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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과 생각>/소소한 일상-2022년

아침 거미는 복거미 라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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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으로 나갈 채비를 하기 위해 방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었다. 윗옷을 입으려고 팔을 끼며 시선이 자연스럽게 천정을 향했다. 그때 눈에 들어온 건 방문 천정 모서리의 검은 물체다. 뭐지? 가까이 가보았다. 새끼손톱 크기의 거미다. 집에는 혼자 있었다. 어떻게 해야 하나 잠시 머리가 멍하다. 입던 옷을 마저 입으며 생각한다.

 

예전 같으면 소리부터 지르고 거미에게서 최대한 멀리 도망갔을 것이다. 남편이라도 있으면 그런 시늉이라도 해보련만 믿을 구석이 없다는 것을 이미 감지한 상태다. 자연에 관한 책을 읽으며 곤충과 벌레에 대한 두려움이 조금은 사라진 것도 한몫을 했다. 옷을 다 입고 거미와 한 판을 벌였다.

 

먼저 고무장갑을 찾아서 낀다. 간이 의자를 문 앞에 갖다 두었다. 한 손에는 킬라를 다른 한 손에는 거미를 때려잡을 각티슈를 들었다. 죽이지 않고 살려서 밖으로 보낼 수는 없을 것 같아 내린 결정이다. 먼저 미안하다고 거미에게 사과한다. 누가 미안할지 겪어봐야 알 일이었다.

 

재빠르게 왼손으로 킬라를 뿌린 후 오른손에 있는 각티슈로 내리쳐야 한다. 딱 한 번에 끝내자. 한데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킬라를 뿌린 순간 거미가 움직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벽을 타고 순식간에 바닥으로 떨어진다. 그때부터 공포가 시작되었다. 소리를 질렀다. 소리를 질러도 달라지는 건 없다. 도와줄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거미의 행적을 찾았다. 거미는 방문 바닥 틈 사이로 빠져나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각티슈를 마구잡이로 내리친다. 몇 번이나 허탕을 친다. 소리 반 괴성만으로 난리 법석을 떤다. 방문을 열어 사투를 벌인 뒤에야 사태가 마무리되었다. 잘했다.

 

처음 당한 일이지만 차분히(?) 잘 해결했다며 스스로 마음을 안정시킨다. 이 상황에 인사가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좋은 곳으로 가라고 말하며 변기물을 흘렸다.

 

아침에 보는 거미는 복이고 밤에 보는 거미는 독이라는 말이 있지만 방에서 본 거미를 그냥 둘 수는 없지 않겠는가. 그동안 어디로 움직일지 알 수도 없고 그렇다고 같이 살 수도 없지 않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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