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글귀- 깊은인생中 (by 주부독서연구소)

 

  

 암호랑이가 한 마리 있었다.
새끼를 배고 있었는데 오랫동안 굶주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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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염소 떼를 발견하고 필사적으로 달려들었다.
어찌나 먹이를 잡기 위해 용을 썼는지 그만 새끼를 낳고 죽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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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뿔이 흩어져 도망갔던 염소들이 돌아와 보니,
어미 호랑이는 죽어 있고 갓 태어난 새끼 호랑이는 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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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쌍히 여긴 염소들은 새끼 호랑이를 대신 키웠다.
호랑이는 '매에' 하고 염소처럼 우는 법을 배우고, 풀을 먹는 법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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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몸에 맞지 않은 음식을 먹고 자랐으니 그 새끼 호랑이는 참으로 볼품없는 비실이가 되어갔다.
새끼 호랑이가 사춘기에 이르렀다. 어느날 커다란 호랑이가 염소 떼를 덮쳤다.
 
염소들은 사방팔방으로 도망갔지만 비실이 새끼 호랑이는 도망도 못 가고 멍하니 서 있었다.
큰 호랑이가 새끼 호랑이를 보자 놀라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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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너, 염소들과 사는거냐?"
"메에에....." 새끼 호랑이가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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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호랑이는 기가 막히고 화가 났다.
몇 번 쥐어박았지만 새끼 호랑이는 그저 염소 소리로 울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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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호랑이는 새끼 호랑이를 끌고 잔잔한 호수로 데리고 갔다.
새끼 호랑이는 난생처음 자기의 얼굴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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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호랑이는 자기 얼굴을 그 옆에 가져다대고 말했다.
"이것 봐. 너와 나는 같지?
넌 염소가 아니라 호랑이다. 알았느냐?
네 모습을 마음에 새겨 호랑이가 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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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 호랑이는 이 메시지를 이해했다.
큰 호랑이는 새끼 호랑이를 데리고 동굴로 갔다.
그곳에는 피가 뚝뚝 떨어지는 영양의 고기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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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호랑이가 한 입 베어 물며 말했다.
"너도 먹어라. 마음껏 먹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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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새끼 호랑이가 말했다.
"나는 채식주의자인데요." 
"헛소리 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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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고기 토막 하나를 입에 찔러 넣어주었다.
새끼 호랑이는 숨이 막혀 캑캑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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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씹어라. 호랑이는 도망칠 수 없는 풀을 먹지 않는다.
달려들어 생명을 잡아먹고 생명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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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 호랑이는 고깃덩어리라는 새로운 깨달음 앞에서 캑캑 숨이 막혔지만,
그래도 그것을 자기의 몸속과 핏속으로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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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올바른 먹이였기 때문이다. 새끼 호랑이의 포효가 터져 나왔다.
최초의 호랑이 울음소리였다.
드디어 호랑이의 몸에서 염소라는 과거가 뚝 하고 떨어져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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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깊은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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