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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독서HAZA365>/책속글귀-2018년

당신으로 충분하다 -정혜신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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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내가 그때 그렇게 화가 났었구나.' '내가 그때 그것을 그렇게 원했었구나'하는 생각들.
'내가 그랬구나, 내가 그렇구나'하는 자각들이 분명해진다. 그런 식으로 나를 또렷하게 다시 볼 수 있으면 그때부터는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확실히 알게 되고 그만큼 자연스러워진다. 이런 느낌과 자각이 없는 상태에서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고민하며 길을 헤매는 경우가 우린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그런 식의 고민은 해결책을 찾아가는 과정이 아니다. 내가 나를 분명히 느끼고 감지하면 모든 것이 분명해진다. 이게 길(道)이다.







그 기억과 감정을 떠올리면서 상처받은 그 당시의 내가 이해받고 공감 받고 위로받는 과정을 거치면서 비로소 내 상처의 본질을 입체적으로 이해하게 되지요. 이 모든 과정을 거치면서 '상처받은 자신'을 순하게 감싸 안을 수 있게 되는 것. 그것을 정서적 깨달음이라고 해요. 그러면 나면 사람은 달라지지요. 편안해져요. 자신이나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해 이전보다 훨씬 또렷하게 인식하게 되고, 그러면 그런 상황에 다시 맞닥였을 때 전보다 정서적으로 덜 휘둘리게 되죠. 주변 상황에 압도당하는 일이 적어집니다. 홀가분해지기도 하고요. 그래서 편안해지는 거예요.






사람이 관계에서 상처를 받는 것은 의외로 비판이나 비난 등 명백한 공격 행위에 의해서가 아니다. 자신의 깊은 감정, 상처의 경험들을 얘기했는데 상대가 그것을 가슴으로 받아들이지 못했다는 느낌을 받을 때 더 깊은 상처를 받는다. 사람이 자신의 속마음을 얘기할 때 갖는 원형적인 욕구는 자신의 말이 상대에게 잘 스며들고 흡수되어 충분히 공감을 받았다는 느낌 그 자체이다. 고통스러운 내 감정이 타인에게 공감을 받았다는 것은, 내 감정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 내가 그런 감정을 가져도 괜찮다는 것을 확인받는 행위와 같은 것이다. 그것으로 인해 사람은 깊은 위로와 함께 근원적인 안정감을 얻게 된다.





어쩔 수 없는 한계에 대한 자각과 인정 이후에 따라오는 것은 '우울'이다. 오랫동안 갈망하던 것을 포기해야 한다는 걸 받아들이면 맥이 풀리고 무력감이 들고 우울해진다. 당연하다. 이때의 우울은 치유의 과정에서 매우 중요하다. 성찰과 치유의 과정을 제대로 밟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이런 순간에 무기력해지고 멍해지는 자신을 보면서 '내가 뭐 잘못된 거 아냐? 이러면 안 되는데'하며 자신의 상태에 대해 잘못된 해석을 하게 되면 문제가 더 꼬인다. 마음껏 우울하고 마음껏 무력해도 된다. 충분히 그러고 나면 간절했던 그 욕구로부터 심리적 거리를 갖게 된다. 포기할 부분은 포기하고 받아들일 부분은 받아들이고 나면 그 욕망과 욕구에 더 이상 휘둘리지 않게 된다.




우리는 자신의 상황을 바라볼 때 감정 이입 용도의 현미경도 필요하고, 동시에 나와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망원경도 필요하다. 20층 빌딩 위에서 땅 위로 지나가는 사람과 차들을 보면, '뭐가 바쁘다고 저리 움직이나'하는 조감력이 생긴다. 절로 사람과 삶에 대한 연민이 생긴다. 지상에서 함께 길을 걷고 있을 때는 함께 종종걸음을 하게 되지만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나 자신을 종종걸음 치는 군상의 일부로 또렷이 인식할 수 있게 된다. 나와 내 상황에 대해 일정한 거리를 가지고 볼 수 있다면 그 거리가 주는 핵심 미덕은 '연민'이다. 나란 존재에 대해 여유로운 거리를 확보한 채 연민할 수 있다. 연민은 자신을 따뜻하게 응시할 수 있는 중요한 시각이다.





그 순간 공감이 가능했던 건 지혜가 마음을 열 수 있는 '관계'안에 있었기 대문이다. 그래서 있는 그대로의 자기 마음과 감정을 유통시킬 수 있었고 그 결과 '공감'이다. 공감을 하면 생각의 과열 작동은 자동적으로 멈춘다. 공감을 통해 서로의 감정, 마음이 오고 가다 보면 타인에 대해 머리로 추론할 때보다 더 풍부하고 입체적인 정보가 느껴지고 들어오게 된다. 그래서 더 많이 알고 파악하게 되었지만 생각이 줄고 머리는 가벼워진다.
자전거를 처음 배우 ㄹ대 한참 넘어지다가 어느 한순간부터 더 이상 넘어지지 않고 앞으로 쭉 나아갈 수 있듯 지혜가 공감의 감각을 몸에 익힌 이 순간부터는 생각에 걸려 넘어지지 않고 계속 공감하고 몰입할 수 있을 것이다.  점점 더.




'아 내가 그런 거였구나. 내가 그래서 그랬구나!' 하는 실감(aha experience)은 자기성찰의 도 다른 이름이다. 이런 실감이 일상에서 늘어날수록 사람은 반복되던 자기 패턴으로 조금씩 벗어나기 시작한다. 편안하고 강박적이지 않은 지혜의 태도가 건강하다.



당신으로 충분하다   -정혜신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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