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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민심서>

정선(精選) 목민심서 -정약용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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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전(戶典) 6

3. 환곡의 장부[穀簿]



수령이 농간질하여 남긴 이익을 훔치니 아전의 농간질은 말할 것도 없다.




수령의 농간질은 그 구멍 또한 많다. 법을 어긴 것만을 대강 추려도 그 이름이 여섯 가지가 있다.
첫째는 번질(反作)이요, 둘재는 가분(加分)이요, 셋째는 허류(虛留), 넷째는 입본(立本)이요, 다섯째는 증고(增告), 여섯째는 가집(加執)이다.



번질 이란 무엇인가?
겨울이 되어 곡식을 거두는 일은 본래 연말을 기한으로 삼는데, 아직 거두지 않은 것을 다 거둔 것으로 사칭하고 거짓 문서를 작성하여 감사에게 보고한다. 새봄이 되면 환곡을 나누어주지 않고 나누어준 것으로 사칭하여 거짓 문서를 작성하고 감사에게 보고한다.
이것을 번질 또는 와환(臥還)이라 한다.

평안도와 황해도의 관례는 와환이로 벼 1석에 돈 1냥을 토색하는데, 이것을 와환채라 하여 아전들이 먹기도 하고 수령이 먹기도 한다. 황주의 경우에는 목사와 절도사가 모두 이 돈을 먹으면서 당연한 것으로 알고 있다.




가분이란 무엇인가?
이자 조로 받는 모곡을 이롭게 여겨서 응당 보관해야 할 곡식을 나누어 주는 것이다. 법에 이르기를 창고를 다 털어 나눠준 자는 무기한 정배 시키고, 보관해야 할 곡식의 절반을 나눠준 자는 도형(徒形) 3년에 처하고, 가분한 곡식 섬이 적은 자는 해직시킨다고 하였다.

법이 없는 것이 아닌데 어기는 자가 계속 생기는 것은 조그만 이익이 있기 때문이다. 백성이 굶주리고 곡식이 적어 구제할 방책이 없을 때에 상급관청에 보고하고 승인을 얻어 가분하는 것은 관대히 보아줄 수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어사가 적발하면 오히려 죄를 면치 못하기 때문에 법을 두려워하는 자로서는 할 바가 못된다. 요즘에 와서는 감영의 곡식을 모두 나눠주니, 위가 흐리니 아래가 더러워지는 것을 막을 길이 없다.




허류란 무엇인가?

전관(前官)이 아전의 포탈을 덮어둔 채 인계한 것 모두가 허위 기록인데 나 또한 꺼려서 적발하지 않고, 혹 사정에 어두워 곡식 장부가 무엇이며, 관청의 물건을 사사로이 쓴 것이 어떤 것인지를 모른다.

사철마다 감영에 보고하는 장부에는 분명히 남아 있는 곡식이 몇 석으로 되어 있으나 창고 안은 텅 비어 아무것도 없다. 혹 비변사낭청(備邊司廊廳)이 부정을 적발하거나 감영의 비장과 아전이 적발하더라도 뇌물 거래가 아미 일반화되어 허물을 잡아내지 않고 그대로 덮어버리니, 마침내 고질이 되었다.

여러 고을의 곡식 장부에는 모두 허위 기록이 있어 법대로 빗질해서 가려내면 열 가운데 일고여덟은 모자랄 것이다. 나라 살림을 생각하면 참으로 애통한 일이다. 법전에 허위로 기록한 자는 도형 3년에 정배 또는 5년 금고(禁錮)에 처하고, 후임자로서 전관의 부정을 덮어준 자와, 수령이 오랫동안 부임지를 떠나 있어 대신 다스린 이웃 고을의 수령도 도형과 정배에 처하고 사면(赦免) 혜택도 받지 못하게 되어 있다.

법이 있음에도 어기는 자가 계속 생기는 것은 일찍이 법대로 시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근래에는 아전이 관청의 물건을 사사로이 쓴 것을 엄중히 적발하고는 뇌물을 받아먹고 덮어주는 수령 또한 많으니 장차 어찌할 것인가?




입본이란 무엇인가?
혹 가을이 되면 돈을 손에 잡고 그 이익을 먼저 훔치기도 하고, 혹 봄이 되어 돈을 지급한 다음에 그 이익을 거두기도 한다. 보리도 또한 그러하니, 이것이 바로 수령이 법을 어기지 않으면서 요령껏 운영하여 이익을 남기는 것이다.

가을이 되어 돈을 거두는 데 있어서, 가령 갑년(甲年)에 흉년이 들어 환조(還朝) 1석에 싯가가 2냥이면 돈으로 대신 거두는데 백성도 또한 좋아한다. 을년(乙年)의 봄에 백성이 바야흐로 굶주리고 곤란하며, 관에서 "올 가을에 풍년이 들어 1석의 벼가 1냥에 지나지 않을 것이니, 너희는 이제 돈을 먹고 가을을 기다려 벼를 바치면 좋지 않겠느냐"라고 명령을 내리면 백성 또한 좋아한다.

