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책소개,독서HAZA365>/책속글귀-2018년

인생의 일요일들 -정혜윤 에세이

728x90



예전에 한 노동자를 취재했어요. 몇 년 전 그가 다니던 회사에 대량 해고 사태가 벌어졌어요......

월, 화, 수, 목, 금, 토, 매일매일 똑같은 노동. 다시 월, 화, 수, 목, 금, 토 그리고 일요일이 되었어요.
그렇게 몇 주나 지났을까? 어느 일요일 아침의 일이었어요. 무척 피곤해서 오전 ㄴ내 잠을 자다가 어느 순간 눈을 떴는데 이상한 이리 벌어졌어요. 해고된 후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이상한 감각에 휩싸인 거예요. 달콤한 것도 같고 잘 마른 빨래에서 나는 냄새 같기도 하고 낯익은 침대에서 나는 냄새 같기도 하고, 이건 뭐지?
아, 이건 일요일의 냄새잖아!

그는 일요일의 냄새 속에서 행복감을 맛봤어요. 마치 해고되기 전으로 돌아간 것 같았아요. 해야 할 일은 잘 쉬고 잘 먹어야 회복되는 것뿐인데 그런 일요일, 바로 그것이었어요. 나는 안전하다! 밖에서 광풍이 불어도 나는 편안하고 안전하다! 그는 그 행복을 깨고 싶지 않았아요. 손가락 하나라도 움직이면 그 기분이 그냥 덧없이 날아갈 것 같았어요. '일요일의 냄새' 사건 후, 그는 계속 당구장 직원으로 남아 있었을까요? 아니요. 힘을 회복한 그는 다시 형님들 곁으로 갔어요.

일요일은 휴식의 시간이지만 그 휴식은 하루 종일 자는 것, 늘어져 있는 것, 빈둥거리는 것, 몸을 회복하는 것을 포함하는 동시에 언제 마음이 편한지, 언제 심장이 뛰는지, 어디로 마음이 가는지를 느껴보는 시간이기도 했던 거지요. 그에게 휴식은 안주가 아니라 안주하지 않을 힘을 얻는 시간이었어요. 그는 회복된 몸으로 자신이 '마음'이 가리키는 방향에 충실했어요. 지금 이 이야기는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어요. 하지만 앞날이 완전히 순탄해지려면 끝없는 노력이 필요하겠지요.

인생의 일요일들   -정혜윤 에세이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