니 찾기도 쉽고 공간 활용에도 용이하다.  

뒤죽박죽이 된 지식과 정보를 분류하는 작업이 중요함을 새삼 느낀다. 카테고리를 나누어 따로 담아 두어야 한다. '다산 선생 지식경영법'에서 인용한 [소학 추천서[의 글이다.


[소학 주천서]
촉땅의 아이가 고운 구슬 수천 개를 얻었다. 보고 기뻐서 품에 넣고, 옷자락에 담고, 입에 물고, 두 손에 움켜쥐기도 하여, 동쪽으로 낙양에 가서 팔려고 했다. 막상 길을 떠난 후, 지쳐서 앞섶을 헤치면 품었던 구슬이 떨어지고, 물을 건너다 몸의 숙이면 옷자락에 담았던 것이 흩어졌다.

기쁜 일을 보고 웃거나 말할 일이 있어 입을 열면 머금고 있던 구슬이 튀어나았다. 벌이나 전갈, 살무사나 도마뱀처럼 사람을 헤치는 물건과 갑작스레 맞닥뜨리면, 그 근심에서 자기를 지키려고 손에 쥐고 있던 구슬을 놓치고 말았다. 마침내 절반도 못 가서 구슬은 다 없어져 버렸다. 실망해서 돌아와 늙은 장사꾼에게 이 일을 말해주었다.

장사꾼이 말했다.


​"아아, 아깝구나! 왜 진작 오지 않았나? 고운 구슬을 나르는 데는 방법이 따로 있단다.
먼저 좋은 명주실로 실을 만들고, 빳빳한 돼지털로 바늘을 만든다. 푸른 구슬은 꿰어 푸른 꿰미를 만들고, 붉은 것은 꿰어 붉은 꿰미를 만든다. 감색과 검은색 자줏빛과 누런빛도 색깔 따라 꿰어, 남방의 물소 가죽으로 만든 상자에 담는다. 이것이 고운 구슬을 나르는 방법이다. 이제 네가 비록 만 섬이나 되는 구슬을 얻었다 해도 꿰미로 이를 꿰지 않는다면 어딜 가도 잃어버리지 않을 수가 없을게다."

 
​오늘날 학문하는 방법도 이와 다를 것이 없다.
무릇 온갖 경전과 제자 백가의 책에 나오는 사물의 이름이나 많은 목록은
모두 고운 구슬이라고 할 수 있다.
꿰미로 이를 꿰지 않는다면 또한 얻는 족족 잃어버리고 말 것이다.
[소학 주천서]

일상 속에서 책 속 글귀가 오버랩된다.
정리의 힘을 깨닫게 된다.
책 속 글귀는 생활 속에 은은하게 스며든다.
가랑비에 옷이 젖듯 나도 모르는 사이 책은 내 삶 속 깊이 닿아 나를 성장시킨다.

-by 독(讀)한 여자 장인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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