이러는 동안에 이익이 1냥이 되고, 만약 1천 석을 가지고 있으면 그 돈은 1천 냥이 되니, 이것이 이른바 입본이다. 관에서 얻은 것은 비록 1낭에 그치지만, 백성이 잃은 것은 2냥이 된다. 왜 그런가? 갑년의 가을에 쌀값이 2냥이면 을년 봄에는 값이 올라 반드시 3냥에 이른다.

3냥이 된 때에 1냥만을 받으니 2냥을 잃지 않겠는가? 분명히 2냥의 돈을 잃었는데도 가을이 되면 기꺼이 바치고 봄이 되면 또한 기꺼이 받으니, 백성이라는 것이 참으로 가련하다.

봄이 되어 돈을 나눠준다는 것은, 봄에 돈의 가치는 극히 낮고 창고의 곡식은 상태가 아주 나빠 백성이 받기를 싫어하므로, 관에서는 그런 줄을 알고 그 가격의 반만 백성들에게 나눠주고, 가을에 돈을 받을 때에는 그 가격대로 거두어들이니 남는 것이 그 반이다. 본래 상태가 나쁜 곡식이 또 창고 안에서 묵었으니 끝내는 티끌과 흙같이 되는데 그 다음 해 봄이 되면 그 티끌과 흙 같은 곡식을 나눠준다.

보리의 환곡은 마땅히 늦가을에 나눠줘 종자로 쓰게 하고, 또 마땅히 이른 봄에 나눠줘 궁핍을 덜어주어야 한다. 그런데 아전이 수령에게 말해 창고를 닫고 곡식을 방출하지 않은 채 보리농사를 보고 있다가 망종(亡種) 8,9일 전에 이르러 보리농사의 풍흉이 이미 가려지게 된 때에 만약 보리가 흉작이면 끝내 창고를 닫아두고 만약 풍작이면 그때 비로소 하겠는가?

그러면 관에서는 보리 장사를 하는데, 보리 1석마다 가격이 3전으로 결정하여 돈으로 나누어준다. 추곡이 흉작이라 보리 가격이 혹 오르면 창고를 열어 보리를 내는데, 그 보리가 경기와 호서 지방에 범람해서 그 이익이 몇 배나 된다.

만약 보리농사가 흉작이라 묵은 보리를 이미 봉해 두었는데 새 보리가 또 들어오면, 묵은 보리를 적당히 종자로 나눠주고 새 보리는 놔두었다가 장사를 도모한다. 봄에 정례대로 나눠줄 때에는 돈으로 하되, 1석의 값은 5전에 지나지 않는다. 여름이 되면 보리를 거두어 입본을 하는데, 이것은 모두 요즘 수령이 관례에 따라 응당하는 일로 되어 있다.




증고란 무엇인가?
감사가 어떤 관아에게 곡식 2천 석을 통상적인 비율에 따라 돈으로 걷으라는 공문을 보내왔다. 통상적인 비율이 쌀 1석에 3냥이고, 벼는 1석에 1냥 2전인데 현재 이 현의 싯가가 쌀 1석이 5냥이고 벼 1석이 2냥이면, 싯가로 백성에게 징수하여 통상적인 비율대로 상급관청에게 바치고 그 차익을 자기 주머니에 넣는다. 이를 증고라 한다.

그러나 감사가 통상적인 비율에 따라 돈을 걷는 일 또한 보기 어렵다. 혹 싯가가 쌀 때라야 통상적인 비율에 따라 돈을 걷고 매번 싯가대로 돈을 걷어 감사가 이익을 차지하면, 수령은 그 이득에 끼지도 못한다.




가집이란 무엇인가?
위에 살핀 바대로 어떤 관청의 곡식을 감사는 2천석만을 돈으로 걷도록 허가했는데, 수령이 2천 석을 더하여 통틀어 4천석을 돈으로 대신 징수한다. 이미 통상적인 비율에 의한 차액을 훔치고, 또 가집의 본전(本戰)을 취하여 그 이듬해 봄에 3냔을 환곡으로 집집마다 나눠주고 가을을 기다려 쌀을 거두어 그것으로 입본하니, 1석마다 2냥이 또 남는다. 2천 석을 추가로 징수하여 그 이익이 4천 냥이다.

감사가 공문을 띄워 감영의 모곡 1천 석을 돈으로 걷으라고 하면, 수령이 이에 또 2천 석을 더하여 통틀어 3천석을 돈으로 대신 징수하되 한결같이 싯가에 따르고, 그 다음 해 봄에 그 5분의 3을 백성에게 나눠주었다가 가을을 기다려 입본하고 위와 같은 방법으로 그 차액을 훔친다. 이 또한 요즘 수령이 관례에 따라 응당 그렇게 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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