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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암군수이종영에게당부한다

​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4부, 덧없는 일에 마음을 두지 말아야 ) -정약용 지음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4​부​​ 제자들에게 당부하는 말 의순에게 당부한다 爲草衣憎意洵證言 덧없는 일에 마음을 두지 말아야 ​ 천책선사(天頙禪師)* 가 "혹 시전(市廛)을 지나다가 좌상이나 행상을 보면 다만 조그만 엽전을 가지고 시끌시끌 떠들면서 시장의 이끗을 독점하려고 다툰다. 이는 수많은 모기가 항아리 속에서 어지러이 앵앵거리는 것과 다르겠는가" 라고 하였는데, 마침 그가 빠져든 것이 선(禪)이라서 그렇지 말인즉 옳다.​ ​ 천책선사가 말했다. "부잣집 아이가 평생 한 글자도 읽지 않고 오로지 교만한 자세로 유협(遊俠)만을 일삼아, 월장(月杖)과 성구(星毬)에 금안장 옥굴레로 삼삼오오 짝을 지어 주야로 큰 거리를 배회하면서 휘젖고 다니는데, 이를 구경하는 자들이 담처럼 늘어서 있으.. 더보기
​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4부, 재물이란 허망한 것) -정약용 지음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4​부​ 제자들에게 당부하는 말 윤종심에게 당부한다 爲尹鍾心贈言 재물이란 허망한 것 지금 내 나이가 적지 않으니 겪어본 일도 많다. 재산이 있어 자손으로 하여금 부를 누리게 한 자는 천이나 백 가운데 한두 사람뿐이다. 형제의 자식을 취하여 그 재산을 불려준 자도 운이 좋은 사람이다. 간신히 소목(昭穆)을 따져 몸을 굽신거리거나 거적자리를 깔고 애걸하여 양자를 맞아 그 재산을 먼 친척에게 주는 자들이 있다. 그런데 평일의 소행은 저녁밥 한끼도 아끼는 자들이 거의 다 그렇다. 그렇지 않으면 못난 아들을 낳아서 애지중지하며 꾸짖지고 않고 매를 때리지도 않는다. 그가 자라서는 마음 속으로 부모가 늙기를 바란다. 3년상이 겨우 끝나면 도박과 노름 등 몸에 삼충(三蟲)*의.. 더보기
​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4부, 가난을 걱정하지 말라) -정약용 지음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4​부​ 제자들에게 당부하는 말 윤종심*에게 당부한다 爲尹鍾心贈言 가난을 걱정하지 말라 ​ 세상 여러가지 사물은 대개 변화하는 것이 많다. 풀과 나무 가운데 작약(芍藥)은 바야흐로 그 꽃이 활짝 핀 시기에는 어찌 아름답고 좋지 않으리요마는, 말라 시들어버리면 정말로 환물(幻物)일 뿐이다. 비록 소나무와 잣나무가 오래 산다고는 해도 수백년을 넘기지는 못하고, 쪼개져서 불에 타지 않으면 또한 바람에 꺾이고 좀이 먹어 없어지게 된다. 사물이 그러하다는 것을 사리에 통달한 선비는 알고 있다. 그러나 유독 논과 밭의 변환(變幻)에 대해서는 알고 있는 사람이 드물다. 세속에서는 밭을 사고 집을 마련하는 자를 가리켜 순박하고 진실하며 든든하다고 한다. 사람들은 논과 밭이라는 것이 .. 더보기
​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4부, 무엇을 배우고 익힐 것인가) -정약용 지음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4​부​ 제자들에게 당부하는 말 정수칠에게 당부한다 爲 盤山丁修七贈言 무엇을 배우고 익힐 것인가 옛날에 교(敎:[중용(中庸)]에서 말한 것-지은이)니 학(學:[예기] [학기(學期)]에서 말한것-지은이)이니 하던 것은 유교 외에 다른 도(道)가 없었으므로 달리 표제를 더할 필요가 없었다. 송나라 이래로 이학(理學)이라 이름하여 이(理)자를 하나 더하였으나 위엄과 무게가 없다. 그러니 세속사람들이 모두들 이학이라 지적하니 그대로 부르는 것이 좋겠다. ​ 공자의 도는 효제(孝悌)일 뿐이다. 이것으로 덕을 이루는 것을 일러 인(仁)이라고 하며, 헤아려 인을 구하는 것을 일러 서(恕)라고 한다. 공자의 도는 이와 같을 뿐이다. 효에 바탕을 두면 임금을 섬길 수 있고, 효를 미루.. 더보기
​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4부, 학문은 반드시 해야 할 일) -정약용 지음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4​부​ 제자들에게 당부하는 말 정칠수*에게 당부한다 爲 盤山丁修七贈言 학문은 반드시 해야 할 일 학문은 우리들이 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옛사람이 말하기를 학문은 제일의 의리(義理)라고 하였으나 나는 이 말에 병통이 있다고 생각한다. 마땅히 유일무이한 것이 의리하고 바로잡아야 한다. 대개 사물마다 법칙이 있는 것인데, 사람들이 배움에 뜻을 두지 않는다면 그 법칙을 따르지 않는 것이다. 그러므로 금수에 가깝다고 하는 것이다. 세상에서 첫째로 선(善)을 막고 도(道)를 어그러지게 하는 화두가 있으니, 바로 "가도학(假道學)은 진사대부(眞士大夫)만 못하다"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요즘의 이른바 사대부란 곧 옛날의 이른바 군자다(지위로 말하.. 더보기
