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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가 있는 하루-침묵, 위로 그리고 남편 그리운 말 한마디... -유안진 ​ 나는 좀 어리석어 보이더라도 침묵하는 연습을 하고 싶다. ​ 그 이유는 많은 말을 하고 난 뒤일수록 더욱 공허를 느끼기 때문이다. ​ 많은 말이 얼마나 사람을 탈진하게 하고 얼마나 외롭게 하고 텅 비게 하는가? ​ 나는 침묵하는 연습으로 본래의 나로 돌아가고 싶다. ​ 내 안에 설익은 생각을 담아두고 설익은 느낌도 붙잡아 두면서 때를 기다려 무르익는 연습을 하고 싶다. ​ 다 익은 생각이나 느낌 일지라도 더욱 지긋이 채워 두면서 ​ 향기로운 포도주로 발효되기를 기다릴 수 있기를 바란다. ​ 침묵하는 연습, 비록 내 안에 슬픔이건 기쁨이건.. ​ 더러는 억울하게 오해받는 때에라도 해명도 변명조차도 하지 않고 무시해버리며 묵묵하고 싶어진다. ​ 그럴 용기도 배짱도 지니고 .. 더보기
#시 #방문객 #꽃자리 더보기
시가 나에게 살라고 한다-나태주 엮음 책속글귀시가 나에게 살라고 한다 -나태주 엮음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린다.봄에 좋은 시 한 편을 읊어본다면감성은 피어나는 싹처럼 새록새록 돋아난다. 좋은 시를 모아놓은 시 선물세트다.어떤 시는 마음이 따뜻하고어떤 시는 마음이 저리고또 어떤 시는 감성에 돋게 한다. 좋은 시를 선별해나태주 시인의 생각을 덧붙였다.그중 두 편을 옮겨본다. ​따뜻한 봄날 어머니, 꽃구경 가요.제 등에 업히어 꽃구경 가요.​세상이 온통 꽃 핀 봄날어머니 좋아라고아들 등에 업혔네.​마을을 지나고들을 지나고산자락에 휘감겨숲길이 짙어지자아이구머니나 어머니는 그만 말을 잃었네.봄구경 꽃구경 눈 감아버리더니한 움큼 한 움큼 솔잎을 따서가는 길바닥에 뿌리며 가네.​어머니, 지금 뭐하시나요.꽃구경은 안 하시고 뭐하시나요.솔잎은 뿌려서 뭐하시나.. 더보기
#시-해마다봄이되면, 초혼招魂 해마다 봄이 되면​해마다 봄이 되면어린 시절 그분의 말씀항상 봄처럼 부지런해라 땅 속에서, 땅위에서공중에서생명을 만드는 쉬임 없는 작업 지금 내가 어린 벗에게 다시 하는 말이항상 봄처럼 부지런해라 ​해마다 봄이 되면어린 시절 그분의 말씀항상 봄처럼 꿈을 지녀라 보이는 곳에서보이지 않는 곳에서생명을 생명답게 키우는 꿈 봄은 피어나는 가슴지금 내가 어린 벗에게 다시 하는 말이항상 봄처럼 꿈을 지녀라​ ​오 해마다 봄이 되면어린 시절 그 분의 말씀항상 봄처럼 새로워라 나뭇가지에서 물 위에서 뚝에서솟는 대지의 눈 지금 내가 어린 벗에게 다시 하는 말이항상 봄처럼 새로워라​-조병화​​​ ​​​​​초혼招魂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허공 중에 헤어진 이름이여!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심.. 더보기
#시- 방문객, 연서 ​ 방문객 ​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머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 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 ​-정현종 연서 이 세상에서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백 사람 있다면 그중에 한 사람은 나입니다. ​ 이 세상에서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열 사람 있다면 그중에 한 사람은 나입니다. ​ 이 세상에서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한 사람밖에 없다면 그 한사람은 바로 나입니다. ​ 이 세상에서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다면 그건 내가 이 세상에 없기 때문입니다. ​ -프란체스카 도.. 더보기
