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고문진보>

[고문진보]188. 초가집이 가을 바람에 부서지다 -두보

728x90

고문진보 -황견 엮음

 

초가집이

가을바람에 부서지다

 

-두보

 


 

 

팔월 가을 하늘 높은데

바람 성난 듯 울부짖더니,

우리 집 지붕 위의

세 겹 이엉 말아 올려 버렸네.


띠집 지붕 날려 가 너머

강가 언덕에 흩어져.

높은 것은 큰 나무 숲의

가지 끝에 걸리고

낮은 것은 바람에 휘돌며

못가 웅덩이에 빠지네.



남촌의 뭇아이들

내 늙고 힘없음 업신여겨.

뻔뻔스럽게도 내가 보는 데서

도둑질해 대네.



보란 듯이 띠 이엉 안고

대나무 숲 속으로 사라져 버려도,

입술 타고 입 안 말라

고함조차 지를 수 없고,

돌아와 지팡이에 기대니

한숨 절로 나네.



얼마 안 되어 바람 멎어

하늘의 구름 검게 변하더니,

가을 하늘 컴컴하게

저녁에 어둬워지네


로 만든 이불 오래되어

차갑기 쇠와 같은데,

장난꾸러기 녀석들 잠버릇 고약

걷어차 속은 다 찢어졌네.


잠자리마다 집이 새어

마른 곳이라곤 없는데,

빗발은 삼대같이

멎을 줄 모르네.


난리를 겪은 뒤로는

잠마저 적어졌으니,

기나긴 밤을 비에 젖은 채

어이 지새운단 말인가?


어이하면, 천 칸 만 칸짜리

너를 집을 구하여,

크게 천하의 궁핍한 선비들 덮어

함께 웃는 낯 지을까.


비바람에도 산처럼

끄떡없을 테니.

아아,

어느 때나 눈 앞에

우뚝한 이 집 나타나리?

내 움막 유독 부서지고

얼어 죽어도 그만이리.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