​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4부, 수입을 헤아려 지출을 해야) -정약용 지음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4​부​ 제자들에게 당부하는 말 영암군수 이종영에게 당부한다 爲靈巖郡守李鍾英證言 수입을 헤아려 지출을 해야 재물을 남에게 주는 것을 혜(惠)라고 한다. 그러나 자기에게 재물이 있고 난 뒤에야 남에게 베풀 수 있는 것이다. 자기에게 없는 것을 남에게 줄 수는 없다. 그러므로 나에게 있는 것을 주기보다는 빼앗지 않는 것이 낫다. 무릇 관고(官庫)에서 훔친 물건은 조상의 제사를 지내거나 부모를 봉양하는 일에도 감히 쓸 수 없는데, 그 나머지 일에 있어서랴? ​ 수입을 헤아려 지출을 하는 것이 성인의 법이다. 무릇 훔친 것을 갚지 못하여 아전이 뒷말을 하게 되는 자는 비록 백성을 사랑하여 다스림이 저 공수(龏遂) 황패(黃覇)와 같다고 해도 오히려 잘 다스리는 관리는 아.. 더보기
​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4부, 관직에 있는 사람의 어려움) -정약용 지음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4​부​ 제자들에게 당부하는 말 영암군수 이종영에게 당부한다 爲靈巖郡守李鍾英證言 관직에 있는 사람의 어려움 수령과 백성의 사이는 멀고 머니, 애닮도다 백성들이여! 아전이 신체를 부러뜨렸어도 수령이 불러 물으면 대답하기를 "나무 하다가 절벽에서 떨어졌습니다"라고 한다. 아전에게 재물을 빼앗겨도 수령이 불러 물으면 말하기를 "빚이 있어 마땅히 갚아야 하는 것입니다."라고 한다. 일에 밝은 자가 있어 자세히 검토하여 그 재물을 되돌려주되 바로 면전에서 셈하여 주고 직접 거느리고 간 비장으로 하여금 호송하게 해도, 한번 문을 나서면 진흙으로 만든 소가 바다에 가라앉는 것과 같다. 내가 관장들을 보건대, 산에서 노닐다 절에 도착하여 어쩌다 돈과 양식을 계산해준 것을 가지.. 더보기
​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4부, 아전은 어떻게 거느릴 것인가 ) -정약용 지음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4​부​ 제자들에게 당부하는 말 영암군수 이종영에게 당부한다 爲靈巖郡守李鍾英證言 아전은 어떻게 거느릴 것인가 아전들은 그 직업을 세습하고 또 종신토록 한가지 직업에다 한가지 뜻을 정일(精一)히하기 때문에, 그 일에 길이 들고 익숙해서 가만 앉아서 관장(官長)거치기를 마치 여관 주인이 길손 대하듯 한다. 수령이 된 자는 어려서 글짓기와 활쏘기를 익히고 한담(閑談)과 잡희(雜戱)를 일삼다가 하루아침에 부절(符節)을 차고 일산(日傘)을 펴고서 부임하니, 이는 우연히 들른 나그네와 같다. 저들이 허리를 굽히고 숨가쁘게 뛰어다니면서 공손히 대하니, 그들의 속을 모르는 자는 고개를 쳐들고 잘난 체하여 그들을 벌레 보듯 내려다보지만, 어깨를 맞대고 땅에 엎드린 그들이 낮은 .. 더보기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4부,형벌의 세가지 등급) -정약용 지음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4​부​ 제자들에게 당부하는 말 영암군수 이종영에게 당부한다 爲靈巖郡守李鍾英證言 형벌의 세가지 등급 관직에 있으면서 형벌을 쓰는 데는 마땅히 세가지 등급이 있어야 한다. 대체로 민사(民事)에는 상형(上刑)을 쓰고 공사(公事)에는 중형(中形)을 쓰고 관사(官事)에는 하형(下形)을 쓰되, 사사로운 일에는 형벌이 없어야 한다. 무엇을 민사라고 하는가. 대체로 아전과 향임이 죄과(罪科)를 저지르는 것은 백성을 수탈하거나 해치는 것에서 연유되니, 힘없는 백성을 속이고 침학하는 자는 마땅히 무겁게 매를 때려야 한다. 무엇을 공사라고 하는가. 대체로 공납을 바치는 기한을 어기거나 조정과 상사의 명령을 받들어 시행함에 있어 삼가지 않는 자는 마땅히 그 다음 형률을 적용해야 한.. 더보기
​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4부, 봉록과 지위를 다 떨어진 신발처럼 여겨라 ) -정약용 지음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4​부​ 제자들에게 당부하는 말 영암군수 이종영에게 당부한다 爲靈巖郡守李鍾英證言 봉록과 지위를 다 떨어진 신발처럼 여겨라 ​ 상관이 엄한 말로 나를 위협하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내가 이 봉록과 지위를 보전하고자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간리(奸吏)가 비방을 조작하여 나를 겁주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내가 이 봉록과 지위를 보전하고자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당시의 재상이 부탁을 하여 나를 더럽히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내가 이 봉록과 지위를 보전하고자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무릇 봉록과 지위를 다 떨어진 신발처럼 여기지 않는 자는 하루도 수령의 지위에 앉아 있으면 안된다. 흉년에 백성들의 조세를 면제해줄 것을 요구하다가 상관이 들어주지 않으면 벼슬을 버리고 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