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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근담>

채근담 후집 9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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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근담 후집 91~95 -홍익출판사
홍자성 저 /김성중 옮김

 

 




91
모든 소리가 고요해진 가운데 문득 새 한 마리 지저귀는 소리를 들으면 온갖 그윽한 흥취가 일어나며, 모든 초목이 시들어 버린 뒤에 어디선가 나뭇가지 하나 빼꼼히 솟아남을 보면 곧 무한한 생기가 촉발되어 움직인다. 여기에서 만물의 본성이 항상 메마를 적 없고 기미의 현묘함이 일어남을 알리라.

 

 

 

 

 

 



92
백거이는 "몸과 마음을 자유롭게 풀어놓아 아련히 오묘한 자연의 이치에 내맡기는 것이 낫다"고 했고, 조보지는 "몸과 마음을 단속하여 흔들림 없이 고요한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 낫다"고 했다. 그러나 몸과 마음을 풀어놓기만 하면 제멋대로 날뛰게 되고, 단속하기만 하면 도리어 생기조차 잃고 마는 지경에 빠지게 된다. 오직 심신을 잘 다스리는 사람만이 치우침 없이 중심을 잡아 풀어놓음과 거둠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다.

 

 

 

 

 

 

 

 



93
눈 내린 밤 달 밝은 하늘을 대하면 사람의 심경도 티 없이 맑아지고, 봄바람 온화한 기운을 만나면 사람의 정취도 자연과 더불어 융화되니, 천지자연의 조화와 사람의 마음이 하나 되어 아무런 틈조차 없구나.

 

 

 

 

 

 

 

 



94
문장은 조촐함을 지켜 사물의 본모습을 묘사해야 발전이 있고, 도덕은 조촐함을 지켜 실행해야 이룸이 있으니, 이 '조촐함'이란 한 마디는 무한한 뜻을 담고 있다. 예컨대, 도연명의 [도화원기]에서 '복숭아꽃 핀 마을에 개가 짖고, 뽕나무밭 사이에서 닭이 운다'고 묘사한 문장은 얼마나 순수하고 질박한가? 그러나 '깊고 찬 연못에 달빛 비치고, 마른 나무에 까마귀 머무네'와 같은 문장 표현은 인위적인 기교 가운데, 오히려 쓸쓸하고 처량한 기운만을 느낄 뿐이다.

 

 

 

 

 

 

 



95
자신이 주체가 되어 사물을 움직이면, 얻는 것이 있어도 기뻐하지 않고 잃는 것이 있어도 근심하니 않아, 드넓은 대지 어디서나 자유롭게 소요한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사물이 주체가 되어 내가 부림을 당하면, 일이 뜻대로 안 되는 것에 원망하고 뜻대로 되는 것에 애착하여 터럭만 한 사소한 일에도 얽매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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