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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독서HAZA365>/책속글귀-2015년

<책속글귀- 백범일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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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문감옥으로

어​느날 간수가 와서 나를 면회소로 데려갔다.

누가 왔는가 하고 기다리노라니,

판자 벽에서 딸깍 하고 주먹이 하나 드나들 만한 구멍이 열렸다.

그리고 내다보니 어머님이 서 계셨고, 곁에 왜놈 간수가 지키고 섰다.

근 일고여덟 달 만에 면회하는 어머님은 태연하신 안색으로 말씀하셨다.

"나는 네가 경기 감사나 한 것보담 더 기쁘게 생각한다.

네 처와 화경이까지 데리고 와서 면회를 청했는데,

한번에 한 사람밖에 허락하지 않는대서 네처와 화경이는 저 밖에 있다.

우리 세 식구는 평안히 잘 있다. 옥중에서 몸이나 잘 있느냐?

우리 근심 말고 네 몸이나 잘 보중하기 바란다.

만일 식사가 부족하거든 하루에 사식 두 번씩을 들여주랴?"

오랜만에 모자 상봉하니 나는 반가운 마음과 더불어, ​

저같이 씩씩한 기절(氣節)을 가지신 어머님께서

개 같은 원수 왜놈에게 자식 보여 달라고 청원하였다고 생각하니 황송한 마음이 그지없다.

다른 동지들의 면회 정황을 들어보면,

부모 처자가 와서 서로 대면하면 울기만 하다가 간수의 제지로 말 한마디도 못하였다는 것이 보통인데,

우리 어머님은 참 놀랍다고 생각된다.

나는 17년 징역 선고를 받고 돌아와서 잠은 전과 같이 잤어도 밥은 한 끼를 먹지 못한 적이 있는데,

어머님은 어찌 저렇게 강인하신가 탄복하였다.

나느실로 말 한마디를 못하였다.

그러다 면회구구가 닫히고, 어머님께서 머리를 돌리시는 것만 보고,

나도 끌려 감방으로 돌아왔다.

어머님이 나를 대하여서는 태연하셨으나,

돌아서 나가실 때는 반드시 눈물에 발부리가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어머님이 면회 오실 때 아니와는 물론 많은 상의가 있었을 것이요.

내 친구들도 주의를 해드렸을 듯하지만, 일단 만나면 울음을 참기가 지극히 어려울 것인데,

어머님은 참 놀라운 어른이다.   -246p

기인과영웅

나는 본시 왜놈이 이름지어준 '몽우리돌'이다.

'뭉우리돌'의 대우를 받은 지사 중에 왜놈의 가마솥(火益)인 감옥에서

인간으로 당하지 못할 학대와 욕을 받고도,

세상에 나가서는 오히려 왜놈에게 순종하며 남은 목숨을 이어가는 자도 있으니,

그것은 '뭉우리돌' 중에도 석회질을 함유하였으므로

다시 세상이라는 바다에 던져지면 평소 굳은 의지가 석회같이 풀리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나는 다시 세상에 나가는 데 대하여 우려가 적지 않았다.

만일 나도 석회질을 가진 뭉우리돌이면 만기 이전에 성결한 정신을 품은 채로 죽었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리하여 결심의 ​표시로 이름을 '구'(九)라 하고, 호를 '백범'(白凡)이라 고쳐서 동지들에게 언포하였다.

구(龜)를 구(九)로 고친 것은 왜의 민적(民籍)에서 벗어나고자 함이요,

연하(蓮下)를 백범으로 고친 것은 감옥에서 여러 해 연구에 의해 우리나라 하등상회,

곧 백정(白丁) 범부(凡夫)들이라도 애국심이 현재의 나 정도는 되어야 완전한 독립국민이 되겠다는 바람 때문이다.

복역중에 뜰을 쓸 때나 유리창을 닦고 할 때는 하느님께 이렇게 기도하였다.

'우리도 어느 때 독립정부를 건설하거든, 나는 그 집의 뜰도 쓸고, 창호(窓戶)도 닦는 일을 해보고 죽게 해 달라'고   -p267

출처: 백범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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