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작가의 일상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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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 1일(수)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코로나 백신 접종 후 남편은 대상포진에 걸렸었다. 코로나 백신과 연관성을 밝힐 수는 없지만 의구심만 가득했다. 대상포진이 걸리고 남편은 택배일 하는 것을 힘들었다. 통증이 너무 심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하던 일을 갑자기 그만 둘 수도 없는 노릇이다.
배달하던 구역의 물량을 갑자기 대신해 줄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보고 있자니 안쓰러웠다. 보다 못해 내가 나섰다. 남편의 택배 일을 돕기로 했다. 그렇게 시작한 일을 발을 빼지 못하고 여태껏 돕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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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일이다. 전방 50미터쯤 멀리에서 어떤 남자분이 전화를 하며 걸어온다. 나이는 60대 정도 되어 보인다. 그러려니 하고 일을 계속했다.
주위에서 전화하는 소리가 또 들린다. 일하는 주위 10미터가량쯤이다. 얼굴은 못 봤지만 이분 또한 나이가 있어 보이는 목소리다. 자전거를 세우고 그 앞에서 전화를 하고 있다.
두 사람은 거리가 좁혀진다. 분명 두 분이 통화하시는 것을 감지할 수 있었다.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나와 상관도 없는 일이기도 했다. 계속 일을 했다.
자전거 앞의 남자분 목소리는 퉁명스럽고 불만스럽게 들렸다. 뭔가 화가 난 것 같기도 했다. 싸우는 정도는 아니지만 둘의 통화는 매끄럽지 않았다. 멀리서 걸어오던 남자가 말한다. 전화를 그렇게 퉁명스럽게 하느냐는 식의 말이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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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만나자마자 헤어진다. 그 또한 그러려니 했다. 내가 있는 곳에서 불과 10미터가량 떨어진 곳이었다.
멀리서 걸어오던 아저씨는 자전거를 세우고 기다리던 아저씨에게 받은 것으로 보이는 검은 비닐봉지를 들고 있었다. (전화받으며 걸어올 때는 검은 비닐봉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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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다. 검은 비닐봉지를 든 아저씨가 내가 있는 쪽으로 걸어온다. 지나가는 것이려니 생각했다. 한 걸음씩 가까워질수록 그게 아니었다. 나를 향해 걸어오고 있다. 자전거 아저씨와 헤어진 후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말이다.
그러고는 검은 비닐봉지를 나에게 건넨다. “일 열심히 하는 것 같아서 드리는 겁니다.” 사실 말을 끝까지 하지도 않았다. “일 열심히 하는 것 같아서...”라고 했다.
순간 얼떨떨하고 당황하여 받긴 했다. “이게 뭐예요? “라며 검은 비닐봉지 안을 보았다. 손수 나무로 깎은 금붕어 한 쌍이다. 지름은 20cm정도 되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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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들어보니 아저씨는 벌써 저만치 가고 있다. 색칠까지 되어 있다.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정신을 차리고 ”누구신데 저한테 이런 걸 주세요? “라고 했더니 ”일 열심히 하는 것 같아서”라는 말만 되풀이한다. 저만치 가서는 “그거 비싼 겁니데이! “라고 말하며 사라져 버렸다.
다시 검은 비닐봉지를 들여다봤다. 원목을 손수 깎은 것이 분명했다. 이 정도로 완성을 하려면 엄청난 시간과 정성을 들여야 할 것이다. 누가 봐도 그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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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붕어 1쌍을 보며 고민이 깊어진다. 처음에는 좋은 의도로 주신 것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긴 했다. 그렇지만 그때 정황을 되짚어보니 그런 것이 아니었다.
두 사람 사이에 뭔가 일이 틀어졌고 홧김에 나에게 던져진 것 같은 느낌이다. 고마운 마음은 사라지고 찝찝한 마음이 들었다.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이 주고 간 것이기 때문이다. 돈을 주고 산 것도 아니다.
"어쩌지~~" 모르는 사람이라 돌려줄 수도 없다. 그렇다고 쓰레기통에 마구잡이로 버리는 것도 아닌 것 같다. 출처를 모르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줄 수도 없다. 고심 끝에 아는 절에 물어봤다. 소각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하신다. 그러면 좋겠다고 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말이 있다. 공짜는 근심을 낳는다. 그저 주어지는 것은 결코 좋은 것이 아니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닫게 되는 사건이다.
-by 워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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