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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1부, 거짓말을 입밖에 내지 말라) -정약용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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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1부

두 아들에게 보낸 편지

 

거짓말을 입밖에 내지 말라

寄兩兒


 

부형이나 일가친척 중에 더러 흠있은 사람이 있으니 어찌 숨기겠는가마는 거짓말을 입밖에 내는 것을 내 평생 본 적이 없다.

 

우리 집안에서 우리 아버지 삼형제* 분과 진천공(鎭川公)* 형제분, 해좌공(海左公)* 형제분, 직산공(稷山公)* 형제분 등이 한때 종중(宗中)에 명망이 있었는데 단 한번도 거짓말을 하다 탄로났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다.

 

나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세상의 많은 사람을 보아왔는데 비록 고관대작들이라 할지라도 그가 한 말을 공평하게 검토해보면 열마디 말 중 일곱마디가 거짓이더구나.

 

어렸을 때부터 서울거리에서 자라난 너희들은 이런 거짓말하는 습관에 잘못 물든 게 없는지 모르겠다. 이제부터라도 거짓말을 하지 않도록 온힘을 다 써라.

 

편지 글줄에서 한자라도, 평소 주고받는 말 중에 한마디라도 사실 아닌 것이 없도록 단단히 반성해야만 위로 조상들의 모범을 본받는 길이 될 것이다.

 

그분들을 본받으면 비루하고 어긋나는 말이나 얍삽한 시정(市井)의 말투를 닮지않게 될 것이니, 이는 우리 집안 사람이면 시골에 사는 사람도 다 그러했고 심지어 어린애들까지도 그렇게 해왔다.

 

소천(苕川)* 용인(龍仁) 법천(法泉)*의 일가들도 마찬가지였다. 멀리 황해도나 영남 지방 일가들까지 다 그렇게 해왔는데 유독 서울물 먹은 사람들만 더러 나쁜습성이 들었으니, 너희들은 힘써 고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러면 머지않아 좋아질 수 있다.

 

지금 우리 집안은 폐족이 되었고, 여러 일가들도 갈수록 쇠약해지고 있다. 옛날 우러러볼 만한 풍류나 문장들이 근자에 와서 삭막 하게 되었으니, 너희들은 본래 우리 집안이 이렇구나 생각하고 선조들을 따라 가려는 노력을 하지 않으려 하는 것 같다.

 

그러나 끝을 보면 그 근본을 헤아릴 수 있고, 흐르는 물을 건너다보면 소원지를 찾아낼 수 있다는 말이 있으니 , 우리 집안이 참으로 어떤 집안이었나를 알아줄 사람이 있을 것이다.

 

아무쪼록 너희가 힘을 합쳐 30년 전의 옛 모습을 만회할 만회해낼 수 있다면 너희야말로 참으로 효자가 되는 것이고 어여쁜 자손이라 할 것이다.

 

세상에서 우리 정씨(丁氏) 가문을 일컬어 야박한 풍속을 가졌다고 하는 것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고모나 누나, 누이 중 이미 시집 간 사람은 남편 집안에서 인도하여 오지 않으면 만나주지 않는 것이다.

 

또 내외종 자매인 경우에는 남편 집안에서 인도해와도 만나주지 않는데, 이는 얼핏 보면 야박한 것 같지만 이런 법도는 지킬 만한 것이니 예부터 전해오던 것을 쉽게 고쳐버리는 것은 온당치 못한 일이다.

 

그러나 아버지 쪽으로는 무복지친(無服之親)* 이라도 설날에 그 부녀자들끼리 세배드리는 것은 후한 풍속이 아니겠느냐?

 

사람은 집안에 화기(和氣)가 있도록 힘써야 한다. 일가끼리 자리를 같이한다거나 가끔 친한 손님이 찾아오면 기쁜 마음으로 맞아 대접하고 하룻밤이라도 더 주무시고 가게 하여 마음을 흐뭇하게 해주어야 한다.

 

만약 단정하게 무릎 꿇고 앉아 천천히 안부만 묻고는 말도 않고 웃지도 아니하고 무뚝뚝하게 대하여 손님을 어색하게 만들어 손님이 일어나 가겠다고 하면 만류도 하지 않고 보내면서 마루에 내려서지도 않는다면, 여러 사람이 상대해주지 않을 것이며 필경 평생의 복을 망쳐버리는 일이 될 것이니 부디 깊이 조심하도록 해라.

아버지 삼형제: 아버지는 정재원(丁載遠), 숙부는 정재운(丁載運), 계부 정재진(丁載進)

 

진천공: 진천현감을 지낸 다산의 삼종조부(三從祖父)되는 정지덕(丁志德).

 

해좌공:해좌 정범조(丁範祖,1723~1801)로 자는 법정(法正), 1763년 증광문과에 갑과로 급제,1799년 예문관 제학을 지냈다.

직산공: 직산형감을 지낸 정시한(丁詩韓)의 현손(玄孫) 정술조(丁述祖)와 그의 형 정헌조(丁憲祖)를 지칭

 

소천: 소내. 다산이 살던 마을로 지금의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능내리

법천: 강원도 원주 근방의 지명. 정시한의 후손들이 모여 사는 집성촌.

 

무복지친 :복제(服制)에 들지 아니한 가까운 친척. 8촌을 벗어난 일가. 단문천(袒免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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