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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근담>

채근담 후집 96~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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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근담 후집 96~100   -홍익출판사
홍자성 저 /김성중 옮김


 

 



96
본체가 고요하면 현상도 따라 고요하니, 현상을 제쳐두고 본체에 집착하는 것은 그림자를 버리고 형체만 남기려는 것과 같이 불가능하다.
마음이 공허하면 바깥 세계도 따라 공허하니, 바깥 세계를 버리고 마음만을 남겨두려는 것은 비린내 나는 것을 모아 둔 채 파리를 쫓으려는 것과 같이 무모하다.

 

 

 

 

 

 

 



97
세속을 떠난 사람의 청아한 풍류는 모두 자기 마음이 즐거워하는 바를 쫓아 유유자적하는 데 있다. 그러므로 술은 권하지 않는 것으로 기쁨을 삼고, 바둑은 승패를 다투지 않는 것으로 이김을 삼으며, 피리는 구멍이 없는 것으로 자연스런 본래의 음을 느끼고, 거문고는 현이 없는 것으로 가장 고상한 풍취를 느끼며, 만남은 기약하지 않는 것을 진솔하게 여기고, 손님을 맞거나 전송하지 않는 것을 가장 편하게 여긴다. 만약 번거롭고 불필요한 형식이나 모습에 얽매인다면, 바로 티끌 지고 괴로운 속세의 경계로 전락하고 만다.

 

 

 

 

 

 


98
이 몸이 태어나기 전에는 어떤 모습이었을가를 생각해 보고 또 이 몸이 죽은 뒤에는 어떤 모습일까를 생각하면, 모든 잡념이 싸늘한 재처럼 식어 버리고 마음이 고요해져, 현실의 세계를 초월하여 만물이 생겨나기 이전의 세계에서 소요할 수 있으리라.

 

 

 

 

 

 

 


99
병든 뒤에야 건강의 소중함을 알고, 어지러운 세상에 처한 디에야 평화로운 세상의 행복함을 아는 것은 선견지명이 아니다. 요행으로 복을 얻기를 바라는 것이 재앙이 근본임을 미리 알고, 불로장생을 희구하는 것이 죽음의 원인임을 앞서 아는 것이야말로 탁월한 식견이다.

 

 

 

 

 

 

 



100
배우가 흰 분을 바르고 연지를 찍어가며 화장 붓의 가느다란 끝을 놀려 자유자재로 미인과 추녀로 분장을 한다. 그러나 잠시 후 음악이 끝나고 연극이 막을 내리면, 그 고움과 추함은 어디에 있는가? 바둑을 두는 사람이 뒤질세라 앞을 다투어 바둑돌을 놓으면서 승패를 겨룬다. 그러나 얼마 후 한 판 대국도 끝나 바둑돌을 거두고 나면, 그 지고 이김은 어디에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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