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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4부, 가난을 걱정하지 말라) -정약용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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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4​부

제자들에게 당부하는 말

 

윤종심*에게 당부한다

爲尹鍾心贈言


 

가난을 걱정하지 말라

세상 여러가지 사물은 대개 변화하는 것이 많다. 풀과 나무 가운데 작약(芍藥)은 바야흐로 그 꽃이 활짝 핀 시기에는 어찌 아름답고 좋지 않으리요마는, 말라 시들어버리면 정말로 환물(幻物)일 뿐이다.

 

비록 소나무와 잣나무가 오래 산다고는 해도 수백년을 넘기지는 못하고, 쪼개져서 불에 타지 않으면 또한 바람에 꺾이고 좀이 먹어 없어지게 된다.

 

사물이 그러하다는 것을 사리에 통달한 선비는 알고 있다. 그러나 유독 논과 밭의 변환(變幻)에 대해서는 알고 있는 사람이 드물다.

 

세속에서는 밭을 사고 집을 마련하는 자를 가리켜 순박하고 진실하며 든든하다고 한다. 사람들은 논과 밭이라는 것이 바람이 날려버릴 수도 없고 불이 태울 수도 없으며 도둑이 훔칠 수도 없어, 백년 천년이 지나도록 파괴되거나 손상될 우려가 없다고 생각하므로 논과 밭을 가지고 있는 자를 실팍하다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내가 사람들의 논과 밭의 땅문서를 보고 그 내력을 조사해보면, 어느 것이나 백년 동안 주인이 바뀐 것이 적어도 대여섯번은 되고, 많은 경우에는 일고여덟이나 아홉번까지 된다.

 

그 성질이 유동하여 잘 달아나는 것이 이와 같은데, 어찌 남들에게는 가볍게 바뀌지만 유독 나에게만은 오랫동안 남아 있으리라 믿고 그것이 두드려도 깨어지지 않기를 바랄 것인가?

 

창기나 논다니는 여러번 남자를 바꾼다. 그런 여자에게 어찌 나에게만 오래도록 정조를 지키기를 바랄 것인가?

논과 밭을 믿는 것은 기녀의 정절을 믿는 것과 같다. 부자는 밭두렁이 가로세로 연이어 있으면 뜻에 차고 기운이 나서 베개를 높이 베고 자손을 보며 만세토록 살아갈 터전을 너희들에게 주노라고 한다.

 

모르긴 해도 진시황이 당년에 그 아들 호해(胡亥)*에게 진나라를 전한 것은 앞에서 말한 부자 정도에 그치지 않았을 것이다. 논과 밭을 물려주는 일이 어찌 믿을 만한 것이겠는가?

*윤종심(尹鍾心): 자는 공목(公牧)이고 호는 감천(紺泉)이다. 다산초당 주인의 아들로 다산초당 18제자 중 한사람.

*호해: 진(秦)의 2세. 시황이 죽자 조고(趙高)가 호해를 세워 2세를 삼았는데 진나라는 호해대에 멸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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