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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3부, 아암이란 중에 대하여) -정약용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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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3​부

둘째형님께 보낸 편지

 

둘째형님께서는 깊이

생각해주시기 바랍니다.

 

上仲氏

 


아암이란 중에 대하여

 

대둔사(大芚寺)*에 어떤 승려가 있었는데 나이 마흔에 죽었습니다.

 

이름은 혜장(惠藏)*, 호는 연파(蓮波), 별호(別號)는 아암(兒菴), 자(字)는 무진(無盡)이라 하는데, 본래 해남의 한미한 사람이었습니다.

 

27세 병불(秉拂)*이 되자 제자가 백수십명에 이르렀으며, 30세에는 둔사(芚寺)의 대회(大會: 이 대회는 오직 팔도의 대종장 大宗匠이 된 뒤에야 개최하는 것임-지은이)를 주재하였습니다.

 

을축년(1805)가을에 만덕사(萬德寺)*에 머물렀는데 그때 저와 만났습니다.

 

서로 만나던 저녁에 곧 [주역]을 논했는데, 그는 하도(河圖) 낙서(洛書)의 학문에 대해 횡설수설하면서 자기 말처럼 외웠습니다.

 

또 주부자(朱夫子)의 [역학계명(易學啓蒙]을 익숙히 보고서 대중없이 여러 조목을 뽑아내어 세차게 흐르는 강물처럼 거침없이 말하였으므로 보기에 겁날 정도였습니다.

 

내가 묻기를 "건(乾)의 초구(初九)는 왜 구(九)라 하는가?" 라고 했더니, 그가 "구란 양수(陽數)의 극(極)입니다"라고 하였습니다.

 

내가 "곤(坤)의 초륙(初六)의 왜 곤의 초십(初十)이라고 하지 않는가?" 라고 했더니,

 

그는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곧 깨닫고 몸을 일으켜 땅에 엎드리며 가르침을 청했습니다.

 

그는 배웠던 것을 모두 버리고 깊이 구가(九家)의 학(學)*을 연구하였습니다.

 

그는 또 불법(佛法)을 독실히 믿었는데[주역]의 원리를 들은 이후부터는 몸을 그르쳤음을 스스로 후회하여 실의(失意)한 듯 즐거워하지 않다가 6,7년 만에 술병(酒病)으로 배가 불러 죽었습니다.

 

지난해 내게 보내준 시에

 

백수공부(栢樹工夫)*로 누가 득력했나

연화세계는 이름만 들었네

하였고, 또

 

외로운 읊조림 매양 근심 속에서 나오고

맑은 눈물 으레 취한 뒤에 흐르네

 

했습니다.

 

그가 죽을 무렵에 여러번 혼잣말로 "무단히, 무단히"(방언으로 '부질없이'라는 뜻임-지은이)라고 했답니다.

 

 

제가 지은 만시(輓時)에

 

이름은 중 행동은 선비라 세상이 모두 놀랐거니

슬프다, 화엄의 옛 맹주여

[논어(論語)] 자주 읽었고

구가의[주역] 상세히 연구했네

찢긴 가사 처량히 바람에 날려가고

남은 재 비에 씻겨 흩어져버리네

장막 아래 몇몇 사미승

선생이라 부르며 통곡하네

라고 하였으며(근래[논어] [맹자(孟子)]를 독실히 좋아하였으므로 중들이 미워하여 김선생이라고 불렀음-지은이), 또

푸른산 붉은 나무 싸늘한 가을

희미한 낙조 곁에 까마귀 몇마리

가련타 떨갈나무숯 오골

(傲骨:오만방자한 병통이 있다는 뜻임-지은이)을 녹였는데

종이돈 몇닢으로 저승길 편히 가겠는가

관어각(觀魚閣)위의 책이 천권이요

(다산을 가리킴-지은이)

말 기르는 상방(廂房)에는 술이 백병이네

(진도 珍島의 감목관 監牧官 이태승 李台升은 곧 이단표 李端彪의 아들인데 한번 만나서는 곧 벗이되어 밤낮으로 싫도록 술을 마셨다-지은이)

지기(知己)는 일생에 오직 두 늙은이

다시는 우화도(藕花圖) 그릴 사람 없겠네

 

(맺음말에서 소동파(蘇東坡와 참료 參蓼*에 관한 일을 인용하였음-지은이) 하였습니다.

 

 

 

*대둔사: 지금의 해남 대흥사(大興寺)

 

*혜장:1772~1811. 중으로 속명은 김씨(金氏). 다산에게 [주역]을 배우고 왕래하였다. 다산이 탑명(塔銘)을 지었다.

 

*병불: 선종(禪宗)에서, 절에서 불법을 가르치는 수좌(首座)가 되는 것을 말함.

 

*만덕사 전남 강진군 다산 동쪽에 있는 절

 

*구가의 학:[주역]을 주석했던 9인의 연구가를 구가라 하는데, 경방(京房) 마융(馬融) 정현(鄭玄) 송충(宋衷) 우번(虞翻) 육적(陸績) 요신(姚信) 적자현(翟子玄) 순상(荀爽)등 지칭함.

 

*백수공부: 참선하며 화두를 참구하는 것. 당나라 때 어떤 중이 조주(趙州)에게 "무엇이 조사가 서쪽에서 온 뜻입니까?" 하니, 조주가 "뜰 앞에 있는 잣나무다" 하였다 한다.

 

*참료:중국 송나라의 승려 도잠(道潜)의 호가 참료자(參蓼子)인데 시를 잘지었다. 항주(杭州)의 지과사(智果寺)에서 지냈다. 소동파가 황주(黃州)에 있으면서 꿈속에서 그를 만나 시를 읊었는데 7년 뒤 항주태수(杭州太守)가 되어 그곳을 방문, 상면하여 즐겼던 고사(故事)를 인용하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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