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은알고있다
거머리는 의학에서 무척추동물 가운데 '좋은 녀석'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동물일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아직도 늪이나 배수지 등에 살면서 사람들의 피를 빨아먹는 기분 나쁜 벌레라는 이미지를 완전히 극복하지는 못하고 있다.
고대 이집트와 로마에서 19세기 유럽에 이르기까지 기록이 전해지는 역사를 통틀어서, 거머리는 환자의 '나쁜피'를 빨아내는 기능이 있어 만병통치약처럼 치료에 널리 활용되었다.
그러나 현대 의학은 이들의 치료 효과에 깊은 회의를 가지고 있다.
피가 응고하는 것을 안전하게 막아주는 호학 물질인 혈액 응고 방지제는 매우 수요가 많은 약품이다.
혈관 내에 형성되는 혈전이 주요 질병과 사망의 원인이 되는 서구 사회에서는 더욱 그렇다.
거머리들은 피부에 작은 상처를 낸 뒤 이 상처를 통해 피를 빨아먹고 소화를 돕는 침 속에 혈액 응고 방지 물질을 분비해 피가 굳어 상처가 막히는 것을 예방한다.
이 물질은 거머리의 위 속에서도 빨아먹은 피가 굳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거머리들'은 '임상적으로 유용한 혈액 응고 방지 물질은 어디에 발달해 있을까?
라는 물음에 대한 한가지 답이 된다.
제약업계는 거머리의 혈액 응고 방지 물질이 부작용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 밝혀짐에 따라 지난 수년 동안 이 물질을 매우 진지하게 검토해왔다.
그러나 일부 지역에서는 거머리를 대량으로 이용할 수 있느냐가 문젯거리로 떠올랐다.
게다가 가장 효과가 만족스런 종인 '히루도 메디시날리스'(약용거머리)는 번식 속도도 그렇게 빠른 편이 아닌 데다 이들의 서식처 가운데 많은 곳이 농지 개발이나 도시 개발등으로 계속 줄어들고 있다.
영국의 한 회사는 이것에 대한 대응책으로 강력한 혈액 응고 방지 물질을 만들고 번식 속도가 빠르며 야생 상태에 서식하는 개체수도 많은, 제약업계가 원하는 특성을 모두 갖춘 거머리종을 만들어내기 위해 전세계 거머리의 다양성을 샅샅이 조사했다.
이 회사는 프랑스령 기니에서 커다란 아마존 검리를 발견했으며, 이 거머리에서 새로운 혈액 응고 방지 물질을 찾아냈다.
연구자들은 이 물질의 화학적 구조에서 영감을 얻어 매우 귀중한 새로운 의약물질을 합성해냈다.
이 신약 물질은 현대 인류의 두 가지 주요 사망 원인인 뇌졸중과 심장마비를 일으키는 혈전을 안전하게 녹이는 것으로 밝혀졌다.
거머리의 유용성은 그들의 화학적 작용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사실 거머리들이 현대에 와서 위생적으로 피를 빠는 그들의 오래된 능력 때문에 다시 활용됨에 따라, 이들의 유용성에 대한 고대의 믿음이 부활하고 있는 셈이다.
이들은 상처로 피가 흘러들어가는 것이 심각한 문제가 되는 재생 또는 이식 수술의 후처리에도 이용된다.
절단된 손가락을 다시 봉합하는 수술의 경우, 현미경을 이용해 미세한 수술을 하는 의사에게 동맥을 찾아 연결하는 것은 비교적 덜 어려울 수 있다.
동맥은 비교적 큰 혈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맥들은 동맥보다 훨씬 가늘어서 놓치기 쉽다.
이것은 피가 잘 흘러 나가기보다는 막힌 곳으로 흘러 부풀어 오를 수도 있다는 것을 뜻한다.
거머리에게 부풀어 오른 곳의 피를 빨게 하면 피부의 색깔이 흉한 어두운 자줏빛에서 건강한 분홍색으로 변한다. 게다가 거머리가 문 작은 상처로 자극서이 적은 마취제 성분과 항생제 성분이 투입되어 환자는 아무것도 느 낄수 없고, 상처도 깨끗하게 유지된다.
반면 이때쯤 거머리는 담배 크기만하게 팽창하는데, 그러면 임무에서 제외시켰다가 환자 치료가 끝난 뒤 다시 다른 환자의 치료에 재활용할 수 있다.
자연은 알고 있다 中 -앤드루 비티. 폴 에얼릭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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