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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4부, 무엇을 배우고 익힐 것인가) -정약용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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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4​부

제자들에게 당부하는 말

 

정수칠에게 당부한다

爲 盤山丁修七贈言


 

무엇을 배우고 익힐 것인가

 

옛날에 교(敎:[중용(中庸)]에서 말한 것-지은이)니 학(學:[예기] [학기(學期)]에서 말한것-지은이)이니 하던 것은 유교 외에 다른 도(道)가 없었으므로 달리 표제를 더할 필요가 없었다.

 

송나라 이래로 이학(理學)이라 이름하여 이(理)자를 하나 더하였으나 위엄과 무게가 없다. 그러니 세속사람들이 모두들 이학이라 지적하니 그대로 부르는 것이 좋겠다.

공자의 도는 효제(孝悌)일 뿐이다. 이것으로 덕을 이루는 것을 일러 인(仁)이라고 하며, 헤아려 인을 구하는 것을 일러 서(恕)라고 한다.

 

공자의 도는 이와 같을 뿐이다. 효에 바탕을 두면 임금을 섬길 수 있고, 효를 미루어나가면 어린이에게 자애로울 수 있으며, 제에 바탕을 두면 어른을 섬길 수 있다.

 

공자의 도는 천하의 모든 사람 하나하나를 효성스럽고 공손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람마다 친한 이를 친하게 대하고, 어른을 어른답게 대하면 천하가 다스려질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공자의 도는 수기치인(修己治人)일 따름이다. 요즘 학문하는 사람들이 아침저녁으로 강독하고 연마하는 것은 다만 이기사칠(理氣四七)의 변(辯)과 하도낙서(河圖洛書)*의 수(數)와 태극원회(太極元會)의 설(說)뿐이다. 알지 못하겠으나 이 몇가지는 수기에 해당하는가, 치인에 해당하는가? 어쨌든 한쪽에 제쳐두자.

[서경(書經)] [열명(說命)] 편에 이르기를 "배움은 학(學)의 반" 이라고 하였다. 그것은 자기 몸을 닦는 것이 유도(儒道) 전체에 있어서 반공(半功)이 된다는 것이다.

 

[서전(書傳)]에 이르기를 "가르침은 학의 반"이라고 하였다. 이것은 사람을 가르치는 것이 유도 전체에서 실로 반공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두가지 해석이 서로 저촉되지 않으니, 이 뜻을 안다면 마땅히 경세(經世)의 학문에 뜻을 두어야 할 것이다.

공자께서는 자로(子路) 염구(冉求) 등에게 늘 정치적인 일을 가지고 인품을 논하였고, 안자(顔子)*가 도를 물을 때도 반드시 나라를 다스리는 것으로 대답하였으며, 각자의 뜻을 이야기하라고 할 때도 역시 정사(政事)를 하는 것에서 대답을 구하였다.

 

따라서 공자의 도는 그 효용이 경세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무릇 장구(章句)에 얽매이고 은일(隱逸)이라고 자칭하며 실천에 힘쓰지 않는 자는 다 공자의 무리가 아니다.

경전의 뜻이 밝아진 뒤에야 도의 실체가 드러나고, 그 도를 얻은 뒤에야 비로소 심술(心術)이 바르게 되고, 심술이 바르게 된 뒤에야 덕을 이룰 수 있다.

 

그러므로 경학에 힘쓰지 않으면 안된다. 그런데 혹 선유(先儒)의 학설에 따라 뜻이 같은 무리이면 두둔하고 뜻이 다른 무리이면 공격하고 정벌하여 감히 의논조차 못하게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모두 경전을 빙자하여 이익을 도모하는 무리들이지, 진심으로 선에 마음을 기울이는 자들이 아니다.

예학(禮學)이 밝혀진 뒤에야 인륜에 대처할 때 바야흐로 분수를 다할 수 있다. 육례(六禮) 가운데 상례(喪禮)가 가장 넓고 가장 시급한 것이니, 모름지기 [의례경전(儀禮經傳]을 가지고 반복하여 참정(參政)하여야 한다.

 

두우(杜佑)의 [통전(通典)]에 있는 진(晉) 송(宋)의 여러 유학자들의 논의 같은 것은 더욱이 보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먼저 그 근원을 거슬러 올라가고 그 다음으로 [주자가례(朱子家禮)] 등의 책을 취하여 그 말단을 살펴야 할 것이다.

