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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아들

​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3부, [주역]의 연구방법) -정약용 지음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3​부​ 둘째형님께 보낸 편지 귀양살이의 괴로움을 잊는법 [주역]의 연구방법 [주역]에 관한 조그만 연구서는 둘째아이 학유에게 공부감으로 준 것인데, 그 애가 벌써부터 즐겨 하지 않기에 책상 위에 그냥 놓아둔 것을 때대로 자세히 읽어보고는 껄껄 웃노라니 귀양살이 괴로움을 잊을 만합니다. 몇해 전의 초고를 열람해보니 갈지 않은 옥이요, 제련하지 않은 광석이요, 아직 찧지 않은 겨 붙은 벼요, 뼛속이 드러나지 않은 껍질이요, 아직 굽지 않은 도자기며 설익은 목수와 같습니다. [시경]에 '절차탁마'라 했는데 바로 이를 두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며칠 전에 또 하나의 효(爻)를 고쳤습니다. 만약 제가 앞으로 10년의 시간을 더 갖고서 [주역]공부를 마친다 해도 또 고쳐.. 더보기
​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3부, 인간의 능력을 벗어난 책들) -정약용 지음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3​부​ 둘째형님께 보낸 편지 귀양살이의 괴로움을 잊는법 인간의 능력을 벗어난 책들 [악서(樂書)]* 열두권을 그사이에 읽어보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율려(律呂)*의 차례 중 제7권에 논술한 협종(夾鐘)은 반드시 요순시대의 근본 방법으로 만에 하나의 잘못도 없으리라 믿습니다.* 5천년 전 율려(음악)에 관한 학문의 근본 정신을 오늘날 되살려내었으니, 이 일은 제가 마음으로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닙니다. 수년 동안 밤낮으로 사색하고 산(算)가지를 붙잡고 늘어놓고서 오래 심혈을 기울이다보니 하룻날 아침에 문득 마음에 깨달음의 빛이 나타났습니다. 삼기(三紀)와 육평(六平), 차삼(差三), 구오(具五)의 방법들이 섬광처럼 눈앞에 열지어 서기 시작했습니다. 이때 붓을 들고 쓴 .. 더보기
​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3부, 주자의 학설에도 잘못이 ) -정약용 지음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3​부​ 둘째형님께 보낸 편지 귀양살이의 괴로움을 잊는법 주자의 학설에도 잘못이 송나라 이후 7백년 동안 온세상 사람들이 초명한 지혜를 모두 동원하여 사서(四書)의 의미를 연구해왔기 때문에 사서에는 더 연구할 분야가 거의 없다고 했습니다. 저도 사서를 읽다가 더러 새로운 의미를 찾아내는 수가 있어 기발하다고 뛸 듯이 기뻐하다가도 그뒤에 여러 연구가들의 경서에 대한 학설을 보고는 규명된 지 이미 오래되었음을 깨닫곤 할 때가 있었습니다. ​ 그렇지만 착함이 무엇인가를 밝혀낸 후에야 착함을 선택할 수 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연구된 학설들을 읽을 때마다 이전 사람들을 보건대 선유(先儒:주자)의 학설에 대해서는 그릇된 의미도 고칠 생각을 못하고 그대로 고집하고 있으니.. 더보기
​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3부, 도인법) -정약용 지음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3​부​ 둘째형님께 보낸 편지 귀양살이의 괴로움을 잊는법 答仲氏 도인법 도인법이 유익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유배생활 12년 동안 새백에 일찍 일어나서 밤이 깊어야 잠자리에 들면서 육경(六經)공부에 전념하느라 도인법을 시행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이제 다행히 육경에 대한 연구는 마쳤으니 마땅히 방 한칸을 깨끗하게 청소해놓고 아침부터 부지런히 노력해서 저녁까지의 조심스런 생활의 여가에 도인법에 유의해야겠습니다. 그 방에 한권의 책도 놓아두지 않는다면 더욱 도인법에 몰두하기 좋을 것 같습니다. 만일 책을 방에 들인다면 오래된 버릇을 버리기 어려워 결국은 책과 붓을 붙잡게 되고 말 것입니다. ​ ​ ​#유배지에서보낸편지 #정약용 #유배지에서보낸편지필사 #책소.. 더보기
