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진보 -황견 엮음
도연명의 사진도
-사과
진나라의 도연명의 초상을 그린 그림에,
송대 강서시파의 한 사람인 사과가
도연명의 인물됨을
글로 지어 적어 넣은 시이다.
도연명 심양의
고향 마을로 돌아가,
명아주 지팡이에 부들 신 신고
한 폭의 두건 썼다네.
짙고 짙은 그늘 고목에선
꾀꼬리 울고,
아리땁고 아리따운 동쪽 울엔
서리 국화 찬연하네.
세상 어지러워 끝이 없었지만
마음 쓰지 않고,
살아가는 일 풍족치 못했어도
뜻 좇아 만족해 했네.
종묘와 명당에서 일한 자태로
쑥대 엮은 집에서 늙었는데,
좁은 집은 쓸쓸히
겨우 무릎 하나 들일 만했네.
큰아들은 우둔해서
글 공부 게을리했고,
막내놈은 어리고 철없어
배와 밤만 좋아했네.
늙은 아내 해 저물어
호미 메고 돌아오면,
함께 달팽이 집에서
흐뭇하게 한 차례 웃었네.
시 읊조려도 가슴 속 시름
다 풀지 못했으니,
취한 채 아이 불러
종이와 붓을 마치게 했다네.
이따금 좋은 글귀 얻기만 하면
그것 옮겨 적었는데,
오언은 평이하고 담박하기가
한결같았네.
농가에 술 익으면
한밤중에도 문 두드렸고,
머리에는 스스로
술 거르는 두건 쓰고 있네.
늙은 농부 때때로
뽕과 삼이 많이 자랐느냐고 묻고,
술병 들고 와 잔을 나누며
서로 친하게 지냈네.
한 바리 술에 곧장 취하면
북쪽 창 아래 누워,
한가롭고 느긋하게 스스로
복희 시대의 사람이라 했네.
이 분 도를 아셔
곤궁해도 또한 즐거워하셨으니,
얼굴 모습 시들지 않고
붉은 물 들인 듯했네.
선비들 마구 이리저리
어지럽고 흐린 길을 따르니,
산림에 은거하는 높은 뜻
쓸쓸하게 된 지 오래되었네.
구천에 계신 도공
지금 일으켜 세울 수만 있다면,
공의 대나무 수레
멘다 해도 싫지 않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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