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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3부, 주자의 학설에도 잘못이 ) -정약용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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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3​부

둘째형님께 보낸 편지

 

귀양살이의 괴로움을 잊는법


 

주자의 학설에도 잘못이

 

송나라 이후 7백년 동안 온세상 사람들이 초명한 지혜를 모두 동원하여 사서(四書)의 의미를 연구해왔기 때문에 사서에는 더 연구할 분야가 거의 없다고 했습니다.

 

저도 사서를 읽다가 더러 새로운 의미를 찾아내는 수가 있어 기발하다고 뛸 듯이 기뻐하다가도 그뒤에 여러 연구가들의 경서에 대한 학설을 보고는 규명된 지 이미 오래되었음을 깨닫곤 할 때가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착함이 무엇인가를 밝혀낸 후에야 착함을 선택할 수 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연구된 학설들을 읽을 때마다 이전 사람들을 보건대 선유(先儒:주자)의 학설에 대해서는 그릇된 의미도 고칠 생각을 못하고 그대로 고집하고 있으니, 옛날 주석을 취사선택해서 편찬한 집해(集解)나 집주(集注)를 엮기도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논어]에 대해서 집해나 집주의 예에 의거하여 천고(千古)의 연구 가운데 장점들을 찾아내어 한권의 책으로 만들어내고 싶습니다. 이러한 일은 비록 육경연구를 하면서 스스로 올바른 이론을 발견해내던 작업과는 다소 어렵고 쉬움의 차이가 있겠지만, 그 정력을 소비하거나 마음을 골똘히 기울여야 하는 점이 또한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요즈음 제 기력이 점점 쇠약해가고 있어 몇달 사이에 이빨이 세개나 빠져나갔습니다. 문필작업을 집어치우고 느긋하게 세월이나 보냈으면 하고 바라지만 고개를 돌려 생각해보면 서글퍼지기만 합니다.

불교에는 교법(敎法)과 선법(禪法)이 있기 때문에 경전을 가르치던 스승들은 만년에 모두 좌선을 통해 연구하는 수가 있습니다. 저도 이제 그렇게 되기를 원하지만 좌선하는 어려움은 경전공부보다 배나 더 어려우니 제 정신력과 신체가 견디어낼지 모르겠습니다.

 

주자는 경전공부의 스승[經師]이었고 육상산(陸象山)*은 좌선을 통한 연구가[禪師]였습니다. 경사(經師)는 우(禹)나 직(稷), 묵적(墨翟)*에 가까운 분이고, 선사(禪師)는 안회(顔回)*나 양주(楊朱)*에 가까운 분이라 하겠습니다.

 

 

*육상산:중국 송나라 때 학자 육구연(陸九淵)의 호가 '상산'임. 주자와 대립되는 이학(理學)의 다른 유파를 이루었다.

*묵적: 제자백가의 한 사람으로 겸애설을 주장했다.

*안회:공자의 제자로 안빈낙도(安貧樂道)의 대표적 견인주의자.

*양주: 제자백가의 한 사람으로 이기설(利己說)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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