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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민심서>

정선(精選) 목민심서 -정약용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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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부
호전(戶典) 6조

3. 환곡의 장부[穀簿]


감사가 환곡을 이용하여 장사를 하면서 장삿길을 크게 터놓았으니, 수령이 법을 어기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감사가 여러 고을에 물가를 보고하도록 명령을 내리고, 곡가의 높고 낮음을 상세히 알고서 장사치 노릇을 한다.

만약 벼 1석에 갑현에서는 싯가가 7전이고 을현에서는 싯가가 1냥 4전이면, 을현의 벼 2천 석을 취하여 팔아 돈 2천 800냥을 만들어 그 반은 훔쳐 자기가 먹고 그 반은 갑현에서 곡식을 사들여 다시 벼 2천 석을 만든다.

이것이 이른바 이무(移貿)요, 입본(立本)이요, 보속(步粟)이다.

감사의 녹봉이 본래 박하지 않은데도 장사치 노릇을 하여 백성의 기름을 짜내고 나라의 명백을 상하게 하니, 딴 일이야 말할 것이 있겠는가?

한 해에 백만 냥이나 천만 냥의 돈을 얻어 축재하면서도 만족할 줄 모르고, 쌀을 방출하는 고을에서는 비싼 값으로 돈을 거두고 살을 수매하는 고을에서는 싼 값으로 돈을 푸니, 백성의 피해가 어찌 그치겠는가?

물가를 보고하는 수령으로서 감사의 태도를 살펴 속마음에 영합하여 곡식을 마땅히 방출해야 할 고을에서는 높은 값으로 보고하고, 곡식을 수매해야 하는 고을에서는 반드시 낮은 값으로 보고한다.

한 고을에서 이미 감사의 뜻을 받들었으면 사방의 다른 이웃 고을이 책망을 듣고 모두 감사의 뜻에 가장 맞는 값으로 묶으니, 백성의 피해가 어찌 그치겠는가?

내가 일찍이 암행어사가 되었을 때 본 일이지만, 이웃하고 있는 대여섯 고을에서 보고한 물가가 달랐는데, 결국 그중에서 가장 높은 것을 따르는 것이었다. 이로써 그 실정을 알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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