​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3부, 귀족 자제들이 쇠잔해지는 것 역시 천운) -정약용 지음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3​부​ 둘째형님께 보낸 편지 둘째형님께서는 깊이 생각해주시기 바랍니다. 上仲氏 귀족 자제들이 쇠잔해지는 것 역시 천운 읍내에 있을 때 아전 집안의 아이들 네다섯명이 제게 배우러 왔었는데* 거의 모두가 몇년 만에 폐하고 말았습니다. 어떤 아이 하나가 단정한 용모에 마음도 깨끗하고 필재(筆才)도 상급에 속하며 글 역시 중급 정도의 재질을 가졌기에 끓어앉혀서 이학(理學)을 공부하게 하였습니다. 만약 머리를 숙이고 힘써 배울 수만 있다면 이청(李晴)*과 더불어 서로 짝이 맞을 것 같았는데, 어찌된 셈인지 혈기가 매우 약하고 비위가 아주 변벽하여 거친 밥이나 맛이 변한 장(醬)은 절대로 목으로 넘기지 못했습니다. 이 때문에 저를 따라 다산으로 올 수가 없었습니다. 이제.. 더보기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2부, 아욱에 대하여) -정약용 지음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2부​ 두 아들에게 주는 가훈 아욱에 대하여 현호(玄扈)*의 [농서(農書)] * 주(註)에 "옛사람이 아욱[葵]을 채취할 때는 반드시 이슬이 마른 때를 기다렸기 때문에 그 이름을 '노규(露葵)'라 한다"라고 하였다. '뜯는다[掐]'를 '채취하다[探]'로 고쳤으니 본래의 뜻과는 어긋난 것 같다. [이아(爾雅)]*에는 "종규(䈺葵)는 번로(繁露)다" (그 잎이 이슬을 가장 잘 받을 수 있으므로 지어진 이름이다-지은이)라 하였으니, 이른바'노규'란 본래 '종규'를 말하는 것인데 시인들이 혼용하고 있을 뿐이다. -왕유(王維)*의 시에는 "시인이 사물을 읊을 때마다 어떻게 다 물으랴. 노포(老圃)가 조금 꺼리는 것은 바로 노규라네"라고 하였다. 이는 아욱의 미칭(美稱)이요 이.. 더보기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2부, 뽕나무의 효과) -정약용 지음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2부​ 두 아들에게 주는 가훈 뽕나무의 효과 생계를 꾸려가는 방법에 대하여 밤낮으로 모색해보아도 뽕나무 심는 일보다 더 좋은 계책은 없을 것 같다. 제갈공명의 지혜보다 더 나은 게 없음을 비로소 알겠구나. 과일 장사하는 일은 본래 깨끗한 이름을 남길 수 있지만 장사는 장사일 뿐이다. 뽕나무 심어서 누에치는 일은 선비로서의 명성도 잃지 않으면서 큰 이익도 얻을 수 있으니 세상에 이러한 일이 또 있겠느냐? 이곳 남쪽 지방에 뽕나무 365그루를 심은 사람이 있는데 일년에 동전으로 365꿰미를 벌었다. 일년은 365일이기 때문에 매일 동전 한 꿰미를 사용하여 양식으로 삼아도 죽을 때까지 다 쓰지 못할 것이며, 마침내는 훌륭한 이름을 남기고 죽을 수 있다. 이것이 본받.. 더보기
​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2부, 내가 유배지에서 죽으면) -정약용 지음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2부​ 두 아들에게 주는 가훈 내가 유배지에서 죽으면 ​ 나는 요즘 신경통과 중풍이 심하여 오래 살 수 없을 것 같다. 조심조심 건강에 유의하여 몸에 해가 될 일을 하지 않는다면 조금 더 살 수는 있겠지. 그러나 세상일이란 미리 정해두는 게 제일 나으니, 오늘은 내가 죽은 후의 일에 관해서 몇마디 하겠다. 옛날 예(禮)로 싸움터에 나가서 죽은 사람은 선조들의 무덤이 있는 선산에도 묻지 않았는데, 이는 그 몸을 삼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순자(荀子)]*에는 죄인에게만 해당하는 상례(喪禮)가 따로 있는데, 욕됨을 드러내 경계하고자 한 듯하다. 내가 만약 이곳 유배지에서 죽는다면 이곳에다 묻어놓고 국가에서 그 죄명을 씻어준 후에야 반장(返葬)*하는 게 마땅할 것이다. 너희.. 더보기
​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2부, 의원 행세를 그만두지 않는다면) -정약용 지음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2부​ 두 아들에게 주는 가훈 의원 행세를 그만두지 않는다면 ​ 옛날에 불초자로 조괄이란 사람을 맨 먼저 꼽았지만 조괄은 그래도 아버지의 글을 잘 읽어 뒷날에 전해주었다. 다만 요령이 부족했을 뿐이다. 너희들은 나의 책을 읽을 수도 없으니, 만약 반고(班固)*에게 사람의 등급을 가르게 했더라면 너희들을 조괄의 아래에 두었을 것이다. 그래도 너희는 억울해할 수도 없겠구나. 힘쓰고 힘쓰도록 하여라. ​ 네가 갑자기 의원이 되었다니 무슨 의도며 무슨 이익이 있어서 그리했느냐? 의술을 빙자하여 벼슬아치들과 사귀면서 이 아비의 석방을 도모하고 싶어서 그러느냐? 그런 일을 해서도 안되겠지만 그럴 수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세상에서 말하는, 소위 덕을 베푸는 척하고 다니는 사람의.. 더보기
​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2부, 옳지 못한 재물은 오래 지킬 수 없다.) -정약용 지음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2부​​ 두 아들에게 주는 가훈 옳지 못한 재물은 오래 지킬 수 없다 ​ 권세있는 요직의 사람들을 찾아가 재란을 청탁하여 더러운 찌꺼기나 빨아먹고, 무뢰한들과 결탁하여 시골의 어리석은 사람들이나 속여먹으며 그들의 재물을 도둑질하는 일은 모두 첫째가는 간악한 도둑놈들의 소행이다. 작게는 욕을 먹고 인심을 잃어 이름을 땅에 떨어뜨리게 되지만 크게는 법에 걸려들어 큰 형벌을 받고 말 것이다. 무릇 옳지 못한 재물은 오래 지킬 수 없다. 너는 포교(捕校) 나 나졸(羅卒)의 못된 재산이 일생 동안 보존되는 것을 보았느냐? 버는 대로 써버리고는 또 마치 굶주린 귀신처럼 악착같이 이익을 추구하는 데 몰두하여 벌어들이지만 혀끝의 한방울 물로 불을 끄려는 것처럼 아무리 해도 갈증을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