[ 고문 진보]93. 위팔 처사에게 드림 -두보 고문진보 -화견 엮음 위팔 처사에게 드림 -두보 ​살아가면서 서로 만나지 못함은,자칫 삼성과 상성 같기 때문이네. ​오늘 밤은 또 어떤 밤이기에,함께 이렇게 촛불 아래 않았나? ​젊은 날은 그 얼마나 되리오.귀밑머리 벌써 희끗해졌는데. ​엣 친구 찾아보면 이미 반은 귀신 되어,놀라 소리치니 뱃속이 뜨거워지네. ​어찌 알았으랴, 이십 년 만에다시 그대 집에 오르게 될 줄, ​옛날 헤어질 때 그대 홀몸이었는데,아이들이 어느덧 줄짓게 되었구려. 기뻐하며 아비 친구에게 인사하고,어느 지방서 왔느냐고 나에게 묻네. ​미처 나의 대답 끝나기도 전에,아이들이 술상을 벌여 놓았네. ​밤비 맞으며 봄 부추 잘라 오고,새로 지은 밥에는 노란 좁쌀 섞었네. ​만나기 어려울 거라 주인이 말하여,단숨에 수십 잔을 거듭하였네. .. 더보기
[고문진보]88. 악부 상(藥府 上) 고문진보 -화견 엮음 악부 상(樂府 上)-작자 미상 이 시는 멀리 떠나가 있는임을 그리는 정을 읊은 작품이다 ​푸릇푸릇한 강가의 풀이여,먼 길 떠난 임 끊임없이 생각케 하네. 먼 길 떠난 임 생각만 할 수 없어.어젯밤 꿈에서는 당신을 뵈었소. 꿈 속에 보니 제 곁에 계시더니.홀연히 깨어 보니 타향에 계시구려. 타향서도 서로 다른 고을에 계시니,잠 못 이뤄 뒤척일 뿐 뵈올 수 없구려. 마른 뽕나무도 하늘에 부는 바람 알고,얼지 않는 바닷물도 추운 날씨 안다네. 집 안에서는 임을 위해 아양부린다는데.누가 있어 저에게 말이라도 붙이리. 나그네가 먼 고장에서 와서는,나에게 잉어 한 쌍 주고 가기에, 동자 불러 이 잉어를 삶게 했더니,뱃속에 한 자 되는 비단 편지 있었네. 단정히 무릎 꿇고 그 편지 읽었는데,편지.. 더보기
[고문진보]학문을 권하는 글 -주희 고문진보 학문을 권하는 글 -주희 말하지 말라. 오늘 배우지 않고 내일이 있다고, 말하지 말라. 올해 배우지 않고 내년이 있다고, 해와 달은 무심히 흐를 뿐, 세월은 나를 기다리지 않는다. 오호라, 늙었구나! 이 누구의 허물인가. 더보기
한시 漢詩 한 구절 "梧千年老恒藏曲(오천년로항장곡)이요 梅一生寒不賣香(매일생한불매향)이라 ​ 月到千虧餘本質(월도천휴여본질)이요 柳經百別又新枝(유경백별우신지)라" -작가 미상​ ​ ​ ​ 퇴계가 그 뜻을 가만히 풀며 음미한다. "오동나무는 천년을 묵어도 그 속에 노래를 지니고 있고 매화는 평생 추위와 살아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 ​ 달빛은 천 번 이지러져도 원래 모양은 남아있고 버드나무 줄기는 백 번 찢어내도 또 새로운 가지가 난다" ​ ​ 퇴계와 두향의 대화 두향이 물었다. "오동나무가 노래를 지니고 있다는 의미는 무엇인지요?" ​ "오동나무는 거문고나 가야금 같은 악기를 만드는 목재가 아니더냐. 젊은 오동나무로도 악기를 만들 수 있지만 늙은 오동나무로도 여전히 만들 수 있으니 천년 묵은 오동나무도 그 속에 울림성 좋은 노래.. 더보기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김소월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김소월 봄 가을 없이 밤 마다 돋는달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이렇게 사뭇차게 그리울 줄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달이 암만 밝아도 쳐다볼 줄은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이제금 저 달이 설움인 줄은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