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중에는 말에 강한 사람이 있고 글에 강한 사람이 있다.
말에 강한 사람은 말을 해야 생각이 더 잘 정리되고, 말을 하면서 아이디어가 더 잘 떠오르고, 말로써 전달을 더 잘하는 반면, 글에 강한 사람은 글을 써야 생각이 더 잘 정리되고, 글을 쓰면서 아이디어가 더 잘 떠오르고, 글로써 전달을 더 잘한다.
교수들도 마찬가지다. 논문에 강한 교수가 있고 강의에 강한 교수가 있다.
논문을 잘 쓰는 교수가 꼭 강의를 잘하는 것은 아니다.
논문뿐 아니라 대중적인 칼럼도 기가 막히게 잘 쓰는데 만나 보면 의외로 말이 어눌하고 산만한 교수도 있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아예 글을 몰라서 말로만 강의했다고 한다. 그의 글이 오늘날 우리에게 전해지고 있는 것은 제자였던 플라톤이 스승의 강의 내용을 글로 남겼기 때문이다. 그 당시 그리스는 문자가 막 상용화되기 시작하고 있던 터라 글은 전혀 신뢰 있는 소통 수단이 아니었다. 아무리 글로 남겼어도 말로 확인을 해야만 법적 효력을 지날 만큼 말이 글보다 더 권위를 지니고 있었다. 구두로 아무리 확약을 했어도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 한 법적 효력을 지니지 못하는 오날날 말과 글의 권위를 생각해보면 너무나 뚜렷한 차이가 흥미롭다.
발신뿐만 아니라 수신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말로 듣는 것이 글로 읽는 것보다 이해가 더 잘되는 사람이 있는 반면, 글로 읽는 것이 더 정리가 잘되는 사람이 있다. 한 실험에 의하면, 동양인은 말을 할 때 집중력이 떨어지고 사고력이 저하되는 데 반해, 서양인은 말을 할 때 사고력이 촉진되고 문제해결이 더 잘된다고 한다.
동양인이 말에 약한 것은 아마도 말하고 쓰는 '꺼내는outgoing공부'가 아닌 듣고 읽는 '집어넣는 incoming공부'에만 익숙해서일 것이다.
(.....)
학생들은 특정 교수법에 의한 수업을 선호하지 않는다.
학생들이 강의에 만족하느냐는 어떤 교수법을 썼는지가 아니라 진정으로 '배움'이 일어났는지에 달려있다. 학생들에게 배움이 일어나면, 그리고 그 정도가 커서 많이 배웠다 생각되면 강의 만족도가 높아지는 것이다. 즉, 요한 것은 교수가 얼마나 잘 가르쳤느냐가 아니라 학생이 얼마나 잘 배웠느냐이다.
그런데 많은 교수들이 이 부분을 잘 생각하지 못한다.
배움이 일어난 강의는 교수가 말을 많이 한 강의 많은 것을 전달한 강의가 아니라 학생들이 생각을 많이 한 강의다. 수업 준비를 할때 우리는 학생들의 생각을 끌어내는 활동을 얼마나 설계하는가? 학생들을 생각하게 하는 교육. 이것은 교수의 말을 줄이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가장 좋은 학습방법은 남을 가르치는 것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그것이 바로 '꺼내는 공부'이다. 그러니 교실에서 가장 많이 배우는 사람은 누구일까? 학생이 아니라 바로 교수이다. 미리 예습(강의준비)을 하고 수업에 들어와서는 자신이 아는 것을 최선을 다해 말로 다시 토해 내는(강의를 하는)것이 가장 좋은 공부법이 아니고 무엇이랴. 아는 것을 말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다시 되짚고 정리하고 조직하는 교수야말로 교실에서는 가장 많이 배우는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강의를 처음 시작하는 많은 신임 강사들이 첫 학기 강의를 마치고 나서는 지금껏 알던 것들을 명쾌하게 정리할 수 있어서 좋았다는 말을 많이 한다. 나 역시 강의를 할 때마다 내 자신이 제일 많이 배운다는 사실을 절실하게 느낀다. 신임 강사 시절에는 그간의 배운 내용을이 잘 정리됨을 느꼈고, 지금은 학생들의 질문들에 답변을 하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더 진화하고 발전된다는 것을 매번 느낀다.
정작 교수는 강의하면서 '꺼내는 공부'를 하고 있는데 학생들에게는 '집어넣는 교육'을 시키고 있는 것이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우리의 강의는 누구의 무엇을 기르고 있는 것인가?
결론적으로 가장 중요한 사실은 학생들 속에서 '배움'이 일어나도록 수업의 방식이 혁신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집어넣는 교육에서 꺼내는 교육으로, 듣는 교육에서 말하는 교육으로, 질문이 없는 교육에서 질문을 발굴하는 교육으로, 우리의 교육은 바뀌어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교육이 바뀔 수 있도록 대학의 제도적인 정책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또한 이러한 제도와 정책의 변화는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교육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어야만 가능하다.
그렇다면 누가 이 변화를 가져올 것인가? 그 변화의 주체는 우리사회 전체가 되어야 한다.
출처: 서울대에서는 누가 A+를 받는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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