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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독서HAZA365>/책속글귀-2018년

도덕경 제39장 예부터 '하나'를 얻는 것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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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경 제39장 예부터 '하나'를 얻는 것들이

 

 

예부터 '하나'를 얻는 것들이 있습니다.

하늘은 하나를 얻어 맑고,

땅은 하나를 얻어 편안하고,

신은 하나를 얻어 영묘하고,

골짜기는 하나를 얻어 가득하고,

온갖 것 하나를 얻어 자라나고,

왕과 제후는 하나를 얻어 세상의 어른이 되고

이 모두가 다 하나의 덕입니다.

 

 

하늘은 그것을 맑게 하는 것 없으면 갈라질 것이고,

땅은 그것을 편안하게 하는 것 없으면 흔들릴 것이고,

신은 그것을 영묘하게 하는 것 없으면 시들 것이고,

골짜기는 그것을 가득하게 하는 것 없으면 마를 것이고,

온갖 것 그것을 자라게 하는 것 없으면 없어져 버릴 것이고,

왕과 제후는 그들을 어른 되게 하는 것 없으면 넘어질 것입니다.

 

 

그러므로 귀한 것은 천한 것을 근본으로 하고,

높은 것은 낮은 것을 바탕으로 합니다.

이런 까닭으로 왕과 제후는 스스로를 '고아 같은 사람', '짝 잃은 사람', '보잘것없는 사람'이라 부릅니다.

이것이 바로 천한 것을 근본으로 삼는 것 아니겠습니까?

 

 

지극히 영예로운 것은 영예로움이 아닙니다.

구슬처럼 영롱한 소리를 내려 하지 말고,

돌처럼 담담한 소리를 내십시오.

 

 

'하나'라는 말이 [도덕경]에 다섯 번 나온다(제10장, 제14장, 제22장, 제39장, 제42장) 여기서 '하나'란 모든 존재의 근원으로서의 도, 모든 존재를 꼴지우는 힘으로서의 도를 말한다.

물론 엄격히 따지면 '하나'와 '도'가 완전한 동의어는 아니다. 제42장의 "도가 '하나'를 낳고"라는 말에서 보듯이 '하나'는 도에서 나온 것이다. 이런 뜻에서 하상공의 주석에서 이르듯이 '하나'는 '도의 아들'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하나'가 도와 별개의 것은 아니다. '하나'도 도임은 틀림없으나 좀 전문적인 용어로 하면 그것은 비존재(non-being)로서의 도에 대응하는 존재(being)의 측면으로서의 도, 비존재와 존재가 맞닿는 경계의 자리로서의 도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신유학의 용어를 빌리면 여기의 '하나'란 무극無極에 대응하는 태극太極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태극도설]에서 "태극은 원래 무극"이라 한 것과 마찬가지로 [도덕경]에서 말하는 '하나'도 태초부터 비존재로서의 도와 함께 있었다.

단 현존하는 모든 것이 이 '하나'를 통해 이루어졌고, 그런 뜻에서 "이루어진 것이 하나도 그로 말미암지 않고는 이루어진 것이 없다."고 할 수 있다.

하늘이 맑은 것도, 땅이 평정한 것도, 신이 신령한 것도, 골짜기가 변한 것도, 여러 가지 사물이 생성 변화한 것도, 심지어 지도자가 훌륭하게 되는 것도 모두 이 '하나' 덕택이라는 것이다.

이 근본적인 바탕인 '하나'에 뿌리박고 있지 않으면 하늘도 그 맑은 빛을 잃고 갈라질 것이요, 땅도 흔들릴 것이요, 그 밖의 모든 것이 이상적인 상태를 유지하지 못하고 말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런 존재론적 논의의 궁극 목적은 존재론적 체계를 수립하는 데만 있는 것이 아니고, 이를 구체적인 삶에 적용하려는 데 있다. 어떻게 하라는 것인가?

하늘과 땅을 비롯한 모든 것이 '하나'를 바탕으로 한 삶을 살 때 제구실을 다하듯 인간, 특히 지도자도 '하나'를 근본원리로 삼고 살아야 가장 인간적인 삶, 지도자 다운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하나'를 근본으로 하는 삶은 무엇인가? '하나'는 모든 것을 꼴지어 주지만 스스로 어떤 꼴을 취해서 자기를 드러내려 하지 않는다. 수적으로도 그것은 모든 숫자의 시작이며 바탕이지만 동시에 모든 숫자 중 가장 작은 숫자이다. 이런 뜻에서 '하나'는 자기 낮춤의 최고 상징이다.

인간도, 특히 지도자도 이처럼 자기를 낮추고 겸손해야 한다고 한다. 예를 들어 임금이 자기를 '과인寡人'이라는 이름으로 스스로를 낮추어 부르듯 자신을 가리킬 때도 그것이 겸손의 표현이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이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표현이라야 한다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는 일이다. '하나'를 닮아 이런 겸허한 자세를 갖출 때 '하나'를 바탕으로 한 하늘과 땅이 본연의 의연한 모습을 유지하는 것처럼, 인간도 인간으로서의 의연한 모습을 회복하게 된다는 것이다.(마지막 몇 구절은 해석이 분분한데, 결국 구태여 자기를 과시하거나 영예를 추구하려 하지 말 것을 다시 한 번 권고하는 뜻으로 보면 무방할 것이다.)

'하나'를 이야기하고 있으니까 ' 한'사상이 생각난다. '한국인은' '하나' 혹은 '한' 의 나라 사람이요, 몇 천년 한국인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한' 사상이다. '하나', '많음', 큼' 등의 뜻을 총체적이고 유기적으로 포괄하는 '한'의 개념을 중심으로 짜여진 '한' 사상은 이처럼 여러 뜻을 품은 깊고 넓은 사상이지만, 한마디로 '하나'에 뿌리박은 삶을 통해 진정으로 사람답게 살자고 하는 생각이라고도 볼 수 있다. '한'의 마음을 회복할 수 없을까?

-도덕경/오강남풀이/현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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