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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근담>

채근담 후집 12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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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근담 후집 121~125 -홍익출판사
홍자성 저 /김성중 옮김

 

 


121
귀를 거센 바람이 계곡에 불어 큰 소리를 내더라도 바람이 지나가면 소리도 따라 없어지는 것처럼 한다면, 시비를 가리는 소리가 멀어질 것이요, 마음을 달빛이 연못에 비처 달 그림자 지더라도 달이 사라지면 수면에 그림자를 남기지 않는 것처럼 한다면, 사물과 나를 구별하려는 생각이 모두 사라질 것이다.

 

 


122
세상 사람들은 영예와 이익에 얽매여 있는 까닭에 걸핏하면 '티끌세상, 괴로움의 바다'라고들 말한다. 그러나 그들은 정작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을 알지 못하니, 흰 구름과 푸른 산 흐르는 시냇물과 우뚝 선 바위, 반가운 듯 활 짝 핀 꽃과 웃는 듯 지저귀는 새, 그리고 대답하듯 메아리치는 계곡과 나무꾼의 흥얼거리는 노래 가락이 바로 이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것들이다. 이 세상은 티끌세상도 아니요, 괴로운 바다도 아니건만 사람들 스스로가 그렇게 느낄 따름이다.

 

 

 


123
꽃은 반쯤 피었을 때가 가장 아름답고, 술에는 은근히 추했을 때가 가장 기분 좋다. 만약 꽃이 다 피어 버리고 술에 곤드레만드레 취한다면, 이는 이미 보기 흉한 지경이 되고 만다. 그러므로 사람들은 일이 더없이 잘 될 때 마땅히 이 점을 염두해야 한다.

 

 

 



124
산나물은 사람들이 물을 주며 가꾸어 주지 않아도, 들짐승은 사람이 먹이를 주며 길러 주지 않아도 그 맛이 좋고 향기롭다. 우리 사람들도 속세의 법도에 물들지 않는다면 그 지향이 훨씬 남달라지지 않겠는가"

 

 



125
꽃과 대나무를 심어 가꾸고, 학과 물고기를 완상할 때에도 또한 스스로 터득함이 있어야 한다. 만일 한갓 눈앞의 풍경에만 빠져 아름다운 사물만 보고 즐긴다면, 이는 유가에서 말하는 '그저 귀로 듣고 입으로 내뱉는 학문'일 분이요. 불가에서 말하는 '공에만 집착하는 선'일 분이다. 무슨 좋은 정취가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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