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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작가/워킹작가의 일상생각2022년

폭우가 쏟아지면 <세검정>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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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작가의 일상생각

 

난간에 기대어 바라보고 있노라니

물소리가 옷과 신을 스쳐 간다.

이덕무 [세검정]

 

어릴 적 집 근처에 개울이 있었다. 소나기가 내릴 때면 집안에서 처마에 떨어지는 비를 구경하곤 했다. 비가 그치고 나면 개울로 나가본다. 평소보다 물이 훌쩍 불어나 있다. 물살은 또 어떤가. 거세게 몰아치는 것이 겁나고 무서우면서 불어난 물이 신기했다.

바지를 허벅지까지 말아 올리고 개울가 입구에 발을 담근다. 발목까지 발을 담그고 거친 물살을 발가락과 발목으로 느낀다. 거칠고 빠르게 흐르는 물살에 어지럽기도 했다. 흐르는 물을 보고 있으면 자빠질 것만 같았다. 그럼에도 희한하게 자꾸 발목을 담그고 싶다. 놀이 기구라도 타는 듯 겁나면서 재미가 있었다.

소나기가 내린 뒤 세찬 물줄기를 보고 있으면 답답한 마음이 뻥 뚫려 깨끗해지는 것 같다. 비 온 뒤의 개울에서도 이러했다. 소나기가 세차게 휘몰아치는 세검정에서 불어나는 물살을 바라본다면 어떨까?

이덕무는 세검정의 '난간에 기대어 바라보고 있노라니 물소리가 옷과 신을 스쳐간다'라고 표현했다. 해 질 녘 콸콸 흐르는 물소리가 장관이라고 했다.


 

 

다산 정약용도 세검정에 대해 표현했다. '소나기 내릴 때 폭포처럼 사납게 굽이치는 물줄기가 장관이다'라고 했다. 다산의 <세검정에서 노닌기>도 있다. 그야말로 장관이다.

주먹만 한 소나기가 떨어지는 날 자연에 기대어 술을 더한다. 더불어 시를 읊으며 마음 맞는 사람과 기분을 즐긴다. 가히 배운 사람들이다. 운치가 고스란히 배어난다.

 

[세검정에서 노닌 기]

다산선생 지식 경영법

 

신해년(1791) 여름의 일이다. 나는 한해보(韓徯甫)등 여러 사람과 함께 명례방 집에서 조그만 모임을 가졌다. 술이 몇 순배 돌자 무더위가 찌는 듯하였다. 먹장구름이 갑자기 사방에서 닐어나더니, 마른 우레소리가 은은히 울리는 것이었다.

내가 술병을 걷어치우고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이건 폭우가 쏟아질 조짐일세. 자네들 세검정에 가보지 않으려나? 만약 내켜하지 않는 사람이 있으면 벌주 열병을 한 차례 갖추어 내는 걸세."

 

모두들 이렇게 말했다.

"여부가 있겠나!"

 

마침내 말을 재촉하여 창의문을 나섰다. 비가 벌써 몇 방울 떨어지는 데 주먹만큼 컸다. 서둘러 내달려 정자 아래 수문에 이르렀다. 양편 산골짝 사이에서는 이미 고래가 물을 뿜어내는 듯하였다. 옷자락이 얼룩덜룩했다.

정자에 올라 자리를 벌여놓고 앉았다. 난간 앞의 나무는 이미 뒤집힐 듯 미친 듯이 흔들렸다. 상쾌한 기운이 뼈에 스미는 것만 같았다.

이때 비바람이 크게 일어나 산골물이 사납게 들이닥치더니 순식간에 골짜기를 매워버렸다. 물결은 사납게 출렁이며 세차게 흘러갔다.

모래가 일어나고 돌멩이가 구르면서 콸콸 쏟아져내렸다. 물줄기가 정자의 주춧돌을 할퀴는데 기세가 웅장하고 소리는 사납기 기저없었다. 난간이 온통 진동하니 겁이 나서 안심할 수가 없었다.

 

내가 말했다.

"자! 어떤가?" 모두들 말했다.

"여부가 있나!"

 

술과 안주를 내오라 명하여 돌아가고 웃고 떠들었다. 잠시 후 비는 그치고 구름이 걷혔다. 살골물도 잦아들었다.

석양이 나무 사이에 비치자 물살들이 온통 자줏빛과 초록빛으로 물들었다. 서로 더불어 베개 베고 기대 시를 읊조리며 누웠다.

조금 있으려니까 심화우가 이 소식을 듣고 뒤쫓아 정자에 이르렀는데 물은 이미 잔잔해져버렸다. 처음에 화우는 청했는데도 오지 않았던 터였다. 사람이 함께 골리며 조롱하다가 더불어 한 순배 더 마시고 돌아왔다.

같이 갔던 친구들은 홍약여와 이휘조, 윤무구 등이다.

 

-작성: 워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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