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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작가/워킹작가의 일상생각2023년

[1일 1페이지 라이팅] 14. 옆에 있어준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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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작가의 일상생각

 

 

2023년 10월 26일(목)

옆에 있어준다는 것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독거노인이 많아지고 있다. 우리 주변만 살펴봐도 그러하다. 어르신 혼자 생활하시는 분이 많다. 그나마 거동이 자유로우면 다행이다. 날이 갈수록 해가 갈수록 늙음으로 인해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하게 된다. 안타까운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다세대주택인 빌라에 살고 있다. 아파트만큼 세대수가 많지 않아 웬만하면 몇 호에 누가 사는지 대충 알게 된다. 오래 거주한 사람일수록 더욱 그렇다. 나이가 많을수록 집을 옮기지 않는 경향이 강해져서 어르신들은 대부분 그대로 10년 이상을 사신다. 나 또한 상황이 여의치 않아 이 집에서 오랫동안 살고 있다. 해가 바뀔수록 어르신들의 노쇠함이 눈에 띄게 달라지는 것을 알게 된다. 세월의 덧없음을 느끼기도 한다.

대부분의 세대는 복작복작 살고 있다. 자녀가 아직 학생이거나 혹은 분가하지 않은 자녀들과 함께 사는 경우다. 내가 사는 라인의 3층에는 혼자 사시는 할머니가 계신다. 활동이 많으시진 않으셨지만 오가며 마주치면 항상 잠깐씩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언제부터인가 잘 보이시지 않는 거다. 한 번쯤 부딪칠 만도 한데 말이다. 3층 할머니는 가족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식이 없으시며 남편과 사별하신지는 오래되셨다. 혼자 사신지 오래되셨다.

 

 

 

 

근래에 초기 치매 증상이 나타나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걱정과 함께 겁이 나기도 했다. 보호자가 전혀 없으시니 조차분이나 이질 분이 안부를 챙기시며 오가신다고 했다. 그나마 다행이지만 이분들도 다른 지방에서 오가시는 듯했다. 가까이에서 보살피는 분이 없으시고 시설에는 절대 가지 않으시겠다고 하신다. 할머니께서는 치매가 아주 심하시지는 않아 보였다.

다세대주택인 빌라는 관리가 힘들다. 관리하는 분을 따로 두고 있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나는 반장을 맡고 있다. 세대주로는 나보다 젊은 사람이 없기도 하고 다들 귀찮아서 꺼리는 일이기도 하다.

반장을 맡은 지 오래되었다. 물러서고 싶지만 마땅히 하실 분이 없어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매달 반상 회비를 받아서 관리한다. 혼자 사시는 3층 어른 신이 문제다. 지금껏 계좌이체를 한 적도 없거니와 매달 현금으로 직접 주셨는데 거동을 못하시니 난감했다.

초인종을 눌러도 전화를 걸어 봐도 함흥차사다. 조카분이 오실 때 마침 부딪힌 적이 있어 함께 3층 할머니 댁으로 갔다. 현관 문틈 사이로 할머니의 모습이 보였다. 많이 야위셨다.

다행히 나를 알아보시는듯했다. 앉아서 밖을 내다보시며 머리를 쓰다듬으신다. 평소 아주 깔끔한 분이셨다. 나를 보고 자신의 정갈함에 신경이 쓰이셨던 모양이다. 반가움에 인사를 하고 건강 잘 챙기시라고 말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가족은 아니지만 늘 걱정스러웠다. 좀 어떠실까? 정신은 괜찮으실까? 문득 3층 할머니를 생각하면 마음이 편치 않았다. 또 한 달이 지났다. 혹시나 해서 다시 할머니 집 벨을 눌러보았다.

‘어? 근데 누군가 있다.’ 집안에서 “누구세요~ ?”라고 말하는 거다. 반장이라 말하니 문을 열어주었다. 나이는 나보다 많아 보이셨지만 젊은 여자분이다. “반상인데요~반상회비 받으러 왔어요~”라고 말하니 이질분 연락처를 알려주신다.

이미 알고 있다고 하고 통화를 해보았다. 통화하면서 여자분을 바꾸어 주었다. 서랍에 현금이 있으니 내어주시라고 했단다. 혹시 할머니와 어떤 관계인지 여쭈어보았다. 요양보호사라고 하신다. 방문요양을 신청하신듯했다.

할머니 옆에 누군가 있어 준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놓였다. 고맙기까지 했다. 잠시 다녀가시긴 하겠지만 매일 오신다고 하니 얼마나 다행인가. 옆에 있어준다는 것은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존재 자체에 감사하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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