깨끗하고 고요하며 정밀하고 미묘한 것은 [역경(易經)]의 가르침이다. 처음 배우는 사람들은 모름지기 역사(易詞)만 이해하게 되며, 도 강유재위(剛柔才位)등의 거친 이야기에만 이목(耳目)이 젖어 학문을 성취할 수 없게 된다.

옛날 서적이 많지 않았을 때는 독서하여 외우는 데만 힘썼는데, 지금은 경(經) 사(史) 자(子) 집(集)만 해도 대단히 많으니 어찌 일일이 다 읽을 수 있겠는가?

 

오로지 [역경] [서경] [시경(詩經)] [예기][논어][맹자(孟子)] 등은 마땅히 숙독하여야 한다.

 

그러나 모름지기 뜻을 강구하고 고찰하여 그 정밀한 뜻을 깨달았으면 깨달은 바를 수시로 기록해두어야만 바야흐로 실제 소득을 얻게 된다. 진실로 외곬으로 낭독하기만 한다면, 실제 소득은 없을 것이다.

어린아이를 가르치는 데 있어 서거정(徐居正)*의 [유합(類合)] 같은 책은 비록 [이아(爾雅)] 와 [급취편(急就篇)]의 아정(雅正)]함에는 미치지 못하나 주흥사(周興嗣)*의 [천자문(千字文)]보다는 낫다.

 

현(玄) 황(黃)이라는 글자만 읽고, 청적흑백(靑赤黑白)등의 부류에 대해서는 다 익히지 않으면 아이들의 지식을 길러줄 수 있겠는가? 처음 배울 때[천자문]부터 읽히는 것이 우리나라의 제일 나쁜 습속이다.

어린아이에게는 항상 거짓을 보이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증선지(曾先之)*의 사략(史略)은 책을 펴면 모두 황당한 이야기뿐이다.

 

천황씨(天皇氏) 1장(章)은 더욱 황탄(荒誕)하고 괴귀(怪鬼)하니, 절대로 아이들에게 가르쳐서는 안된다.

 

[예기] 의 [곡례(曲禮)] [소의(小儀)] [옥조(玉藻] [내칙(內則)] 등의 편은 마땅히 이때 먼저 가르쳐주어 글과 해실이 아울러 진보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시경]의 [국풍(國風)] 역시 아이들이 당연히 배워야 한다.

강지(江贄)*의 [통감절요(通鑑節要]는 사마광(司馬光)의 [자치통감(資治通鑑)]을 남본(藍本)으로 삼았는데, 주자의 [통감강목(通鑑綱目)]을 의례(義例)로 삼고 있어 문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또 사람의 성품은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데, 아이들은 더욱 심한 편이다. 지금 아이들에게 4,5년 동안 이 책에 몰두하게 하면 지리한 것이 병이 되어 글과 원수가 될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통감절요]를 읽히는 법은 반드시 폐지해야만 한다고 본다.

[예기] 여러편을 읽고 나면 마땅히 [시경]의 [국풍]과 [논어]를 읽어야 하고, 그 다음에 [대학]과 [중용]을 읽어야 하고, 다음에는 [맹자] [예기] [좌전(左傳)] 등을 읽어야 하고,

 

다음에는 [시경]의 [아(雅)] [송(頌)]과 [역경]의 [계사(繫辭)]를 읽어야 한다.

 

그 다음에 [서경]을 읽고 나서 [사기(史記)]와 [한서(漢書)]를 읽은 뒤에 비로소 사마광의 [자치통감]을 두세번 자세히 살펴보아야 하는데, 혹 주자의 [통감강목]을 읽어도 된다.

 

 

 

*하도낙서: 하도는 일월성신(日月星辰)의 그림이고 낙서는 팔쾌의 법으로 고대 수리학의 기본이 되는 개념.

*자로.염구.안자: 모두 공자의 뛰어난 제자들이다.

*서거정: 조선 성종대의 문신.문장가

*주흥사: 양(梁)나라 사람으로 [천자문]의 편자.

*증선지: 원나라 사람으로 [십팔사략(十八史略)]의 저자.

*강지: 중국 송나라 때 숭안(崇安). 자는 숙규(叔圭). [주역]을 배워 이름이 났다. 유일(遊逸)로 세차례나 초빙되었으나 나아가지 않았다. 소미선생(小微先生)이라는 사호(賜號)를 받았고, [통감절요]를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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