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총, 균, 쇠
<프롤로그> 中
아직도 불분명한, 민족간의 역사적 운명이 달라진 궁긍적 원인
(.....)
유럽인들이 다른 민족들을 죽이거나 정복할 수 있었던 직접적 요인들
특히 유럽의 총기, 전염병, 철기, 인공물 따위를 줄줄이 나열하는 것이다.
그러한 요인들은 명백히 유럽인들의 정복욕을 직접적으로 가능케 했으므로
그와 같은 설명은 일단 방향만은 제대로 잡았다고 말할수 있다.
그러나 이 가설은 직접적 원인을 파악하는 정도의 1차적인 설명에 불과하고
아직 불완전하므로 다시 궁극적인 원인들을 찾아야 한다.
즉, 어째서 아프리카인 또는 아메리카 원주민이 아니라 유럽인들이 총기, 가장 지독한 병원균, 그리고 쇠를 갖게 되었을까?
(....)
어떤 민족들은 총기, 병원균, 쇠를 비롯한 여러 요소들을 발전시켜 남보다 먼저 정치적, 경제적 힘을 얻었다.
반면에 어떤 민족들은 끝까지 그와 같은 힘의 요소들을 발전시키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근원적 원인에 대한 설명(예를 들면 청동기의 경우, 유라시아의 몇몇 지역에서는 일찌감치 나타났는데
신세계에서는 뒤늦게, 그나마도 국지적으로 나타났고 더구나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에게는 아예 없었던 이유 따위)은
아직도 불분명하다.
지금까지 그러한 궁극적 원인들을 설명하지 못했다는 것은 역사에서 가장 광범위한 경향을 밝혀내지 못한 것이므로
우리의 지식 체계에는 커다란 공백이 남아 있는 셈이다.
그러나 그보다 훨씬 더 심각한 것은 윤리적 공백을 메우지 못했다는 점이다.
노골적인 인종차별주의자든 아니든 간에 세계 여러 민족들은 역사적 운명이 각기 달랐다는 것만은
누가 보아도 분명한 사실이다.
현대의 미국은 유럽인들이 아메리카 원주민에게서 빼앗은 땅에서 이룩한 사회이며,
그 속에서 아메리카에 노예로 잡혀 왔던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의 수백만 흑인의후손들도 편입되어 있다.
그러나 현대의 유렵은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의 흑인들이 수백만의 아메리카 원주민들을 노예로 끌로 와서
이룩한 사회가 아니다.
그와 같은 결과는 철저히 일방적이다.
즉 남북아메리카, 오스트레일리아, 아프리카의 51%가 유럽인에게 정복당하는 것과
유럽의 49%가 남북아메리카, 오스트레일리아, 아프리카의 원주민들에게 정복당하는 경우는 전혀 다르다.
현대 세계 전체가 그렇게 일방적인 결과에 따라 형성되었던 것이다.
따라서 그러한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단순히 어떤 전투에서 어쩌다가 누가 이기게 되었다든가
몇천 년 전에 어떤 발명품 하나가 태어났다는 따위의 일회적인 사건들이 아니라
그보다 더 근본적인 어떤 불가피한 이유들이 반드시 있었을 것이다.
역사의 경향이 민족간의 차이를 반영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일견 '논리적'인 것처럼 보인다.
물론 우리는 대중 앞에서 그렇게 말하면 예의에 이긋난다고 배웠다.
우리는 생래적(生來的)차이를 주장하는 학술 논문도 읽어본다.
정복이나 노예 수입의 시대로부터 수세기가 지난 오늘날에도 일상 생활 속에서
우리는 그 정복당했던 민족들의 일부가 여전히 하층 계급을 형성하고 있는 것을 본다.
그리고 그것 역시 생물학적 결점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불리한 조건과 제한된 기회 때문이라는 말을 듣는다.
그래도 우리는 궁금해할 수밖에 없다.
각 인종들 사이의 바뀌기 어려운 지위 차이가 뚜렷이 눈에 보인다.
우리는 1500년 당시의 세계적 불평등에 대한 생물학적 설명이 얼핏 보기에는 명료해도
사실 옳지는 않다고 믿지만 정확한 설명은 아직 어디에서도 듣지 못하고 있다.
역사의 광범위한 경향에 대하여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어떤 상세하고 설득력 있는 설명이 나올 때까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마 인종차별적인 생물학적 설명이 정확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내가 이 책을 쓰는 가장 중요한 이유다.
(....)
역사 진행의 차이는 환경적 차이 때문이다.
기자들은 저자에게 한 권의 긴 책을 한 문장으로 요약해 달라고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
이 책에서 그와 같은 문장을 만들자면 다음과 같다.
"민족마다 역사가 다르게 진행된 것은 각 민족의 생물학적 차이 때문이 아니라 환경적 차이 때문이다."
물론 지리적 환경과 생태 환경이 사회 발달에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은 물론 오래전부터 해왔다.
그러나 오늘날의 역사학자들은 그러한 관점을 별로 존중하지 않는다.
그들은 이 관점이 틀렸다거나 너무 단순하다고 생각하고, 또는 환경 결정론으로 못받아서 무시하거나
전 세계적인 불균형을 이해하려는 노력 자체가 어렵다는 이유로 보류해 버린다.
그러나 지리환경은 분명히 역사에 영향을 미친다.
문제는 그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그리고 과연 역사의 광범위한 경향도 지리적 환경으로 설명할 수 있는지를 밝혀내는 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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