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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독서HAZA365>/책속글귀-2018년

느림과 비움의 미학(장석주의 장자읽기) -장석주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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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접목胡蝶夢

어느날 장주가 나비가 된 꿈을 꾸었다. 나비가 되어 유유자적 재미있게 지내면서도 자신이 장주임을 알지 못했다. 문득 깨어 보니 다시 장주가 되었다. 혼몽한 중에 장주는 제가 나비가 되는 꿈을 꾸었는지 나비가 장주가 되는 꿈을 꾸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장주와 나비 사이에 무슨 구별이 있기는 있을 터. 이런 것을 일러 '사물의 변화'라 한다.

-[장자] [제물론濟物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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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의 [제물론]편을 읽는다.
내가 살고 있는 현실은 꿈이 아닌가. 나는 자주 이런 의심을 해본다. 장자의 '나비 꿈 이야기'는 유명한 이야기다. 장자는 몽접주인夢蝶主人이란 별칭을 들을 정도로 이야기는 그 당대에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어느 봄날 장자는 깜빡 낮잠이 든다. 잠 속에서 나비가 되어 훨훨 날아다녔다. 이 꽃 저 꽃으로 한가롭게 날아다니며 꿀을 빨아 먹는다. 솜털이 돋는 다리에는 노란 꽃가루가 잔뜩 묻는다. 세상은 평화로웠다.
장자와 나비 사이의 분별이 사라졌다. 그러다가 문득 잠에서 깨어났다.

깨어난 순간 장자는 삶이 일장춘몽一場春夢이란 걸 깨닫는다. 삶이란 뇌가 만들어낸 하나의 환몽幻夢이다. 사람은 평생을 그 환몽 속에서 허우적이다가 죽는다.
"눈은 빛깔을 보고, 귀는 소리를 듣고, 입은 맛을 음미하고, 마음은 제 안에서 일어나는 욕망의 만족을 구한다." [장자][도척​盜跖]우리가 실재라고 믿는 빛깔과 소리와 미각들은 모두 환몽의 그림자다. 장자는 어느 날 문득 꿈속을 잠행하다가 그 환몽의 문턱을 넘어서서 삶을 투명하게 지각한다. 그 지각을 적은 게 나비 꿈 이야기다.


장자는 꿈에서 깼는데도 혼몽한 상태에 머물렀다. 문득 둘러보니 만화방창萬化方暢으로 흐드러진 꽃들의 향기는 천지에 진동하고, 그 꽃들 위로는 나비가 날아다녔다. 장자는 생각에 잠겨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꿈속에서 나비였는데, 그 나비는 어디로 날아갔는가? 꿈은 무엇이고 꿈 아닌 것, 즉 깨어남은 무엇인가? 내가 나비로 변한 것인가. 혹은 나비가 나로 변한 것인가?

장자가 깨달은 것은 제가 살아 숨 쉬는 이 세상이 상호연기相互綠起의 세상이라는 사실이다. 상호연기의 세상에서 주객을 굳이 가르는 것은 뜻 없다. 나를 완전히 잊어버리면 주객합일은 쉽게 이루어진다. 장자는 꿈속에서 문득 사지와 형체가 있음을 잊고 주객합일로 노닐었던 것이다.

꽃과 나비와 장자 사이에 어엿한 분별이 있지만, 그 분별이라는 것도 서로의 인연으로 잇대어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장자에서 나비로 다시 나비에서 장자에로 존재 이동을 할 수 있었다.

느림과 비움의 미학   -장석주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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