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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2부, 의원 행세를 그만두지 않는다면) -정약용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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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2부

두 아들에게 주는 가훈

 

의원 행세를 그만두지 않는다면


옛날에 불초자로 조괄이란 사람을 맨 먼저 꼽았지만 조괄은 그래도 아버지의 글을 잘 읽어 뒷날에 전해주었다. 다만 요령이 부족했을 뿐이다.

 

너희들은 나의 책을 읽을 수도 없으니, 만약 반고(班固)*에게 사람의 등급을 가르게 했더라면 너희들을 조괄의 아래에 두었을 것이다. 그래도 너희는 억울해할 수도 없겠구나. 힘쓰고 힘쓰도록 하여라.

 

네가 갑자기 의원이 되었다니 무슨 의도며 무슨 이익이 있어서 그리했느냐? 의술을 빙자하여 벼슬아치들과 사귀면서 이 아비의 석방을 도모하고 싶어서 그러느냐?

 

그런 일을 해서도 안되겠지만 그럴 수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세상에서 말하는, 소위 덕을 베푸는 척하고 다니는 사람의 본모습을 너는 알지 않느냐?

 

돈 안 드는 입술을 지껄여 너의 뜻을 기쁘게 해주고는 돌아서서 비웃는 사람이 대부분이라는 걸 너는 아직도 깨닫지 못했단 말이냐?

 

넌지시 권세를 과시하며 몸을 구부리게 하고 땅에 엎드리게 할 때 이에 맞서 자신을 지키지 못하면 너는 그 술수에 빠져들게 되니 그야말로 어리석은 사람이 되는 게 아니냐?

무릇 높은 벼슬이나 깨끗한 직책에 있는 사람, 덕이 높고 학문이 깊은 사람 중에도 의술을 터득한 이들이 있지만, 그들 스스로 천하게 의원 노릇을 하지 않고 병자가 있는 집안에서도 바로 찾아가 묻지 못한다.

 

서너차례 간곡한 부탁을 받고 위급하여 어쩔 수 없는 경우에야 겨우 한가지 처방을 해주어 귀중한 처방으로 여기게 하는 정도가 옳다.

요즘 너는 크게 소리를 내고 문을 활짝 열어놓고서 온갖 종류의 사람들을 방에 가득 모이게 하여 별의별 못된 사람들을 니력도 모르면서 사귀고 재워주고 먹여준다니, 그게 무슨 변고냐?

 

이 뒤로도 네가 하는 일을 모두 듣겠다. 네가 그 일을 그만두지 않으면 살아서는 연락도 안할 것이고 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할 것이니 네 마음대로 하거라. 다시 말도 하기 싫다.

 

*반고: 중국 후한 초기의 역사가이자 문학가로 자는 맹견(孟堅)이다. 아버지 표(彪)의 유지를 받아[한서(漢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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