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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옳다 -정혜신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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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글귀

 

당신이 옳다  -정혜신 지음


 

 

지금 마음이 어떠세요?

도대체 얼마나 힘들었던 거예요?

 

우리는 친구나 주변사람을 만나면 근황을 묻는다. 대부분 가족이야기나 일어난 상황. 사건들로 대화한다. 때로는 대화가 별다르지 않고 흥미롭지 않다. 그러다가 관심사를 자기자신으로 좁혀 들어간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의 상황이나 감정에 대입해보기도 하고 공감하기도 하면서 대화에 집중하게 된다. 자기 자신과 연결고리가 없는 먼 이야기는 사실 흥미를 잃기 쉽다. 말하는 사람도 자기 이야기가 아니고 듣는 사람도 모르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니 재미가 없기 마련이다.

 

지금 마음이 어떠세요? 요즘 마음 상태가 어때로? 라고 묻는다면 뜻밖의 심정을 듣게 될 수도 있고, 생각지도 못한 고민거리를 쏟아내기도 한다. 숨겨둔 감정은 듣는사람에 의한 공감과 관심으로 밖으로 드러나게 되고 자시도 모르게 치유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공감해 주는 것 공감받는것, 어쩌면 한 사람을 살리는 일이 될 수도 있다. 누군가에게 쌩뚱맞지만 물어보자. '지금 마음이 어떠세요?"

 

 

 

1장, 왜 우리는 아픈가

​'네가 옳다'고 말하는 것이 먼저

살다 보면 주변에서 죽고 싶다거나 누군가를 죽이고 싶다는 얘기를 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면 긴장하게 된다. 그런 경우에도 '네가 옳다'고 해야 하나, 그러 수 있나. 물론이다. 그럴 수 있다. 그래야 한다.

 

'죽여버리겠다, 죽겠다'는 극한의 감정 상태도 햇빛 아래서는 아침 이슬처럼 된다.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속마음을 듣는 현장에서 수도 없이 경험한 일이다. 사람의 분노나 억울함, 상처의 감정이 하찮아서가 아니다. 천천히 정확하게 햇빛을 쬐어주면 그것들은 대부분 사라진다.

 

"집을 나가겠다, 일을 때려치우겠다, 죽겠다, 죽이겠다"는 말에 "네거 그러면 되느냐, 그러면 안 된다"는 류의 말들은 절박한 사람의 말귀를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는 사람의 반응이다.

나는 그런 때 언제나 "그렇구나, 다 때려치우고 싶을 만큼 지쳤구나, 다 불태워비리고 싶을 만큼 화가 나는구나, 그럿 만한 일이 있었나 보구나"라고 온 체중을 실어 말한다. 그 다음에 "그런 맘을 들게 했던 그 일이 구체적으로 뭔데?"라고 묻는다. 그가 누구이든 어떤 상황의 하소연이든 예외 없다.

사람은 괜히 집을 나가지 않으며 괜히 죽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하물며 괜히 사람을 죽이고 싶은 마음이 들 수는 없다. 그런 얘기를 꺼냈을 때는 그렇게 생각하지 말아야 할 이유를 스스로 백 가지 이상은 찾아본 이후다.

 

그래서 나는 언제든 우선적으로 그 마음을 인정한다. 그런 마음이 들 때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을 거라고, 그러니 당신 마음은 옳다고, 다른 말은 모두 그 말 이후에 해야 마땅하다. 그게 제대로 된 순서다. 사람 마음을 대하는 예외이기도 하다.

'네가 옳다'는 확인을 받으면 "집을 나가겠다, 죽겠다, 죽이겠다"는 따위의 말들은 이내 아침 이슬이 된다. '당신이 옳다'는 말을 거리낌없이 할 수 있으면 아침 이슬과 멱살잡이하는 허무한 일을 더 이상 하지 않게 된다.

"당신이 옳다."

온 체중을 실은 그 짧은 문장만큼 누군가를 강력하게 변화시키는 말은 세상에 또 없다. 

