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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독서HAZA365>/책속글귀-2017년

오직 독서뿐 中 -정민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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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의 말에도 실수는 있다.
행실이 착한 사람도 때로 잘못을 범한다. 독서만은 그렇지가 않다. 1년 내내 계속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 한 책을 1백 사람이 동시에 읽어도 효과는 똑같다. 명분과 법이 중요하고 고기의 맛이 훌륭해도, 오래되면 바꿔야 하고 많이 먹으면 탈이 난다. 책은 많이 읽을수록 좋고, 오래될수록 근사해진다. 사람들은 이 좋은 독서를 멀리하고 맛있는 음식으로 배불릴 궁리만 한다.

독서의 방법은 일과 日課를 정하는 것보다 좋은 것이 없고, 질질 끄는 것보다 나쁜 것이 없다.
많이 읽으려고 욕심내지 말고, 속히 읽으려고도 하지 말라. 몇 줄을 읽을지 정하고 횟수를 정해 놓고 날마다 읽어 나가라. 뜻이 정밀해지고 의미가 또렷해지며, 음과 뜻이 익숙해져서 저절로 외워지면 그다음으로 넘어간다. 글자를 익숙하거나 쉽게 여기지 말고, 어렵거나 까다롭게 여겨서도 안 된다. 난삽해 하지도 말고, 읽다가 그만두거나 건너뒤지도 말라. 반드시 그 음을 바르게 읽고, 높낮이를 제대로 해야한다. 소리가 입에 머물되 웅얼거려서는 안 되고, 눈으로 따라가되 그저 흘려보내도 안 된다. 몸을 흔들며 읽더라도 어지러우면 못쓴다. 눈썹을 찌푸리지 말고, 어깨를 잡지도 말고, 입을 쪽쪽 빨아도 안 된다.

맹자가 말했다.
"학문의 방법은 다른 것이 없다. 자기에게서 돌이켜 구하는 것일 뿐이다." 오늘 한 마디를 읽으면 반드시 이와 같이 하고, 내일 한 사람을 보면 반드시 이처럼 한다. 또 이튿날 한 가지 일을 들으면 꼭 그렇게 한다. 읽은 책이 나날이 더 많아지고 세상에서 듣고 본 것이 날로 더욱 넓어지면 고금과 천하의 좋은 점이 모두 내게 갖추어져서, 고금과 천하의 악함은 터럭 하나도 남아 있지 않게 될 것이다. 옛날에 위기지학爲己之學, 즉 자기를 위한 학문이라고 일컬었던 것은 이 방법을 따르는 것일 뿐이다. 성인이 거룩하게 된 까닭은 이것을 모았기 때문일 뿐이다. 군자는 배움에 있어 힘 쏟지 않는 곳이 없다. 하지만 반드시 중점을 두는 것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거두는 보람이 크다.
위기지학爲己之學: 자기 자신의 본질을 밝히기 위한 학문


오만하고 방탕해서 찧고 까불다가도 책 읽는 사람이 곁에 있으면 저도 몰래 기가 꺾이고 풀이 죽는다. 슬그머니 꽁무니를 뺀다. 좋은 기운이 옮겨 가기 때문이다. 총명하고 준수한 젊은이가 책 읽기를 싫어하면 타고난 명민한 자질이 소용없게 된다. 밭일하는 여인네도 먼 데도 들려오는 책 읽는 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기쁘다. 좋은 기운이 전해지지 때문이다.


독서는 우선 숙독해야 한다. 그 말이 모두 내 입에서 나온 것같이 해야 한다. 계속해서 정밀하게 따져 보아 그 뜻이 죄다 내 마음에서 나온 것처럼 해야 한다. 그래야만 얻었다고 할 수가 있다. 하지만 숙독해서 깊이 생각하여 깨달아 얻는 뒤에도 또 이 정도에서 의문을 멈추면 안 된다. 그래야만 진전이 있다고 할 만하다. 만약 이쯤에서 그친다고 하면 끝내 다시는 진전이 없다.


소리 내서 읽고, 안 보고 외우며, 눈으로 확인하는 과정을 반복하는 3단계 독서법은 다르면서 같고, 같고도 다르다. 마음을 오로지 쏟아 몸으로 궁구해야 보람이 있다. 오로지 하려면 어찌해야 할까? 먼저 바른 자세를 갖추어야 한다. 몸가짐을 바로 해서 똑바로 앉는다. 시선을 고정한다. 귀를 닫는다. 손발을 경박하게 움직이지 않는다. 그래야 비로소 정신이 차분해진다. 책에 몰입할 수가 있다. 이 상태를 유지할 때 책 속에 담긴 의미가 새로새록 내 것이 된다. 날마다 하는 공부가 차곡차곡 쌓이게 된다. 이 자세를 갖추지 않으면 열심히 읽어도 손에 쥔 모래알처럼 흩어진다. 공부가 쌓이지 않고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알아야 행한다. 모르면 할 수가 없다. 무엇을 알아야 할까? 학문이란 삶과 동떨어진 별개의 것이 아니다. 급선무急先務를 먼저 아는 것이 중요하다. 먼저 할 것을 나중에 하고, 나중에 해도 좋을 일을 서둘러 하면, 죽도록 열심히 해도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남 탓만 하게 된다. 급선무는 사람으로서 해야 할 도리다. 사물을 대하는 태도, 인간의 윤리, 이런 것들을 바로 닦기 위해 우리는 공부를 하고 책을 읽는다. 이런 것을 넘어서서 무시해도 좋을 공부는 세상에 없다. 이를 착각해서 나는 대단한 공부를 하고 있으니, 이런 것은 소홀히 해도 괜찮다고 한다면, 그는 앞뒤가 뒤바뀐 사람이다. 하학상달은 차근차근 밟아서 차츰 올라가는 공부다. 단번에 구름 위로 올라가려 들면 떨어져 다친다. 오랜 시간을 두고 쌓인 온축이 체화되어, 어느 순간 나을 쑥 업그레이드 시켜 주는 공부가 진짜 공부다. 공부는 사람이 되고자 하는 것이지, 사람을 넘자고 하는 것이 아니다. 이것을 착각하는 사람이 뜻밖에 많다.

공부를 시작하는 사람은 모르는 것 투성이다. 개념도 안 들어어고, 맥락도 잡히지 않는다. 이게 뭘까? 어떻게 해야지? 왜 하는 거야? 의문에 사로잡혀 혼란에 빠진다. 공부를 해도 머리에 들어오지 않고, 따로 논다. 범인은 뜬생각이다. 생각에도 종류가 참 많다. 념念는 머릿속에 콕 박혀 떠나지 않는 생각이다. 쓸데 없는 생각이 콕 박히면 잡념雜念이요, 떠오른 생각이 떠나지 않으면 상념想念이다. 공부의 가장 큰 적은 바로 이 뜬생각浮念이다. 뿌리도 없이 제멋대로 떠다니며 사람 마음을 이랬다저랬다 하게 만든다. 이래 가지고는 성과를 거두기가 어렵다. 뜬생각을 걷어 내는 공부가 우선이다. 그런데 뜬 생각은 없애려 마음먹는 다고 없어지는 것이 아니니 문제다. 어거지로 없애려 들면, 없애고 말겠다는 그 집착이 또 하나의 뜬 생각을 만든다. 나는 뜬생각에 더 교란되고, 둘러싸여 어찌해 볼 수조차 없게 된다. 어찌 해야할까? 역시 답은 바른 자세에서 출발한다.

 

오직 독서뿐 中   -정민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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