 

나는 일상에서 사람들을 만날 때 "요즘 마음이 어떠세요?"라는 질문을 자주 던지곤 한다. 단둘이 만난 자리뿐 아니라 여럿이 만나 얘기를 하는 자리에서도 그렇다.

 

어떤 모임이어도 이 뜬금없어 보이는 말이 끼어들 틈은 항상 있게 마련이다. 이야기가 공허하거나 무의미하게 맴돈다고 느낄 때 묻는다. 이 질문을 더니면 의외의 상황이 벌어진다. 질문 전후 이야기의 질이 확연히 달라지기도 한다. 별말 아닌 것 같지만 존재 자체에 대한 주목이어서 그렇다.

 

심리적으로 벼랑 끝에 있으면서도 낌새조차 내보이지 않고 소리 없이 쓰러지고 있는 사람이 많은 현실이라 "요즘 마음이 어떠세요"라는 질문 하나가 예상치 않게 '심리적 심폐소생술(CPR)'을 시작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 질문은 심장 충격기 같은 정도의 힘을 발휘한다.

 

2장 심리적 CPR

지금 우리에게 절실한 것

인간의 마음이나 감정은 날씨 같다. 춥기도 하고 덥기도 하고 화창하고 맑다가 바람이 불기도 하고 태풍이 몰아치기도 한다. 예고 없이 지진이 일어나기도 하고 쓰나미가 덮치기도 한다. 그러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무지개가 걸린다. 모른 체 하는 데 일등이 있다면 날씨가 그렇다. 지금 날씨가 좋아도 주변의 고기압과 저기압이 만나면 내 머리 위로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기도 한다.

이 움직임과 변화 모두 지구와 대기의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태풍이나 쓰나미가 우리 일상을 벼랑 끝으로 몰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지구의 병은 아니다. 추우면 소름이 돋고 무더우면 땀이 흐르지만, 그것은 잘못된 현상도 병에 걸린 것도 아니다. 땀이나 소름 때문에 불편할 순 있지만 약 먹을 일은 아니다. 내 몸의 체온을 적절하게 유지하기 위해 몸이 알아서 대응하는 중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감정도 그렇다. 슬픔이나 무기력, 외로움 같은 감정도 날씨와 비슷하다. 감정은 병의 증상이 아니라 내 삶이나 존재의 내면을 알려주는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우울은 도저히 넘을 수 없는 것 같은 높고 단단한 벽 앞에 섰을 때 인간이 느끼는 감정 반응이다.

 

인간의 삶은 죽음이라는 벽, 하루는 24시간 뿐이라는 시간의 절대적 한계라는 벽 앞에 있다. 인간의 삶은 벽 그 자체다. 그런 점에서 모든 인간은 본질적으로 우울한 존재다.

그러므로 우울은 질병이 아닌 삶의 보편적 바탕색이다. 병이 아니라 삶 그 자체라는 말이다. 그럼에도 우울의 질곡이 빠지면 도저히 끝날 것 같지 않아 평생 우울의 감옥 안에 갇혀 살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아득하고 막막하다. 홀로 해쳐나가기 버거울 때도 많다. 도움이 필요한 순간이다. 그럴 때 내게 필요한 도움은 일상에 밀착된 '도움이 되는 도움'이어야 한다.

 

 

 

 

 

 

'나'이야기에 정확하게 두 손을 대고 있는 '한 사람'은 본인이 의도하지 않았어도 심리적 CPR(심폐소생술)을 하는 사람이다. 사람 목숨을 구하는 사람이다. 두 손을 그의 '나' 위에 올려놓음으로써 한 존재와 이어진 것이다. 존재와 존재의 연결이 사람에게 생명을 부여한다.

 

심리적 CPR이란 결국 그의 '나'가 위치한 바로 그곳을 정확히 찾아서 그 위에 장대비처럼 '공감'을 퍼붓는 일이다. 사람을 구하는 힘의 근원은 '정확한 공감'이다.

당신이 옳다 -정혜신 지음

▶한줄 정리

"요즘 마음이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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